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고위험 상품 판매 규제로 신탁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은행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이 사모펀드뿐 아니라 신탁도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이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보고 판매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2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달 안에 금융위에 신탁의 공모 상품 취급에 대해 허용해 달라는 공식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4일 금융위는 고위험 사모펀드·신탁 등을 은행에서 못 팔게 하는 내용의 투자자 보호 대책을 내놨다. 고위험의 기준은 ▲주가나 유가 등과 연결시켜 수학적으로 손익이 나게 설계돼 투자자 이해가 어렵고 ▲최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인데 신탁이 이에 해당되는 것이다.
신탁은 고객이 은행에 현금·주식 등 자산을 맡기고 운영을 지시하는 상품을 말한다.
은행의 입장에선 신탁 판매가 제한되면 사모펀드 규제보다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을 주로 판매했다. ELS는 대부분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를 웃돌기 때문에 ELS를 편입한 신탁(ELT) 역시 고난도 상품에 해당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 ELT 판매액은 42조8000억원(잔액 기준, 파생결합증권신탁(DLT) 포함)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모 DLF(4조3000억원)의 10배 이상 규모다. 은행이 43조원이나 되는 시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에 은행들은 신탁에 편입되는 기초자산이 공모인지, 사모인지에 따라 규제를 달리 해달라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신탁에서 취급하는 금융 상품의 95%는 공모형이라 금융 당국의 사전 규제를 받는다”면서 “나머지 5% 사모형 상품만 규제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융위는 향후 2주일간 업계 반응을 살피고 최종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신탁의 고위험 기준도 업계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