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험업계 인수합병(M&A)에 대한 높았던 기대감과는 달리 실제 성사된 딜은 없었다. 매물은 꽤 나왔지만 인수 주체가 한정된 상황에서 새로운 회계제도 적용 등 변수도 많아 매수자와 매도자 간 접점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매물, 또는 잠재적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는 KDB생명, ABL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 등이다.
KDB생명의 경우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 성사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최종 불발됐다. 하나금융은 약 두 달간 실사작업을 거친 뒤 "그룹의 보험업 강화 전략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발을 뺐다.
ABL생명 역시 지난 8월 예비입찰에서 다수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매각 기대감이 무르익었으나 실제 협상 과정에서 벽에 부딪혔다. 인수 주체들 사이에서 매각가 등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역시 올 한해 꾸준히 시장에 매물로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새로운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사모펀드가 주인인 롯데손보의 경우 퇴직연금에 특화된 포트폴리오 등으로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G손보도 지난달 진행된 입찰에 사모펀드 한 곳만 참여하는 등 예비 인수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생보사 중에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그나마 우량 매물로 꼽힌다. 두 회사 모두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주인이다. 올해 6월말 기준 자산규모가 동양생명은 31조원, ABL생명은 17조원에 이른다. 자산건전성도 양호한 편이어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금융지주 등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동양생명은 1조5000억원 이상, ABL생명은 3000억원 이상을 각오해야 한다. 두 회사 모두 중·소형사 중에선 자산규모나 순익 면에서 어느 정도 메리트가 있지만 적정 가격인가에 대해선 의문표가 따라붙는다.
바뀐 회계제도(IFRS17)에 따라 매수자와 매도자 간 이견이 벌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올초 보험사들의 이익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이익 부풀리기' 논란도 있었다. 결국 당국의 새로운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조정이 됐지만 회사의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매수자 입장에선 높아진 몸값을 쉽게 수긍하기 힘든 상황인 것도 맞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생보사 5곳, 손보사 5곳 정도로 업계가 재편이 된 상황이어서 KB, 우리 등 금융지주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규제가 많고 자산규모가 중요한 업종 특성상 중소형사 중에서 잘못 사들일 경우 애물단지가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그는 "IFRS17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마도 매수자 입장에선 내년 상반기 실적발표 이후까지 판단을 늦추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사 IFRS17 논란 가열(일러스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