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중단된 건물. (자료=연합뉴스)
정부가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주거 관련 지원책을 확대한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최근 발간한 '노화하는 대한민국, SOC 투자의 정책 방향'에 따르면 내년도 SOC의 적정 투자 규모는 최소 58조원이다.
건산연은 내년 경제성장률 2.2~2.3%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8.1조원에서 59.6조원 규모의 SOC 투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내년도 SOC 투자 예상 지출 금액은 57.5조원 내외로 예상 지출 규모 대비 0.6조원에서 2.1조원 가량이 부족하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지방 인구소멸 위기와 건물 노후화 해결을 위해서는 SOC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건산연의 주장이다.
특히 1970~1980년대 공급된 기반시설의 노후화가 두드러진다. 2022년말 기준 '시설물안전법' 관리 주요 시설물(교량·터널·항만·댐·건축물 등 구조물과 부대시설) 총 16만 5282개소 중 사용연수 30년 이상인 시설물은 3만476개소다. 전체 시설물의 18.4% 수준이다. 종 시설물이 통계에 반영되기 시작한 2018년부터의 자료에 따르면 2028년부터 30년 이상된 시설물은 전체 시설물의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노후 시설물에 대한 투자 요구가 늘고 있으나 전반적인 SOC 예산은 부족한 형국이다.
건산연은 2018년 기준 국내 SOC 자본스톡이 GDP 대비 21.5%에 불과해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5%포인트(p) 이상 낮다고 분석했다. 올해 SOC예산도 명목가격으로 전년 대비 1.4조원이 증가했으나 실질가격으로는 0.7조원 증가에 그쳤다. 실질가격 기준 SOC예산은 지난해 23조원이며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SOC 예산인 27.1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SOC예산은 26.2조원으로 올해 대비 0.8% 감소한다. SOC 분야는 수도권 GTX, 지역 교통인프라 등 핵심 국가교통망 적기 개통 및 지역 혁신거점 조성 및 노후시설의 유지보수개량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공사비와 금리 상승 등으로 노후시설물 증가 및 기후변화 대응에 제한적일 수 있는 예산 규모다.
엄근용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저출생, 고려화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 및 급성장기 공급된 인프라의 노후화와 더불어 민간투자 여력 감소 등에 대응하기 위해 그 어느 시기보다 공공의 투자와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인명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재난·재해 관련 시설 및 노후 인프라 중심의 공공 건설투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축되고 있는 민간의 투자를 적극 유도하기 위한 민간투자사업의 제도 개선을 통한 민간투자사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면서 "각종 설계지침 변경에 따라 최초 제안에 비해 공사비 및 운영비 증액이 불가피하거나 건설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사유로 공사비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에 총사업비 변경의 현실화가 필요하고 민간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인하기 위한 부가세 및 취득세 감면 등의 민간투자사업 세제 지원의 연장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