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스포츠 월드컵 공식 SNS 갈무리)
오일머니로 중무장한 중동 국가들이 게임·e스포츠 산업 성장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중동 지역에서 게임·e스포츠 산업은 젊은 인구를 등에 업고 초고속 인터넷·모바일의 높은 보급률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해당 산업을 국가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아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e스포츠 월드컵(EWC)'을 주최하는 사우디 e스포츠 연맹은 지난 17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올여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 상금이 걸린 e스포츠 대회의 세부 종목을 공개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대회의 총 상금은 역대 모든 e스포츠 대회를 통틀어 최대 규모인 6000만 달러(약 830억원)에 달한다. 게임별 대회인 '게임 챔피언십'에는 총 3000만달러(약 415억원)의 상금을, 한 클럽이 여러 게임에서 경쟁하는 '클럽 챔피언십'에는 상위 16개 클럽에 총 2000만달러(약 277억원)의 상금이 책정됐다.
대회의 세부 종목으로는 '리그오브레전드', 'FC24', '포트나이트', '스타크래프트2', 'PUBG: 배틀그라운드' 등 전세계 다양한 장르의 게임 19종이 선정됐다. 주최 측은 향후 게임이 추가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게임·e스포츠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사는 물론, 닌텐도, EA, 유비소프트 등 글로벌 게임사들의 지분을 대거 확보한 바 있다.
사우디는 오는 2030년까지 게임·e스포츠 산업이 사우디 총 GDP에서 500억 리얄 (약 18조7800억 원)을 차지할 수 있도록 총 38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키디야의 e스포츠 경기장 예상도. (사진=키디야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사우디는 오는 8월 개최될 EWC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특화 도시 키디야에 5억 달러(약 6851억 원)를 들여 게임·e스포츠 지구를 짓고 있다. 최대 25개의 e스포츠 클럽이 숙식, 훈련할 수 있는 공간과, 관객 7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e스포츠 경기장 4개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 기조에 따라 사우디 국부펀드 PIF 산하의 새비 게임즈 그룹을 통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새비 게임즈는 유럽의 e스포츠 회사 ESL과 페이스잇을 15억 달러(약 2조 원)에 사들였고, 지난해 2월 중국 e스포츠 회사 VSPO에 2억6500만 달러(약 3575억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또한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e스포츠 기업 라우드코퍼레이션과 협업을 맺고 국제대회 운영 제작 및 선수 매니지먼트 서비스에도 나서는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또한 게임·e스포츠 산업 확대에 나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UAE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억9600만달러(약 6795억원)에서 오는 2027년 6억6200만달러(약 9069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UAE는 게임사에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UAE는 수도 아부다비에 총 10억달러(약 1조3600억 원) 규모의 'e스포츠 섬'을 지을 예정이다. 두바이를 기반으로 둔 e스포츠 네트워크 회사 트루게임즈는 해당 사업을 위해 2억8000만 달러(약 3835억 원)을 투자해 아부다비 해변가의 인공섬에 고급 리조트, 전문 훈련 시설, 콘텐츠 제작 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섬 한가운데에는 수천 명의 관중이 자리할 수 있는 아레나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