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배급하고 파이어워크 스튜디오가 개발한 '콘코드'. (사진='콘코드' 스팀 페이지 갈무리)
소니의 팀대전 하이퍼 FPS 신작 '콘코드'가 서비스 시작 2주만에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콘코드'의 서비스 종료는 게임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웠다. 정확한 비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니는 개발사 파이어워크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데 2000억원을 썼으며, 개발비는 600억원 이상 소모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합산 약 3000억원의 비용을 허공에 날린 것이다.
해외의 전문가들은 흥행 실패 이유로 '마케팅 부족', '높은 가격', '차별점 부재' 등을 꼽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다르다.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에서 비롯된 캐릭터들의 볼품없는 외형, 무개성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왼쪽) '콘코드'의 '바즈', '오버워치'의 '라인하르트'. (사진=소니, 블리자드 공식 유튜브 갈무리)
먼저 '콘코드'의 핵심 캐릭터 '바즈'를 살펴보자. 이 캐릭터만으로도 게임의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도통 '바즈'가 게임 내에서 무슨 역할군인지, 어떤 스킬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히어로 슈팅 장르에는 직관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동종 장르 경쟁작 '오버워치2'의 '라인하르트'라는 캐릭터를 예시로 들 수 있다. 갑옷을 입은 채 큰 방패와 망치를 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라인하르트'는 팀의 최전선에서 탱킹을 담당, 후방의 힐러·딜러를 보호하는 역할군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바즈'는 손에 단검을 한자루 들고 있을 뿐이다. 이것만으로는 이 캐릭터가 근접인지, 원거리 캐릭터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결국 직접 게임을 해봐야 하며, 이는 유저들에게 피로감을 불러온다. '바즈' 외의 캐릭터들도 동일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베타테스트부터 지적된 단점이 왜 그대로 들어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앞서 개발진은 "모든 캐릭터는 독특한 개성을 지녔으나, 동시에 길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처럼 익숙한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디자인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콘코드'의 캐릭터는 독특하지도, 익숙하지도 않다.
'바즈'의 캐릭터 배경을 보면, 이 캐릭터는 MTF(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트렌스젠더다. 자신의 성별로 인해 남자만이 차지할 수 있는 단체의 수장자리를 포기하고 홀로 일한다는 설정을 지녔다.
여기서 트렌스젠더라는 특징이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중요한 요소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간단히 '모종의 사건으로 홀로 일하며, 단검을 주무기로 삼는 암살자'로 요약하면 되지 않았을까?
외형 또한 마찬가지다. 일단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PC 요소를 담으려다 보니 '전투에 임하는 전사'로서의 본질이 퇴색됐다.
결국 이러한 캐릭터의 몰개성은 전체적인 재미의 하락을 불러왔다.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렵다보니, 캐릭터와 하나되는 일체감이 느껴지지 않고, 승리의 쾌감도 줄어든다. 시장엔 이미 '발로란트', '오버워치2', '에이펙스 레전드' 등 쟁쟁한 경쟁작들이 무수히 많다. 재미도 타 게임에 비해 덜한데, 굳이 '콘코드'로 넘어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올바름'이 잘못된 개념은 아니다. '다양성의 확보'는 사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게이머들도 PC를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에이펙스 레전드'처럼 PC요소를 지닌 캐릭터들로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경우도 있다. 다소 이질적 외형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에 걸맞은 서사와 배경, 그리고 게임의 재미로 유저들의 시각을 넓힌 좋은 사례다.
그러나 '콘코드'는 과했다.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을 게임에 버무리는 것을 넘어섰다. 유저들은 개발진이 자신들의 고집을 강요한다고 받아들이게 됐다. '콘코드'의 실패는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된다는 것을 또 한번 증명한 사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