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 회장(왼쪽)과 황재복 SPC 대표(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이하 파리바게뜨지회) 소속 제빵기사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관련 재판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노조 탈퇴 작업’을 지시한 시점을 두고 격전이 벌어졌다. 허 회장 지시가 이뤄진 시점에 따라 노조 탈퇴 종용 주체가 갈리는 만큼 검찰과 허회장 측 변호인 사이에 물러서지않는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조승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 등에 대한 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도 지난달 19일에 이어 황재복 SPC 대표에 대한 증인심문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지시 시점’을 둘러싼 양측간 첨예한 대립이 두드러졌다. 허 회장 측은 노조 탈퇴 종용은 허 회장 지시로 촉발된 것이 아닌 파리바게뜨지회에서 시작한 ‘조합원 데려가기’에 대해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이하 피비노조)이 대응하면서 시작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허 회장은 2021년 2월6일부터 파리바게뜨지회가 SPC그룹 핵심 매장인 한남동 패션5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자, 피비노조가 진행하던 ‘조합원 데려가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보고 경과를 보고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허영인 회장이 2021년 1월 말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 자금과 조합비 등을 언급하며 시위를 막기 위해 노조원 수를 줄일 것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 실제 대화가 이뤄진 시점을 2021년 2월6일 이후로 의심했다. 황 대표가 앞선 검찰 조사에서 해당 대화가 파리바게뜨 지회의 패션5 앞 시위 이후 이뤄졌다고 반복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변호인 측은 “보통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기 어렵지만 사건의 선후관계는 기억한다”면서 “진술조서를 보면 황 대표는 허 회장과 대화를 나눈 날짜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허 회장 지시가 파리바게뜨 지회의 패션5 앞 시위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은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쟁점된 ‘허영인 지시’ 시점…‘노조 탈퇴 종용’ 주체 두고 치열한 공방 허 회장 지시가 이뤄진 시점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피비노조가 조합원 모집에 나선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말 피비노조는 파리바게뜨지회로부터 32명의 조합원이 이탈했다고 통보받는다. 통상 10명 전후였던 이탈 인원이 갑자기 대폭 늘어나자 피비노조는 위기감을 느끼고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조합원 모집 경쟁은 당시 피비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던 전씨가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도 치열했다. 허 회장 측 주장대로 허 회장의 지시가 2월6일 이후에 이뤄졌다면 피비노조가 조합원 모집 작업을 시작한 이후가 된다. 허 회장이 ‘노조 탈퇴 종용 작업’의 주체로 적극 나선 것이 아닌,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가 심해진 것과 관련해 양대노조 간 조합원 모집 경쟁 현황을 보고받은 것인 사실인 셈이다. 실제 전씨 노트북에서 발견된 파리바게뜨지회 탈퇴 명단 자료에서는 2021년 1월 말부터 조합원 모집 현황이 정리돼 있었다. 반면 검찰은 노조 탈퇴 종용이 허 회장 지시에 따라 피비파트너즈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허 회장 지시 시점도 파리바게뜨 지회 패션5 앞 시위에 앞선 2021년 1월 말로 보고 있다. 황 대표가 허 회장 지시를 회사 임원들에게 전달한 것이 매주 목요일 열리던 경영 회의 직전이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2021년 2월6일은 토요일이었고, 돌아오는 목요일은 설 연휴였다. 황 대표가 앞서 “설 연휴에는 이미 탈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관련 보고도 받았다”고 진술한 만큼 임원에게 지시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목요일은 2월4일이 된다. 이 경우 허 회장 지시가 2월6일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에 앞서 이뤄졌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황재복 진술’, 허영인 관여 밝힐 핵심 열쇠…신빙성은 ‘오락가락’ 황 대표는 이번 사건에서 허 회장의 관여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인이다. 파리바게뜨지회 탈퇴 설득 작업이 주로 피비노조 소속 제빵기사 관리자(BMC)와 카페기사 관리자(에프엠씨·FMC)들에 의해 이뤄진 만큼, 허 회장과 사건을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연결고리가 황 대표기 때문이다. 허 회장 관여 여부는 황 대표의 진술을 제외한다면 황 대표와 임원 사이 통화 등에서 간접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허 회장 변호인 측은 황 대표 진술 정확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황 대표가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을 계속해서 제기했다. 2021년 1월경엔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가 주로 저녁 시간대에 소규모 또는 1인 시위로 이뤄졌는데, 이 시기에 허 회장이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 자금과 조합비 등에 대해 묻는 것은 갑작스럽고 논리적으로도 어색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황 대표는 사건 시점이나 대화 참여자, 사건을 기억하는지 여부 등에서 진술을 연이어 번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황 대표는 이날 법정에서 “허 회장 지시가 이뤄진 시점은 확실하게 2021년 1월 말이고, 그 뒤 임원들에게 회장 지시를 전달해 탈퇴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2월6일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와 2월9일 KBS 관련 보도 이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탈퇴 작업에 나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허 회장 변호인은 황 대표 증인심문을 통해 “허 회장이 파리바게뜨 조합원들에게 징계 등 불이익 가하거나 불법적 방법 동원해서라도 무조건 탈퇴시키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황 대표가 “노조 탈퇴를 지시한 것 자체가 불법행위”라고 덧붙이자 “그 부분은 재판정이 판단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장] ‘노조탈퇴종용’ 주체 가릴 열쇠, ‘허영인 지시’는 언제 이뤄졌나

5차 공판서도 이어진 ‘황재복’ 심문, ‘허영인 지시’ 시점 두고 맞붙어
허영인 측 “노조탈퇴 피비노조서 시작, 허 회장은 현황만 보고 받아”
황재복 진술 정확성 도마 위에…허영인 측 “불법 지시 사실 없어”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8.13 18:38 의견 0
허영인 SPC 회장(왼쪽)과 황재복 SPC 대표(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이하 파리바게뜨지회) 소속 제빵기사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관련 재판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노조 탈퇴 작업’을 지시한 시점을 두고 격전이 벌어졌다. 허 회장 지시가 이뤄진 시점에 따라 노조 탈퇴 종용 주체가 갈리는 만큼 검찰과 허회장 측 변호인 사이에 물러서지않는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조승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 등에 대한 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도 지난달 19일에 이어 황재복 SPC 대표에 대한 증인심문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지시 시점’을 둘러싼 양측간 첨예한 대립이 두드러졌다.

