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로 정국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선업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예컨대 방산 등 국가 보증이나 지원이 절대적인 산업과는 달리 조선업은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에 기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최근의 환율 상승 역시 수출 주도의 조선업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iM증권은 11일 조선업에 대해 "굳건한 조선업의 발주 펀더멘탈과 고환율이 조선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용진 애널리스트는 "사기업 간 거래인 조선업에서는 일부 조선사가 적용받고 있는 국책은행의 선수금 보증 등을 제외하면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에 기대고 있는다"며 "조선업 발주처는 대부분 국내 조선사와 수십 년간 관계를 이어오고 있고, 정치 이슈는 국내 조선사의 계약 이행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로지 국제 선박발주시장의 수요와 공급만이 이전과 똑같이 조선업 펀더멘탈에 작용할 뿐이란 의미다.
원화 환율 상승 또한 수출산업인 조선업에는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극단적인 예로 1997~1998년 IMF 구제금융 당시 클락슨 선가지수 및 업황은 지속 하락하던 상태였으나 국내 조선업은 오히려 치솟은 환율로 인해 외화 벌이의 일등공신 산업이 되며 주가 또한 치솟았다. 물론 이번 이슈로 인한 환율 상승폭은 당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인 상승 압력이 있는 상황이며, 이는 조선사 실적에도 긍정적일 것이란 평가다. 변 애널리스트는 "조선사는 사업계획 환율을 통상 보수적으로 산정하며 2024년의 계획환율은 평균 1200원 중반이었다"며 "아직 2025년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2025년 계획환율 또한 1300원 중반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 1400원 이상의 고환율은 분명 향후 실적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어 "하강 우려가 있는 국내 경기와 무관한 산업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2025년은 예상보다 좋을 LNGC 발주와 실적이 조선업을 이끌 것으로 봤다. 그는 "바이든 정부에서 중단됐던 LNG 수출 프로젝트들이 재개되면서 내년부터 LNGC 발주는 카타르를 제외한 과거 발주보다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2025년 발주분의 대부분은 한국이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LNGC 발주는 YTD 75척이 나왔으나 이 중 카타르발 수혜로 중국이 24척을 수주했으며 한국 수주는 50여척 수주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5년~28년에는 올해 지연됐던 미국발 LNG프로젝트가 재개되면서 연평균 68척의 LNGC발주가 예상됐다. 특히 내년에는 중국에 LNGC를 발주할 캡티브 물량(카타르 등)이 사실상 없어 한국 조선사의 LNGC 수주는 올해년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국 조선사 매출에서 LNGC가 차지하는 비중은 24년 평균 50.9%에서 26년 평균 66.3%까지 증가한다. LNGC 수주만 증가하더라도 수주잔고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이유다.
기대 이상의 실적 상승이 예상되는 곳으로는 HD현대중공업을 꼽았다.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인도한 선박의 76%가 2021년 수주이며 불과 24%가 2022년 수주분이다. 선가 상승률은 2022년 초부터 현재까지 평균 27%를 상회하며 올해 수주한 선박은 2026~27년에 인도될 예정이다. 변 애널리스트는 "HD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률 추정치 컨센서스는 아직까지 2024년 4%대에서 2026년에도 불과 9%대에 그친다"며 "인건비 상승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조업일수 및 공정이 정상화되는 4분기부터의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