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치투자 2세대 전성기가 도래하고 있다. 1세대들이 저평가된 기업들을 발굴해 기다리는 투자철학을 선보였다면 이들은 한발 더 적극적으로 기업의 문을 두드린다. 저평가 국면을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가치주, 과연 영원한 숙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될 수 있을까. 밸류업 하우스들을 찾아 해답을 찾아봤다.-편집자주
(사진=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
■ 모두가 누리는 ‘단맛’ 주주협력주의로 쾌속 성장
라이프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이 1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히는 이채원 의장과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 강대권 대표가 한 곳에 둥지를 틀고 새롭게 출발한 지 3년 만의 쾌거다.
‘모두를 위한 장기 투자(Long term Investment For Everyone)’, 라이프운용의 정체성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주행동주의와는 조금 다르다.
국내 기업 현실상 창업자 중심의 가족 경영 기업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최대주주의 의지가 없다면 기업 약점을 빌미로 밸류업을 강요하는 것 역시 실효성이 없다고 이들은 판단한다. 이에 라이프운용은 매운맛은 전혀 가미하지 않은, 순도 100% 단맛의 ‘주주협력주의’를 표방, 주가 상승을 원하는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투자한다.
“기업의 가치 상승을 원하는 기업들이 있다면 우리가 먼저 제안도 하고 기업이 우리쪽 문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축적해온 다양한 인사이트와 리서치 정보, 거시경제에 대한 분석 능력 등을 바탕으로 어떻게 회사의 자본을 배분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제안함으로써 주가 상승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죠.”
라이프운용 한국기업 ESG향상 1호 펀드의 1년 및 설정 이후 수익률(3월말 기준)은 각각 31.41%, 52.52%다. 펀드 설정 이후 코스피지수가 15% 넘게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모두가 짜릿한 ‘단맛’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자료=라이프자산운용 운용자산 증가 추이)
■ 밸류업에 거는 기대, 자금이 들어온다
그런 라이프운용이 최근 더 분주해졌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국내 증시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기대하는 투자 주체들, 그리고 그 변화를 일궈갈 기업들과의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지난 2주간 해외 기관 투자자들과 미팅을 위해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확실히 공기가 달라졌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 2000년대 초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우리 증시가 저평가된 시장으로 함께 주목받았던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 불균형이 불러온 대주주들의 기업 가치 상승 의지 부재와 단기 시세차익을 중심으로 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이 저평가된 기업들을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시키면서 이들 역시 한국을 포트폴리오에서 아예 제외시키게 됐죠. 하지만 최근 정부 정책 발표 이후 실질적 투자에 대해 검토하려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강 대표는 이를 보여주는 일례로 1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금융주의 주가 추이를 들었다. 높은 배당에 안정적인 실적 구조에도 불구하고 배당 시기를 전후로 끊임없이 등락을 거듭했던 금융주들은 최근 3개월 가깝게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4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KB금융와 하나금융지주 주가가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부터 기관까지 모두 단기 투자 성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흐름이 유지된다는 건 장기투자로 접근하는 외국인들이 계속 보유중임을 의미합니다. 10년간 지속적으로 소외되고 특히 최근 5년간 처절하게 소외됐던 금융주들이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한다는 건 저평가 국면이 새롭게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강 대표는 이들 주가의 흐름이 수급 여건에 의해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하반기 저 PBR주 관련 인덱스가 나오고 ETF가 출시되면 4대 연기금의 자금이 유입이 예상되고, 국민연금 역시 8년만에 저평가 종목에 대한 자금 집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들어올 돈이 예고된 상황인 만큼 이번에는 진정한 재평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 배당분리과세, 최소 그리고 최우선의 '과제'
물론, 첫술에 부른 배는 없다. 이제 막 초기 아젠다를 형성한 정부 정책이 진정한 ‘밸류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수다. 강 대표는 이를 위해 가장 우선돼야 할 필요 조건으로 '배당분리과세'를 들었다.
“상법상 상장기업의 주식을 상속 및 증여할 경우 60%의 세율이 적용되고 배당시 실효세율은 58.23%까지 늘어납니다. 하지만 자본 차익에 대한 양도세는 최고 27.5%에 불과한 불균형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상속 및 증여시 세금만 늘어나므로 대주주 입장에선 주가 상승보다는 현금으로 확보하는 게 2배 이상 이익인 셈이죠. 현재 국내 중위기업들의 배당수익이 15%에 불과한데 60%의 세율이 25%로 낮아진다면 당장 기업들도 배당을 2배로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코스피가 5000선까지 못 갈 이유가 없겠죠.”
최근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정부 정책과 맞물려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다양한 주주친화적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고무적”이라면서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KT, KT&G, 한국전력 등과 같은 기업들이 함께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한 재평가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일례로 두산을 언급하며 “아직도 싸다”고 했다. 두산의 1개월 수익률은 30.38%, 최근 3개월간 무려 7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보유 지분가치만 4조3000억원에 달한다.
“두산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만 5조~6조원에 달하는데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가총액이 2조5000억원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극심한 저평가 상태죠. 이처럼 보유하고 있는 현금 등 자산가치보다 저평가된 기업들만 국내에 100개가 넘게 있습니다. 배당 수익이 늘고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다면 시장도 함께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