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6.2(자료=연합뉴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내세우며 상법과 세법, 동시 개정을 추진 중이다. 상법은 여야가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어느정도 높은 반면 세법의 경우 야당 반대가 확실시돼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민국 상법 제382조 3항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상식에 가까운 평범한 내용이지만 몇몇 사건들을 계기로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LG화학의 사례가 있다. LG화학은 2차전지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해졌고, LG에너지솔루션으로 기업을 분할 상장해 해결책을 마련했다. 문제는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LG화학의 소액주주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는 것. 당시 회사가 대주주 이익만 따지고 소액주주들의 이익은 무시하는 관행과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여러 대안 중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까지 포함시키자는 상법 개정론이 급부상했다. 실제로 2022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고, 22대 국회서도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여야간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범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은 전 정부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자유’와 ‘공정’을 강조해 왔다. 자유시장경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정한 자본시장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점을 누차 밝혀 온 것. 올해 1월 2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빠르게 내놓았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사의 책임 강화, 주총 내실화 등 소액주주의 권익 개선을 위해 회사법 체계의 근간인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물적분할 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의무화, 자사주 및 전환사채 제도개선 등 이미 나온 대책에 더해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 등 지배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인협회 등 재계가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일반 주주들의 경우 단기투자, 장기투자, 행동주의 등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재계 우려다.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 ‘다수결의 원칙’은 불가피한 선택지인데 불만을 가진 주주들이 이에 반발해 소송을 남발하면 제대로 된 경영이 가능하겠느냐는 논리다. 소액주주 등의 요구에 따라 단기 주가에 목매는 경영을 이어갈 경우 큰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미래 먹거리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물론, 상법 개정 빌미를 재계 스스로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제도 개선은 ‘자업자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LG화학의 경우 투자금의 부족이 회사 분할의 주요 배경이었지만 많은 재벌급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깡그리 무시하는 결정을 서슴지 않고 해온 것도 사실이다. 에버랜드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삼성그룹과 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준 현대차그룹 등 사례는 부지기수다. 상식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대주주 일가의 의사결정에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고착화됐다는 평가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12일 자본시장연구원·증권학회가 주관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 세미나에 참석해 “쪼개기 상장처럼 전체 주주가 아닌 회사나 특정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한 상황”이라며 “다수의 시장 참여자도 국내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후진적 기업지배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일단 여야가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상법 개정안은 통과 가능성이 어느정도 높아 보인다. 게다가 정부가 ‘상속세 완화’라는 당근책을 내놔 재계가 반발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업하는 사람들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가 회사를 물려주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정부가 부담을 확 덜어준다면 일감 몰아주기나 불공정 합병 등 그 동안 있었던 많은 무리수들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다수당인 야당이 동의할 가능성이 낮아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는 지난주 종합부동산세에 이어 이번주 2차 회의에서 상속세 개편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행 50%(최대주주 할증 평가 시 6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26.1%에 근접한 30% 안팎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피력했었다. 자료=금융위원회

밸류업→상법개정→상속세, 복잡미묘한 '삼각함수'

여야, 상법 개정 두고선 일정부분 공감대
재계는 반발..."다수결 원칙 훼손"
"상속세 지렛대? 야당 동의 어렵다"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6.18 09:28 의견 0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6.2(자료=연합뉴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내세우며 상법과 세법, 동시 개정을 추진 중이다. 상법은 여야가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어느정도 높은 반면 세법의 경우 야당 반대가 확실시돼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한민국 상법 제382조 3항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상식에 가까운 평범한 내용이지만 몇몇 사건들을 계기로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LG화학의 사례가 있다. LG화학은 2차전지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해졌고, LG에너지솔루션으로 기업을 분할 상장해 해결책을 마련했다. 문제는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LG화학의 소액주주들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는 것.

당시 회사가 대주주 이익만 따지고 소액주주들의 이익은 무시하는 관행과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여러 대안 중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까지 포함시키자는 상법 개정론이 급부상했다. 실제로 2022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고, 22대 국회서도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여야간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범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은 전 정부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자유’와 ‘공정’을 강조해 왔다. 자유시장경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정한 자본시장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점을 누차 밝혀 온 것. 올해 1월 2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빠르게 내놓았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사의 책임 강화, 주총 내실화 등 소액주주의 권익 개선을 위해 회사법 체계의 근간인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물적분할 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의무화, 자사주 및 전환사채 제도개선 등 이미 나온 대책에 더해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 등 지배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인협회 등 재계가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일반 주주들의 경우 단기투자, 장기투자, 행동주의 등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재계 우려다.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 ‘다수결의 원칙’은 불가피한 선택지인데 불만을 가진 주주들이 이에 반발해 소송을 남발하면 제대로 된 경영이 가능하겠느냐는 논리다. 소액주주 등의 요구에 따라 단기 주가에 목매는 경영을 이어갈 경우 큰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미래 먹거리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물론, 상법 개정 빌미를 재계 스스로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제도 개선은 ‘자업자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LG화학의 경우 투자금의 부족이 회사 분할의 주요 배경이었지만 많은 재벌급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깡그리 무시하는 결정을 서슴지 않고 해온 것도 사실이다. 에버랜드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삼성그룹과 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준 현대차그룹 등 사례는 부지기수다. 상식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대주주 일가의 의사결정에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고착화됐다는 평가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지난 12일 자본시장연구원·증권학회가 주관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 세미나에 참석해 “쪼개기 상장처럼 전체 주주가 아닌 회사나 특정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례가 여전히 빈번한 상황”이라며 “다수의 시장 참여자도 국내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후진적 기업지배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일단 여야가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상법 개정안은 통과 가능성이 어느정도 높아 보인다. 게다가 정부가 ‘상속세 완화’라는 당근책을 내놔 재계가 반발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기업하는 사람들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 중 하나가 회사를 물려주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정부가 부담을 확 덜어준다면 일감 몰아주기나 불공정 합병 등 그 동안 있었던 많은 무리수들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다수당인 야당이 동의할 가능성이 낮아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는 지난주 종합부동산세에 이어 이번주 2차 회의에서 상속세 개편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행 50%(최대주주 할증 평가 시 6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26.1%에 근접한 30% 안팎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피력했었다.

자료=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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