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 마트에 진열된 국내 라면들. (사진=김성준 기자)
3분기에도 라면 3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양식품은 ‘불닭 신화’를 다시 갱신하며 독주를 이어갔지만, 농심과 오뚜기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소비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실적을 가른 모양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389억원, 영업이익 8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31%, 101% 증가하며 기존 증권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해외부문 성장세를 바탕으로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1~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반면 농심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2.5% 감소한 37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0.6% 감소한 8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뚜기 3분기 영업이익도 63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4% 하락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0.5% 감소한 9041억원을 기록했다. 농심과 오뚜기 모두 국내 사업 부진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내수 부진 유탄 직격”…삼양식품만 홀로 비껴가
농심은 3분기 내수시장 침체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3분기 국내 영업이익은 1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반토막(-50.5%)났다. 국내 매출액은 6675억원으로 1.2% 늘었지만, 내수시장 침체에 대응한 판촉비 증가가 영업이익을 갉아먹었다. 오뚜기도 국내 매출을 위한 판매비가 증가하면서 이익 감소를 부채질했다. 3분기 국내 매출은 1.2% 감소한 8109억원으로 성장세를 지키지 못했다.
다만 농심과 오뚜기 모두 해외 시장에서는 선방했다. 농심은 국내 수출(+33.5%)을 중심으로 미국(+1.4%), 일본(+20.3%), 호주(+15.4%), 베트남(+20.4%)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은 현지 소비 침체 영향으로 매출이 21% 줄었다. 오뚜기도 3분기 해외 매출이 93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3% 증가했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내수사업은 경기 둔화 영향으로 시장규모가 축소되며 스낵(-6.6%)과 음료(-13.8%) 카테고리에서 감소폭이 컸다”면서 “3분기 영업이익은 내수시장 침체에 대응한 판촉비 증가와 해상운임을 포함한 수출 비용 등 경영비용 상승으로 전년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양식품은 높은 해외 매출 비중으로 내수 부진 여파를 피했다. 삼양식품도 국내 매출은 96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6%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해외 매출이 43% 성장한 3428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71.5%에서 78.1%로 높아졌다. 이와 비교하면 농심 해외매출 비중은 21.5%, 오뚜기는 10.3%로 국내 시장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편이다.
국내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식품사들의 해외 시장 성과가 곧장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장 한계에 다다른 국내 시장과 달리 높은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도 유연하게 책정할 수 있어 수익성도 높기 때문이다. 국내와 비교해 판촉 경쟁이 덜하고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외판매법인을 중심으로 한 현지 맞춤형 전략과 미국·유럽 내 불닭브랜드 인기 확산이 매출로 이어지면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은 물론 3분기 연속 20%대 영업이익률을 실현했다”면서 “최근 신설한 인도네시아, 유럽판매법인이 현지 시장에 안착하고 내년 밀양2공장이 완공되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