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서도 '꽃'은 피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한해동안 각각 -9.45%, -23.1%라는 수익률 '굴욕'을 기록했지만 전력 인프라 관련주를 필두로 실적 개선을 보인 종목들은 몇 배의 성과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 코스피 '전력기기주', 코스닥 '화장품주' 날았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HD현대일렉트릭으로 한해동안 376.2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업황의 호조가 뚜렷해지면서 북미 지역의 매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 대표 종목 중 하나다.
특히 전력기기 관련주들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에 데이터센터향 전력 수요 폭발 등 '메가 트렌드'를 맞으면서 한해동안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한 섹터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계절적 성수기인 4분기에도 수출금액, 수출단가 모두 상승하고 있어 전력기기 사이클이 길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효성중공업과 LS ELECTRIC은 각각 138.73%, 118.58% 오르면서 모두 두 배 이상의 주가 상승에 성공했고 대원전선과 일진전기도 각각 162.32%, 157.52% 상승을 기록하며 코스피시장 수익률 상위에 나란히 올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화장품 관련 기업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인 제닉은 올해 512.5% 오르며 전체 증시에서 가장 화려한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제닉은 현재 아마존에서 판매량이 폭발 중인 '바이오던스'의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의 핵심 제조사로서 이에 따른 성장성에 주목받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해당 제품의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대비 45.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신규 국내외 고객사까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1분기 깜짝 실적과 함께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실리콘투도 최근 다시 오름세다. 북미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실리콘투는 전년대비 237%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급성장세다. 실리콘투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98.18%다.
바이오주 중에선 알테오젠 주가가 연초 대비 3배(205.58%) 이상 오르며 올해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고 펩트론도 15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밖에도 올해 증시의 '라이징 스타'로 재평가된 삼양식품도 251.39%의 높은 성과를 기록했고, 두산은 한해동안 171.57% 오르며 지주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주가 수익률을 달성했다.
한 사모펀드 운용역은 "메크로 환경부터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올해 시장이 전체적으로 부진했지만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실적에 따른 차별화 장세는 어느 때보다 뚜렷했다"며 "특히 올해 강세를 보인 종목 대부분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입증해낸 기업들인 만큼 내년에도 시장 전반의 흐름과 별개로 해외 시장에서 활약을 통해 잠재력을 드러내는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