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에 새로 진출하거나 확장하면서 내년에도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커지면서 CDMO 사업 역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매출은 196억8000만달러(약 27조원)로 전년 190억1000만달러(약 28조원) 대비 3.5% 증가했다. 글로벌 CDMO 시장은 연평균 14.3%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29년 438억5000만달러(약 6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60만4000ℓ의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증가하는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4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18만ℓ 규모의 5공장이 완공되면 78만4000ℓ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2032년에 마지막 8공장까지 완성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역량은 총 132만4000ℓ가 된다. 론자 등 글로별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초격차 전략이다.
대규모 수주 역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조7028억원 규모의 초대형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창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3조5009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2011년 창사 이래 누적 수주 총액은 약 21조원을 돌파했다.
셀트리온 역시 CDMO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CDMO 법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설립하고 CDMO뿐만 아니라 연구까지 대행하는 위탁연구개발생산(CDRMO)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에 최대 30만ℓ 규모의 CDMO 생산설비를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2031년에는 최대 3조원의 매출을 내는 것이 목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본격적으로 CDMO 사업에 승부를 걸었다.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영업 부문 부사장을 역임한 제임스 박 전(前) 지씨셀 대표를 새롭게 대표로 기용하며 수주활동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성장하고 있는 CDMO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4만ℓ규모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보유중이며 지난 7월 인천 송도에 12만ℓ규모의 1공장 건설을 시작했고 오는 2027년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후 같은 규모의 2공장과 3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보령은 최근 대만 제약기업 로터스와 세포독성 항암제 CDMO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지난해 2월 유럽에서 항암제 주사를 생산하는 충남 예산 공장에 대해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EU-GMP)을 인정받고 CDMO 사업 역량을 갖춘 바 있다. 이번 계약은 보령이 전략적 오리지널 필수 의약품을 인수하고 생산을 내재화해 이를 해외로 공급하는 글로벌 CDMO 사업에 진출한 첫 사례로 전략적 성장 계획을 가속화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휴온스는 지난달 143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제조 시설을 갖춘 팬젠의 주식 264만 7378주 취득했다. 휴온스는 팬젠 인수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R&D 강화와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팬젠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포주 개발 원천기술인 ‘팬젠 CHO-TECH’, 그리고 제품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자회사 대웅바이오를 통해 CDM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9월 완공한 화성시 향남 바이오공장을 통해 2028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cGMP' 인증을 획득하고 글로벌 CMO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처럼 CDMO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 성장 가능성과 함께 신약개발 보다 리스크가 적고 한번 수주 계약을 맺으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CDMO 사업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며 “CDMO 사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항암제나 대사질환, 비만 등 시장성 높은 분야에 대한 CDMO 등 수익을 거두기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