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비트 스튜디오 신작 '프로스트펑크2'. (사진=인게임 화면 갈무리)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은 여러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때론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지구일 수도 있고, 역병이 퍼져 모든 사람이 좀비로 변해버린 세상, 혹은 빙하기가 찾아와 대부분의 사람이 얼어죽은 세상일 수도 있다. 폴란드 게임사 11비트스튜디오의 신작 '프로스트펑크2'는 그 중에서도 빙하기가 도래한 세상을 다룬 작품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멸망을 앞둔 도시의 지도자를 맡게 된다. 도시 인근의 각종 자원을 수집하고 배분해 시민들을 생존시키는 것이 목표다. 특히 전작 '프로스트펑크'에 비해 스케일이 한층 커졌다. 전작이 수백 명 단위의 도시민 관리에 그쳤다면, 이번 작품은 최소 천명부터 수만 명의 인원을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도시 인근만이 아닌 외부에도 거점을 세울 수 있는 등 각종 콘텐츠가 더해진 점이 특징이다. 다만 그만큼 게임의 난이도 역시 상승했다. 도시 안에 자리잡은 세력들의 영향력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플레이어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폭군이 아닌, 투표로 뽑힌 선출직에 불과하다. 따라서 도시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가차없이 자리에서 쫓겨나고, 그대로 게임오버를 맞이한다. 각 세력에게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다. 다양한 연구과제로 구성된 '아이디어 트리' (사진=인게임 화면 갈무리) 도시 경영은 각각 '아이디어 트리'와 '위원회'로 구성됐다. '아이디어 트리'에서는 여러 연구과제가 주어지며, 플레이어의 선택대로 도시의 발전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다. '온실'을 연구하면 '개량형 온실'이 해금되고, 개선된 시설에서 더 많은 자원을 얻게 되는 방식이다. 다만 '아이디어 트리'로 특정 시설, 정책을 해금했더라도 이를 도시에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법령을 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순례자', '영구동토인', '충성가', '뉴런던인' 등의 공동체가 자리잡고 있다. 이 중 다수를 차지한 세력의 성향과 반대되는 안건은 불발되기 일쑤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에 나서야 한다. 특정 정책을 통과시켜 주면 반대파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거나, 중립파를 회유해 반대를 무릅쓰고 원하는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 물론 반대파를 너무 홀대하면 시위를 통해 사보타주에 나서는 만큼, 언제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도시 인근의 자원을 수집하고 관리해야 한다. (사진=인게임 화면 갈무리) 균형은 자원 수집·관리에서도 중요하다. 열기, 식량, 자재, 석탄 등 각 자원은 전부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산업 구역에서 공장을 돌리려면 대량의 목재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자재소에 자원을 너무 많이 할당하면 생존에 필요한 열기가 줄어든다. 자재와 열기가 부족하면 범죄율과 사망률이 치솟는 건 덤이다. 도시의 외적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도시 인구에 걸맞은 적절한 인프라를 건설하고, 불만을 최소화하며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도시 운영의 핵심이다. 이 단계에 다다르면 도시의 '번영'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영하 120도의 추위가 몰아치는 세계에서 도시를 무한히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직 '생존'만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도시를 위해 시민을 희생시키는 선택지가 제시되기도 한다. (사진=인게임 화면 갈무리)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종종 비정한 선택지를 마주하게 된다. 일례로 식량이 부족해 모두가 굶고 있는 상황이라면, 노인 수천 명을 추방해야 할 지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진다. 물론 추방이 이루어지면 당장은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효율성을 중시한 끝에 인간성을 버리게 된다면, 과연 생존에 의미가 있을까. 개발사는 이러한 의문을 유저들에게 끊임없이 제시한다.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는 흠잡을 데 없었다. 쓸쓸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사운드트랙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스팀펑크 세계관을 연상시키는 건축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개발사는 출시 후 공식 모딩 툴 '프로스트 키트'를 배포할 예정이다. 향후 유저들의 손길이 닿은 각종 요소도 게임의 재미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쉬운 '시민' 단계도 클리어 난이도가 높다. (사진=인게임 화면 갈무리) 물론 몇 가지 단점도 존재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최적화 문제로 튕김 현상이 발생했으며, 스토리 모드를 제외한 '유토피아' 모드는 '야망' 목표 외에는 즐길거리가 부족했다. 특히 가장 쉬운 '시민' 단계조차 클리어까지 여러 번 트라이를 해야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그럼에도 '프로스트펑크2'는 독보적인 분위기를 담은 작품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문명', '시티즈 스카이라인' 등 비슷한 경영 시뮬레이션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빙하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차별점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든 과제라도 이를 처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포기보다 오기가 생기기 마련. '생존'을 목표로 한 이색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보고 싶다면 '프로스트펑크2'를 적극 추천한다. 게임은 오는 21일 스팀 PC버전으로 정식 출시된다.

