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은 22일 서울시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풍·MBK 측의 시장교란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사진=손기호 기자)
22일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호지분 확보에 사활을 건다는 입장이다. 박기덕 사장은 이날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호지분 확보 관련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법인들이 (주총 표대결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을 믿는다”며 “과거 주총의 의결권 행사를 돌아보면 유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에도 간담회장 외부에서는 고려아연 관계자가 “3000여명의 직원들이 생산현장에서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고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한다”며 “영풍·MBK가 흔들어 놓은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영풍·MBK 측이 가처분신청 1·2차 모두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았지만 본안 소송으로 대응한다는 것과 관련해 고려아연도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박기덕 사장은 “고려아연도 법적 절차로 대응할 것”이라며 “가처분신청 결과를 봐도 완전히 기각됐다.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임시 주총이 열릴 경우, 의결권 주식수 확보가 관건이다. 현재는 영풍·MBK 측이 지분 5.34%를 확보해 38.4%까지 늘려서 우위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약 34%의 지분을 가졌다.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으론 MBK가 과반에 근접한 약 48%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사장은 “수치상으로는 (MBK 측이) 우위에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양측 다 과반수 확보를 못한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진행되는 공개매수가 끝나면 충분히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분 격차는 많이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LG화학, 한국타이어 등의 협력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도 최 회장 측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박 사장은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법인들에 대해서는 각 법인들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를 보면 이들 법인들이 모든 안건에 동의를 해줬다”고 했다.
공개매수 결과에 관계없이 차입금 등으로 인해 고려아연이 재무부담이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재무구조와 고려아연이 추진하고 있는 트로이카 전략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재무구조도 부채비율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에 차입을 할 때 재무구조 등에 대해서 판단을 받는데, 차입을 승인한 것이 객관적으로 검증이 됐다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전략은 최 회장이 올해 8월초 회사 창립 50주년을 맞아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사업 등을 중심으로 3대 미래성장 전략으로 제시한 것을 말한다. 고려아연은 10년 내 트로이카 사업부문에서 매출 12조2000억원, 기존 제련사업에서 13조원 등 총 25조30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박 사장은 공개매수 이후 경영전략 변화에 대해서 “먼저는 (영풍·MBK와 경영권 분쟁으로) 내부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고, 트로이카 전략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산업계에 필수 희귀금속인 인듐, 카드뮴, 코발트 등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취급하고 있는 만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산업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 관련 심사를 의뢰했다.
이와 관련 박 사장은 “국가핵심기술 관련해서 1차 검토는 했다고 들었다”며 “2차 검토를 위해서 자료 요청 및 분석을 하고 있다. 충분히 (국가핵심기술로) 등재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