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부천만화축제에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탄핵열차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또 다시 탄핵의 시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올린 계엄이 '셀프 탄핵'으로 돌아왔습니다. 6일 미국 외교부에서는 계엄은 '심각한 오판'이라고 평가하며 사실상 대한민국의 '탄핵' 절차에 힘을 싣습니다. 미국의 시선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은 '오판'이었을까요. 오판이었는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말대로 '험난한 정의의 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명태균씨의 말마따나 "대통령은 장님 무사"라는 평가는 소름끼치도록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장님 무사의 어깨에 올라타 계엄의 칼을 휘두르게 한 '눈'은 누구였을까요.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차라리 김건희 여사가 알았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 여사가 아니라면 누구였을까. 여하튼 장님 무사는 "대한민국의 시스템 곳곳은 종북 세력으로 장악되어 있다"고 결론을 내려 버립니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대통령의 파격적 결정을 이해하려면 천공의 유튜브를 보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번 계엄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이나, 방송인 김어준씨의 자택 급습 등은 대통령의 절친(?)이라는 극우 유튜버들 주장을 보면 설명이 될 정도입니다. 극우 유튜버의 눈을 통해 본 대한민국은 '반국가세력' 천지입니다. 이번 포고령에는 예산을 삭감하고 감사원장과 검사 등 탄핵을 추진하는 국회는 국가전복세력에, '집합' 명령에 따르지 않는 의료계는 '처단' 대상에 올랐습니다. 국가는 원래 대통령 명령에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견제 장치'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붕괴시키며 '내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작부터 파격적이었습니다.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에 '대통령실'이라는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한동안은 이 공간을 무어라고 부를지조차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쌩뚱맞은 청와대 이전을 두고 각종 추측을 했습니다. 천공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 것도 이때부터 입니다. 천공의 힘이든 명태균의 영적 계시이든 무엇이든 간에 청와대를 떠난 건 윤석열 대통령이 저지른 최초의 '국가 시스템 파괴' 사건이었습니다. 수많은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청와대에 갖춰진 보안 시스템을 떠나면, 국가의 기밀이 술술 새어나갈 것이라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청와대를 버렸습니다. 이후에는 '청와대 관람객 수'를 부풀려 오히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줬다"는 퍼포먼스까지 시도합니다. 이때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없고, 더 나아가 이를 붕괴시킬 것이며, 그 자리를 허술한 쇼맨십으로 메울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국가 시스템을 잘 알고 충심으로 조언한 사람들은 모두 대통령의 '격노'를 받고 이미 물러난 상태였습니다. 대통령 곁에 남은 사람들은 김건희 여사와 오빠, 천공 등 무속인, 명태균씨 등 컨설턴트, 극우 유튜버들, '충암고'로 대변되는 친윤 사람들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들 대부분은 번뜩이는 인사이트는 간혹 내놓았지만, 국가가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 지에는 문외한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선무당'이랄까요. 장님 무사 윤석열 대통령의 어깨에 탄 선무당들이 결국 "대한민국은 빨갱이 천국"이라는 주술을 세뇌시켜 확증편향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닐까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 왔는가’에서 대통령의 이러한 확증편향이 구체적으로 확인됩니다. 회고록에는 2022년 12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국회의장의 건의에 윤 대통령이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두고 김 전 의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극우 유튜버’ 방송에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이야기가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다”고 탄식합니다. 회고록에서 언급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계엄령 관련 현안질의에 나와 여유로운 미소로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습니다. "대통령을 어떻게 말리냐", "계엄을 공부하지 않아서 몰랐다" 등 다소 황당한 답변도 내놓았습니다. 국가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행안부 수장이 할만한 답변은 아니지요. 계엄이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라고 말하는 장관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주변에 이런 친구들 밖에 없다는 건 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비극입니다. 그 비극적 주인공이 국가 통수권자라는 점에서 국가적인 비극입니다.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 회의에서 "대통령이 너무도 고독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훔칩니다. 국가적 비극 앞에 국회의원이 단 한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도 국민으로서는 참담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짧은 생을 살며 대통령 탄핵 정국을 과연 몇번이나 보게 될까 두렵습니다. 7일 오후 7시 국회는 탄핵안 표결에 들어갑니다. 이미 주변국들에선 한국의 현재 리더십을 비토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손절입니다. 탄핵안의 결론이 어떻게 되든, 탄핵열차는 이미 출발했습니다. 그 종착역이 어디일지, 언제 도착할 지는 잘 모르겠으나, 국민 앞에 8년만에 다시 찾아온 비극, 대한민국이 한참 앓아야 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야구에서 '너클볼'은 공의 회전을 거의 없애 무작위로 움직이는, 마치 마구와 같은 볼입니다. 공기의 저항, 야구공의 실밥, 미세한 흠집까지도 공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구종인데요. 너클볼러가 공을 던지듯, 불규칙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고려해 이슈와 사건을 살피겠습니다. - 편집자 주

[황보람의 너클볼] '장님 무사' 尹 , 누구의 눈으로 무엇을 보았나

대통령, 국가 운영을 '선무당'들과 논의...확증편향 공유
확증편향이 불러일으킨 한밤중 계엄...셀프 탄핵 정국 야기
국가 시스템 파괴자가 된 대통령...내란의 길로 들어서나

