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둔화하는 형국이다. 급등세에 대한 피로감과 더불어 정부의 강한 대출 규제가 주효했다. 대출을 옥죄면서 가격 상승 흐름을 억누르고 있으나 전셋값의 지속적인 오름세 등 매맷값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은 여전하다. 결국 장기적인 집값 안정의 흐름은 향후 공급 물량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KB부동산이 이날 공개한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19주 연속 상승했으나 상승폭은 지난주 0.18%에서 0.09%포인트(p) 하락했다. 해당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0.10%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7월 1일 기준 0.09%의 상승률로 집계된 이후 이후 12주만이다.
전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다섯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서도 서울아파트 매맷값은 0.10% 오르며 28주 연속 상승했으나 상승폭은 3주 연속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달 초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등으로 대출 옥죄기를 본격화한 결과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주요 단지 매도희망가격은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출규제 및 단기 급등 피로감 누적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돼 매도·매수 희망가 격차가 지속되는 등 거래량도 둔화하며 상승폭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대출규제 영향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으나 임대차 시장에서의 장기적인 가격 오름세는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아파트 전셋값이 0.10% 오르면서 지난주와 동일한 상승폭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71주 연속 상승이다. KB부동산 집계에서도 전셋값은 0.07% 상승으로 전주 대비 0.3%p 하락했으나 60주 연속으로 장기적인 상승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흐름이 동일하다.
월셋값 상승도 심상치 않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월세가격지수는 117.1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8월에도 116.1을 기록하면서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한달 만에 이를 넘어섰다.
임대차 시장의 이 같은 장기적인 가격 상승 흐름 및 급등세는 대출규제로 누르고 있는 아파트 매맷값 오름세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을 축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다만 가을 이사철에 진입하면서 월세 지수가 역대 최고점을 찍었는데 전세 시장도 자극 받게 되고 결국에는 매맷값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출규제로 전월세 시장의 가격 상승 흐름을 찍어누르기도 어렵고 결국에는 양적 공급으로 끊어야 한다"면서 "지금은 가수요자보다 실수요자 단위로 움직이는 시장의 분위기로 공급 물량이 많이 늘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