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CI. (사진=티빙)
프로야구를 등에 업은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글로벌 1위 넷플릭스를 빠른 속도로 뒤쫓고 있다. 웨이브와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향후 국내 1위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9일 모바일 시장 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 간 티빙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740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4월 706만명, 5월 731만명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모양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00만명 이상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6월 MAU 1096만명을 기록했다. 티빙과 약 300만명 이상 차이나는 수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MAU 1274만명과 비교하면 약 16%가량 줄어들며 하락세를 보였다.
넷플릭스는 최근 이용자를 끌어들일 인기 콘텐츠의 부재에 몸살을 앓는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실시한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의 여파도 이용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더해 한국프로야구 단독 중계가 티빙의 상승세를 이끌며 두 OTT 간의 격차를 좁히는 데 한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티빙이 국내 프로야구 팬들을 고정 시청자로 끌어들이면서 안정적인 이용자 층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KBO 유료화 전환 이후 이용자들의 반발로 이탈이 우려됐지만, 결국 순항 중인 모양새다.
특히 스포츠 중계는 시청률이 높고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광고 수익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OTT에 비해 재원이 부실한 만큼, 국내 OTT에게 스포츠 중계는 놓쳐선 안될 중요한 수익원인 셈이다.
이를 위해 티빙은 올해부터 3년간 매년 400억원을 투입해 구단별 채널 운영, 시청 환경 개선, 실시간 채팅, 다시보기 기능 개선 등 중계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더해 티빙은 최근 드라마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 선보이며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티빙은 향후 오리지널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한국프로농구(KBL) 등 스포츠 중계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상승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최주희 티빙 대표는 KBO 중계권 확보와 함께 연내 1000만 MAU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티빙이 연내 1000만 MAU를 돌파하기 위해선 남은 하반기에 매월 최소 43만명의 이용자를 유입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상승세를 감안하더라도 매월 40만명 대 이용자를 끌어들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월간 기준 가장 많은 이용자 수가 유입된 달은 지난 3월 29만5522명이다.
다만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특정 콘텐츠의 흥행으로 이용자 수가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KBO의 경우 포스트시즌이 열리는 9월에 가장 많은 수의 팬들이 몰린다. 남은 기간에 MAU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웨이브와의 합병 역시 티빙의 성장을 이끌만한 요소다. 지난해 12월 티빙과 웨이브의 최대주주 CJ ENM과 SK스퀘어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현재 합병 본계약 채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웨이브의 지난 6월 MAU는 432만명 수준이며, 티빙(740만명)과 합치면 1172만명이 돼 넷플릭스(1096만명)를 소폭 앞서게 된다. 다만 두 OTT를 함께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수가 상당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단순 합산만으로는 곧바로 넷플릭스를 넘기긴 어렵다. 그러나 이번 합병은 장기적으로 넷플릭스에 대항할만한 국산 대형 OTT가 생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양사 합병비율과 웨이브의 전환사채(CB) 2000억원 상환 분담 등의 이슈로 인해 티빙 일부 주주들이 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