황보람 기자 승인 2024.12.06 17:06 | 최종 수정 2024.12.09 10:17 의견 0
2022년 10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부천만화축제에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탄핵열차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또 다시 탄핵의 시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올린 계엄이 '셀프 탄핵'으로 돌아왔습니다. 6일 미국 외교부에서는 계엄은 '심각한 오판'이라고 평가하며 사실상 대한민국의 '탄핵' 절차에 힘을 싣습니다. 미국의 시선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은 '오판'이었을까요. 오판이었는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말대로 '험난한 정의의 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명태균씨의 말마따나 "대통령은 장님 무사"라는 평가는 소름끼치도록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장님 무사의 어깨에 올라타 계엄의 칼을 휘두르게 한 '눈'은 누구였을까요.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차라리 김건희 여사가 알았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 여사가 아니라면 누구였을까. 여하튼 장님 무사는 "대한민국의 시스템 곳곳은 종북 세력으로 장악되어 있다"고 결론을 내려 버립니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대통령의 파격적 결정을 이해하려면 천공의 유튜브를 보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번 계엄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이나, 방송인 김어준씨의 자택 급습 등은 대통령의 절친(?)이라는 극우 유튜버들 주장을 보면 설명이 될 정도입니다.

극우 유튜버의 눈을 통해 본 대한민국은 '반국가세력' 천지입니다. 이번 포고령에는 예산을 삭감하고 감사원장과 검사 등 탄핵을 추진하는 국회는 국가전복세력에, '집합' 명령에 따르지 않는 의료계는 '처단' 대상에 올랐습니다.

국가는 원래 대통령 명령에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견제 장치'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민주주의 시스템을 붕괴시키며 '내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작부터 파격적이었습니다.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에 '대통령실'이라는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한동안은 이 공간을 무어라고 부를지조차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쌩뚱맞은 청와대 이전을 두고 각종 추측을 했습니다. 천공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 것도 이때부터 입니다. 천공의 힘이든 명태균의 영적 계시이든 무엇이든 간에 청와대를 떠난 건 윤석열 대통령이 저지른 최초의 '국가 시스템 파괴' 사건이었습니다.

수많은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청와대에 갖춰진 보안 시스템을 떠나면, 국가의 기밀이 술술 새어나갈 것이라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청와대를 버렸습니다. 이후에는 '청와대 관람객 수'를 부풀려 오히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줬다"는 퍼포먼스까지 시도합니다. 이때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없고, 더 나아가 이를 붕괴시킬 것이며, 그 자리를 허술한 쇼맨십으로 메울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국가 시스템을 잘 알고 충심으로 조언한 사람들은 모두 대통령의 '격노'를 받고 이미 물러난 상태였습니다. 대통령 곁에 남은 사람들은 김건희 여사와 오빠, 천공 등 무속인, 명태균씨 등 컨설턴트, 극우 유튜버들, '충암고'로 대변되는 친윤 사람들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들 대부분은 번뜩이는 인사이트는 간혹 내놓았지만, 국가가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 지에는 문외한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선무당'이랄까요.

장님 무사 윤석열 대통령의 어깨에 탄 선무당들이 결국 "대한민국은 빨갱이 천국"이라는 주술을 세뇌시켜 확증편향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닐까요.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 왔는가’에서 대통령의 이러한 확증편향이 구체적으로 확인됩니다. 회고록에는 2022년 12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국회의장의 건의에 윤 대통령이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두고 김 전 의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극우 유튜버’ 방송에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이야기가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다”고 탄식합니다.

회고록에서 언급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계엄령 관련 현안질의에 나와 여유로운 미소로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습니다. "대통령을 어떻게 말리냐", "계엄을 공부하지 않아서 몰랐다" 등 다소 황당한 답변도 내놓았습니다. 국가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행안부 수장이 할만한 답변은 아니지요. 계엄이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라고 말하는 장관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주변에 이런 친구들 밖에 없다는 건 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비극입니다. 그 비극적 주인공이 국가 통수권자라는 점에서 국가적인 비극입니다.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 회의에서 "대통령이 너무도 고독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훔칩니다. 국가적 비극 앞에 국회의원이 단 한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도 국민으로서는 참담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짧은 생을 살며 대통령 탄핵 정국을 과연 몇번이나 보게 될까 두렵습니다. 7일 오후 7시 국회는 탄핵안 표결에 들어갑니다. 이미 주변국들에선 한국의 현재 리더십을 비토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손절입니다. 탄핵안의 결론이 어떻게 되든, 탄핵열차는 이미 출발했습니다. 그 종착역이 어디일지, 언제 도착할 지는 잘 모르겠으나, 국민 앞에 8년만에 다시 찾아온 비극, 대한민국이 한참 앓아야 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야구에서 '너클볼'은 공의 회전을 거의 없애 무작위로 움직이는, 마치 마구와 같은 볼입니다. 공기의 저항, 야구공의 실밥, 미세한 흠집까지도 공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구종인데요. 너클볼러가 공을 던지듯, 불규칙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고려해 이슈와 사건을 살피겠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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