허 회장 측은 노조 탈퇴 종용은 허 회장 지시로 촉발된 것이 아닌 파리바게뜨지회에서 시작한 ‘조합원 데려가기’에 대해 피비파트너즈 노동조합(이하 피비노조)이 대응하면서 시작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허 회장은 2021년 2월6일부터 파리바게뜨지회가 SPC그룹 핵심 매장인 한남동 패션5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자, 피비노조가 진행하던 ‘조합원 데려가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보고 경과를 보고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허영인 회장이 2021년 1월 말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 자금과 조합비 등을 언급하며 시위를 막기 위해 노조원 수를 줄일 것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 실제 대화가 이뤄진 시점을 2021년 2월6일 이후로 의심했다. 황 대표가 앞선 검찰 조사에서 해당 대화가 파리바게뜨 지회의 패션5 앞 시위 이후 이뤄졌다고 반복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변호인 측은 “보통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기 어렵지만 사건의 선후관계는 기억한다”면서 “진술조서를 보면 황 대표는 허 회장과 대화를 나눈 날짜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허 회장 지시가 파리바게뜨 지회의 패션5 앞 시위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은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쟁점된 ‘허영인 지시’ 시점…‘노조 탈퇴 종용’ 주체 두고 치열한 공방

허 회장 지시가 이뤄진 시점이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피비노조가 조합원 모집에 나선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말 피비노조는 파리바게뜨지회로부터 32명의 조합원이 이탈했다고 통보받는다. 통상 10명 전후였던 이탈 인원이 갑자기 대폭 늘어나자 피비노조는 위기감을 느끼고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섰다. 조합원 모집 경쟁은 당시 피비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던 전씨가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도 치열했다.

허 회장 측 주장대로 허 회장의 지시가 2월6일 이후에 이뤄졌다면 피비노조가 조합원 모집 작업을 시작한 이후가 된다. 허 회장이 ‘노조 탈퇴 종용 작업’의 주체로 적극 나선 것이 아닌,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가 심해진 것과 관련해 양대노조 간 조합원 모집 경쟁 현황을 보고받은 것인 사실인 셈이다. 실제 전씨 노트북에서 발견된 파리바게뜨지회 탈퇴 명단 자료에서는 2021년 1월 말부터 조합원 모집 현황이 정리돼 있었다.

반면 검찰은 노조 탈퇴 종용이 허 회장 지시에 따라 피비파트너즈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허 회장 지시 시점도 파리바게뜨 지회 패션5 앞 시위에 앞선 2021년 1월 말로 보고 있다. 황 대표가 허 회장 지시를 회사 임원들에게 전달한 것이 매주 목요일 열리던 경영 회의 직전이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2021년 2월6일은 토요일이었고, 돌아오는 목요일은 설 연휴였다. 황 대표가 앞서 “설 연휴에는 이미 탈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관련 보고도 받았다”고 진술한 만큼 임원에게 지시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목요일은 2월4일이 된다. 이 경우 허 회장 지시가 2월6일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에 앞서 이뤄졌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황재복 진술’, 허영인 관여 밝힐 핵심 열쇠…신빙성은 ‘오락가락’

황 대표는 이번 사건에서 허 회장의 관여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인이다. 파리바게뜨지회 탈퇴 설득 작업이 주로 피비노조 소속 제빵기사 관리자(BMC)와 카페기사 관리자(에프엠씨·FMC)들에 의해 이뤄진 만큼, 허 회장과 사건을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연결고리가 황 대표기 때문이다. 허 회장 관여 여부는 황 대표의 진술을 제외한다면 황 대표와 임원 사이 통화 등에서 간접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허 회장 변호인 측은 황 대표 진술 정확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황 대표가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을 계속해서 제기했다. 2021년 1월경엔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가 주로 저녁 시간대에 소규모 또는 1인 시위로 이뤄졌는데, 이 시기에 허 회장이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 자금과 조합비 등에 대해 묻는 것은 갑작스럽고 논리적으로도 어색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황 대표는 사건 시점이나 대화 참여자, 사건을 기억하는지 여부 등에서 진술을 연이어 번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황 대표는 이날 법정에서 “허 회장 지시가 이뤄진 시점은 확실하게 2021년 1월 말이고, 그 뒤 임원들에게 회장 지시를 전달해 탈퇴 작업을 진행했다”면서 “2월6일 파리바게뜨 지회 시위와 2월9일 KBS 관련 보도 이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탈퇴 작업에 나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허 회장 변호인은 황 대표 증인심문을 통해 “허 회장이 파리바게뜨 조합원들에게 징계 등 불이익 가하거나 불법적 방법 동원해서라도 무조건 탈퇴시키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황 대표가 “노조 탈퇴를 지시한 것 자체가 불법행위”라고 덧붙이자 “그 부분은 재판정이 판단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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