[체험기] 세기말 속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프로스트펑크2'

폴란드 게임사 11비트 스튜디오 신작…21일 스팀서 정식 출시

김태현 기자 승인 2024.09.19 11:08 의견 0
11비트 스튜디오 신작 '프로스트펑크2'. (사진=인게임 화면 갈무리)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은 여러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때론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지구일 수도 있고, 역병이 퍼져 모든 사람이 좀비로 변해버린 세상, 혹은 빙하기가 찾아와 대부분의 사람이 얼어죽은 세상일 수도 있다.

폴란드 게임사 11비트스튜디오의 신작 '프로스트펑크2'는 그 중에서도 빙하기가 도래한 세상을 다룬 작품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멸망을 앞둔 도시의 지도자를 맡게 된다. 도시 인근의 각종 자원을 수집하고 배분해 시민들을 생존시키는 것이 목표다.

특히 전작 '프로스트펑크'에 비해 스케일이 한층 커졌다. 전작이 수백 명 단위의 도시민 관리에 그쳤다면, 이번 작품은 최소 천명부터 수만 명의 인원을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도시 인근만이 아닌 외부에도 거점을 세울 수 있는 등 각종 콘텐츠가 더해진 점이 특징이다.

다만 그만큼 게임의 난이도 역시 상승했다. 도시 안에 자리잡은 세력들의 영향력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플레이어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폭군이 아닌, 투표로 뽑힌 선출직에 불과하다. 따라서 도시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가차없이 자리에서 쫓겨나고, 그대로 게임오버를 맞이한다. 각 세력에게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다.

다양한 연구과제로 구성된 '아이디어 트리' (사진=인게임 화면 갈무리)

도시 경영은 각각 '아이디어 트리'와 '위원회'로 구성됐다. '아이디어 트리'에서는 여러 연구과제가 주어지며, 플레이어의 선택대로 도시의 발전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다. '온실'을 연구하면 '개량형 온실'이 해금되고, 개선된 시설에서 더 많은 자원을 얻게 되는 방식이다.

다만 '아이디어 트리'로 특정 시설, 정책을 해금했더라도 이를 도시에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법령을 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순례자', '영구동토인', '충성가', '뉴런던인' 등의 공동체가 자리잡고 있다. 이 중 다수를 차지한 세력의 성향과 반대되는 안건은 불발되기 일쑤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에 나서야 한다. 특정 정책을 통과시켜 주면 반대파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거나, 중립파를 회유해 반대를 무릅쓰고 원하는 안건을 통과시켜야 한다. 물론 반대파를 너무 홀대하면 시위를 통해 사보타주에 나서는 만큼, 언제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도시 인근의 자원을 수집하고 관리해야 한다. (사진=인게임 화면 갈무리)

균형은 자원 수집·관리에서도 중요하다. 열기, 식량, 자재, 석탄 등 각 자원은 전부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산업 구역에서 공장을 돌리려면 대량의 목재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자재소에 자원을 너무 많이 할당하면 생존에 필요한 열기가 줄어든다. 자재와 열기가 부족하면 범죄율과 사망률이 치솟는 건 덤이다.

도시의 외적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도시 인구에 걸맞은 적절한 인프라를 건설하고, 불만을 최소화하며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도시 운영의 핵심이다.

이 단계에 다다르면 도시의 '번영'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영하 120도의 추위가 몰아치는 세계에서 도시를 무한히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직 '생존'만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도시를 위해 시민을 희생시키는 선택지가 제시되기도 한다. (사진=인게임 화면 갈무리)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종종 비정한 선택지를 마주하게 된다. 일례로 식량이 부족해 모두가 굶고 있는 상황이라면, 노인 수천 명을 추방해야 할 지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진다. 물론 추방이 이루어지면 당장은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효율성을 중시한 끝에 인간성을 버리게 된다면, 과연 생존에 의미가 있을까. 개발사는 이러한 의문을 유저들에게 끊임없이 제시한다.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는 흠잡을 데 없었다. 쓸쓸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사운드트랙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스팀펑크 세계관을 연상시키는 건축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개발사는 출시 후 공식 모딩 툴 '프로스트 키트'를 배포할 예정이다. 향후 유저들의 손길이 닿은 각종 요소도 게임의 재미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가장 쉬운 '시민' 단계도 클리어 난이도가 높다. (사진=인게임 화면 갈무리)

물론 몇 가지 단점도 존재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최적화 문제로 튕김 현상이 발생했으며, 스토리 모드를 제외한 '유토피아' 모드는 '야망' 목표 외에는 즐길거리가 부족했다. 특히 가장 쉬운 '시민' 단계조차 클리어까지 여러 번 트라이를 해야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그럼에도 '프로스트펑크2'는 독보적인 분위기를 담은 작품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문명', '시티즈 스카이라인' 등 비슷한 경영 시뮬레이션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빙하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차별점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든 과제라도 이를 처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포기보다 오기가 생기기 마련. '생존'을 목표로 한 이색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보고 싶다면 '프로스트펑크2'를 적극 추천한다. 게임은 오는 21일 스팀 PC버전으로 정식 출시된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