LH 사옥. (자료=LH)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소방수' 역할을 소화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다시금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LH는 이미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7조원의 공사·용역 신규 발주 계획을 짠데 이어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이 어려운 착공 전 사업지 매입에 3조원을 쏟아붓는다.
29일 국토교통부가 전날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지원 방안'에 따르면 LH가 내달부터 기업들은 브릿지론 단계에서 사업 추진이 어려운 개발사업 토지를 매입한다.
토지 매각을 원하는 기업은 토지매입과 매입확약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토지 매입은 LH가 건설사 등의 매각 희망 가격을 제출 받고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입 확약은 LH가 확약일로부터 1~2년 만기를 둔 매수청구권을 기업에 부여하는 방식이다. 추후 기업이 매수를 청구한다면 그때 토지를 매입한다.
LH의 매입한도는 토지매입 방식이 2조원, 매입확약방식이 1조원으로 총 3조원 규모다. 상반기에 토지매입 방식에 1조원, 매입확약에 1조원 등 2조원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매각 대금은 LH가 전액 부채 상환용 채권으로 금융기관에 직접 지급한다.
LH는 앞서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2조6000억원 규모)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7200억원 규모) PF 부실 우려 사업장을 직접 매입한 바 있다.
LH는 PF 사업장 매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발표에 앞서 정부 맥락에 맞춰 관련 정책이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는 준비하고 있었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LH의 이 같은 PF 부지 매입은 악화된 자금조달 환경 속에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의 숨통을 틔어 줄 전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토지자금보다 부채가 커 브릿지론 이후 본PF를 받기 어려운 사업지나 자금마련이 시급한 건설사가 토지매각 대금으로 부채상환을 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 발주 규모도 역대 최대…17.1조원 물량 쏟아내며 건설경기 활성화 지원
LH는 지난달 28일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7.1조원의 공사·용역 신규 발주 계획을 발표했다. 연간 LH 평균 발주 물량이 10조원이었으나 이를 70% 이상 늘렸다.
특히 올해 5만호 착공 목표 달성을 위한 주택사업공사(건축 및 후속공종) 발주물량은 13조원에 달한다. 전년 실적 대비 4.3배 증가한 수준이다.
LH의 이 같은 로드맵 발표와 함께 이한준 LH 사장도 건설영기 회복과 국민주거 안정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택공급 감소와 건설 경기 침체로 2~3년 이후 전·월세 및 매매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건설경기 회복뿐만 아니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발주물량을 편성한 만큼 속도감 있게 계획을 집행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LH는 공공기관 투자계획의 29%에 해당하는 18조 4000억원 투자에 나선다. 이 중 65%를 올해 상반기 중 조기 집행하도록 하는 등 건설경기 활성화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부동산 PF 연착륙과 잠재 위험 관리 등을 수행하는 전담 조직도 구성했다.
LH 관계자는 "조기 착공을 통한 공급기반 확보와 더불어 주택공급 확대, PF 사업장 매입 등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신속한 사업추진으로 주거 안정 및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및 취약계층 주거지원 등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