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 26일 수주한 잠원강변 리모델링 투시도. (자료=삼성물산)
올해 초 도시정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대형건설사들이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줬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어느정도 진정되고 공사비 상승 이슈를 놓고 발주처와 어느정도 합의점을 찾았다는 판단이다. 더불어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주택사업 수익성은 여전히 우려되지만 조합원 물량을 기본적으로 확보하는 도시정비사업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에서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2차 재건축 조합이 내달 1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인 롯데건설과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2차 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기존 324세대를 허물고 최고 높이 35층의 432가구로 재탄생한다. 롯데건설이 꾸준히 공을 들인 사업지로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 적용 등을 약속했다.
롯데건설은 올해 1분기까지 한 건의 도시정비 수주도 기록하지 못했으나 이달 26일 4315억원 규모의 안양 종합운동장 북측 재개발 사업을 품었다. 최근 아울러 신용산역북측 제1구역 재개발에도 단독으로 참여하는 등 수주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도 지난 25일 올해 도시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2320억원 규모의 서초구 잠원강변 아파트 리모델링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삼성물산은 올해 도시정비 수주 목표액을 3조4000억원으로 설정했다. 1분기까지 수주가 없었으나 잠원강변 아파트 리모델링에 이어 내달 중으로 부산 광안3구역 시공권을 따낼 전망이다.
아직 도시정비사업에서 신규 사업을 따내지 못한 대우건설과 DL이앤씨도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곳곳서 나온다.
대우건설은 468가구 규모의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신반포16차 재건축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더불어 1279가구를 짓는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에도 두 차례 진행한 입찰에 모두 단독으로 응찰했다. 지방 주요 정비사업지인 부산에서도 다대3구역 재건축에 단독으로 투찰하는 등 수주고를 늘리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DL이앤씨는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재건축(825가구)에 단독 입찰했다. 오는 7월 6일에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됐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현대아파트의 1차 입찰과 2차 입찰에서 모두 단독으로 응찰하면서 첫 정비사업 수주 시동을 걸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수주고를 올린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SK 에코플랜트도 도시정비사업지를 추가적으로 확보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내달 1일 송파구 가락삼익맨숀아파트 재건축 시공권 확보 여부가 결정된다. 포스코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도 같은 날 각각 문래대원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신반포27차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 결과를 기다린다.
주요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확장은 하반기에 더욱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강남 및 한강변에서 다수의 정비사업 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마지막 퍼즐인 한남4구역이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예고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의 경쟁 구도가 기대된다. 또 총 공사비만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한남5구역은 DL이앤씨의 수주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외에도 여의도 대치아파트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건설사들의 수주 목표다.
건설사들이 올해 1분기에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놓고 신중했던 모습과 달리 최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에는 수주 여건이 비교적 나아졌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가 다소 침체된 국면이나 회복기가 올텐데 조합원 물량이 보장된 정비사업만큼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난 1분기에 부동산 PF사태로 자금조달 어려움이 있어 정비사업 수주 환경이 좋지는 못했다"면서 "더불어 급격하게 오른 공사비에 발주처와 건설사의 분쟁 요소도 컸다"고 분석했다.
계속해서 "그러나 최근에 새롭게 시공사 선정에 나선 단지는 올라간 공사비에 대해 인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발주처와 시공사간의 공사비 다툼도 덜할 것"이라며 "또 건설 물량이 위축된 만큼 자재 수요가 크게 늘지는 않을텐데 그렇다면 자재비가 최근처럼 큰 폭으로 또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