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국정 혼란 등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동산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특히 정책적 과제로 꼽히는 주택 공급과 원자잿값 앙등에 따른 고분양가 문제 등을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겠냐는 거다.
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조사를 기준으로 서울의 3.3㎡(평)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5456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55.5% 급증했다. 부동산R114가 2000년부터 분양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연간 기준 최대 오름폭이다.
서울의 분양가 상승에 힘입어 전국 신축아파트 3.3㎡(평)당 평균 분양가도 지난해 대비 13.3% 증가한 2039만원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는 분양가 상승 원인으로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와 자재 및 인건비 등 공사비용 인상 등을 꼽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월 2일 공사비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고 건설현장 운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달 3일 비상 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공사비 안정화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 건설사 관계자는 "탄핵 정국과 관련한 민주노총 총파업이 우려되는 부분"이라면서 "공사 현장에 필요한 인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공기를 맞추기도 어렵고 이에 따른 비용도 분양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풀어나가야할 부분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내년부터 시행할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와 층간 소음 규제 강화 기조 등이 건설비용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공사비 안정화 방안의 정책 효과도 반감할 여지가 있다는 게 부동산R114의 설명이다.
주택 공급 확대를 포함한 정부의 다양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추진도 탄핵 정국 속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누적 주택건설 인허가실적은 24만4777가구로 전년 대비 19.1% 감소했다. 인허가 실적 감소와 더불어 입주 물량 감소도 줄어드는 추세로 공급 급감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향후 신축 아파트 희소성은 더욱 높아지고 청약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부동산R114는 내년 전국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규모를 26만4425가구로 내다봤다.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입주 물량이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1기 신도시의 대대적인 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섰지만 이 또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오래 남아있을수록 추진 동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을 수 밖에 없다.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할 주요 법안의 국회 통과는 정부와 야당과의 관계가 얼어붙은 만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선정하고 착공 시점을 최대한 앞당긴다고 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뀐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현장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입주 전망에도 탄행 정국 여파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2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5.2p 하락한 88.6을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은 11.3p 하락하며 90.6을 기록하는 등 기준선인 100을 하회했다. 비수도권도 3.8p 하락한 88.2로 조사됐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속 대출 한도 제한이 입주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지방은 악성 미분양 물량 적체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보수적인 흐름의 시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수요자들의 심리 회복에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속되는 대출 규제 및 트럼프발 경기불안심리에 이어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를 예상한다"면서 "주택사업자들의 시장회복에 대한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보이고 입주리스크의 관리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