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대이동’의 시대다. 미국 주식 투자를 통해 ‘돈복사’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늘면서 해외 주식 보관 금액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블루오션 같던 브로커리지 시장에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한 것. 승기를 잡기 위한 증권사들 경쟁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편집자주 “기민한 추격자들이 우리 비즈니스모델(BM)을 위협하고 있다”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의 신년사에 키움증권의 고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회사 전부문의 고른 성장”이라는 성과를 얻었다는 안도감보다는 “시장의 변화와 추격자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긴장감이 더 커 보인다. (사진=엄주성 키움증권 사장) ■ 1조클럽 앞두고 토스증권에 추월 허용 2000년 출범한 키움증권은 저렴한 수수료, 고객 중심의 편의성을 거름삼아 19년 연속 브로커리지 1위의 왕좌를 지켜왔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180억원으로 1조클럽 입성을 앞둔 업계 3위. 엄 사장은 지난해 회사가 전반적으로 고른 성장을 이뤘다는 데 긍정적 의미를 뒀다. 실제 2022년 당시 99%에 육박했던 리테일 부문의 영업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다만 경쟁사들이 기업금융(IB)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브로커리지 비중이 30% 안팎까지 낮아졌음을 감안한다면 63.4%에 달하는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이런 가운데 불어닥친 해외주식 투자 열풍은 키움증권에겐 호재였다. 실제 키움증권은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해외주식 거래대금 1위를 이어왔다. 3분기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한분기 만에 32% 가량 늘어나며 525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서학개미들을 정조준하고 나선 토스증권의 등장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25년 전 키움증권이 온라인 브로커리지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던 것처럼 간편성과 낮은 수수료, 편리성을 무기로 내세운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전문 하우스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면서 투자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외주식 서비스 출시 후 1년 여만에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추월한 토스증권은 지난 10월 해외주식 거래대금 기준 1위를 차지하며 마침내 키움증권의 왕좌를 빼았았다.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10월 2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 30조5400억원까지 또 한걸음 껑충 뛰었다. 지난 한해동안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거래 규모는 무려 430%라는 폭발적 증가를 기록했다. 한번 뒤바뀐 순위를 다시 뒤집기엔 토스의 성장세가 무섭다. ■ 2000년 '혁신' 외쳤던 키움, 토스증권 '혁신' 이길까 키움증권은 지난 11월을 기점으로 해외주식 투자자들을 향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사실상 연중 이벤트가 돼 버린 '해외주식 옮기기 최대 500만원 현금증정 이벤트'는 물론 ‘전고객 미국 주식옵션 계약당 수수료 1달러’, ‘33달러받고 미국주식 첫거래하기’, ‘크리스마스 맞이 미국 주식 증정 이벤트’ 등도 내놨다. 관건은 키움증권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을 지 여부다. 해외주식 실시간 소수점 거래와 주식 모으기 등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였던 토스증권은 최근 ‘달러 송금 서비스’도 내놨다. 기존 원화 환전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해당 서비스 도입을 통해 토스증권 및 타사 계좌에 있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 없이 간편하게 자금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미국 투자 편의성을 더 높인 것이다. 반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미국주식 배당 시뮬레이션 서비스’에 이어 이달 초 해외주식을 맞춤형으로 검색할 수 있는 ‘종목 스크리닝’ 서비스를 추가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정보를 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강화한 것이다. 주식모으기 서비스 역시 내달 중순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한 대형증권사 WM담당 임원은 “해외주식 투자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서비스 혁신성을 기준으로 보면 기존 증권사들이 토스증권을 따라가는 모양새”라고 귀뜸했다. 그는 ”특히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이 브로커리지를 기반으로 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만큼 키움 입장에선 해외시장 점유율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일 수 있다”며 “혁신성과 고객 편의성을 무기로 한 파급력이 시장 판도 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키움증권도 다양한 생존 전략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학왕개미] ‘개미하우스’ 키움증권이 절실해졌다

'위협' '추격자의 거센 도전' 긴장감 커지는 키움증권
브로커리지 시장서 맞붙은 '만만찮은' 토스증권

박민선 기자 승인 2025.01.07 15:17 의견 0

‘개미 대이동’의 시대다. 미국 주식 투자를 통해 ‘돈복사’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늘면서 해외 주식 보관 금액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블루오션 같던 브로커리지 시장에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한 것. 승기를 잡기 위한 증권사들 경쟁이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편집자주

“기민한 추격자들이 우리 비즈니스모델(BM)을 위협하고 있다”

엄주성 키움증권 사장의 신년사에 키움증권의 고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회사 전부문의 고른 성장”이라는 성과를 얻었다는 안도감보다는 “시장의 변화와 추격자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긴장감이 더 커 보인다.

(사진=엄주성 키움증권 사장)

■ 1조클럽 앞두고 토스증권에 추월 허용

2000년 출범한 키움증권은 저렴한 수수료, 고객 중심의 편의성을 거름삼아 19년 연속 브로커리지 1위의 왕좌를 지켜왔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180억원으로 1조클럽 입성을 앞둔 업계 3위.

엄 사장은 지난해 회사가 전반적으로 고른 성장을 이뤘다는 데 긍정적 의미를 뒀다. 실제 2022년 당시 99%에 육박했던 리테일 부문의 영업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다만 경쟁사들이 기업금융(IB)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브로커리지 비중이 30% 안팎까지 낮아졌음을 감안한다면 63.4%에 달하는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이런 가운데 불어닥친 해외주식 투자 열풍은 키움증권에겐 호재였다. 실제 키움증권은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해외주식 거래대금 1위를 이어왔다. 3분기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한분기 만에 32% 가량 늘어나며 525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서학개미들을 정조준하고 나선 토스증권의 등장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25년 전 키움증권이 온라인 브로커리지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던 것처럼 간편성과 낮은 수수료, 편리성을 무기로 내세운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전문 하우스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면서 투자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외주식 서비스 출시 후 1년 여만에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추월한 토스증권은 지난 10월 해외주식 거래대금 기준 1위를 차지하며 마침내 키움증권의 왕좌를 빼았았다.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10월 2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 30조5400억원까지 또 한걸음 껑충 뛰었다. 지난 한해동안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거래 규모는 무려 430%라는 폭발적 증가를 기록했다. 한번 뒤바뀐 순위를 다시 뒤집기엔 토스의 성장세가 무섭다.

■ 2000년 '혁신' 외쳤던 키움, 토스증권 '혁신' 이길까

키움증권은 지난 11월을 기점으로 해외주식 투자자들을 향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사실상 연중 이벤트가 돼 버린 '해외주식 옮기기 최대 500만원 현금증정 이벤트'는 물론 ‘전고객 미국 주식옵션 계약당 수수료 1달러’, ‘33달러받고 미국주식 첫거래하기’, ‘크리스마스 맞이 미국 주식 증정 이벤트’ 등도 내놨다.

관건은 키움증권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을 지 여부다. 해외주식 실시간 소수점 거래와 주식 모으기 등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였던 토스증권은 최근 ‘달러 송금 서비스’도 내놨다. 기존 원화 환전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해당 서비스 도입을 통해 토스증권 및 타사 계좌에 있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 없이 간편하게 자금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미국 투자 편의성을 더 높인 것이다.

반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미국주식 배당 시뮬레이션 서비스’에 이어 이달 초 해외주식을 맞춤형으로 검색할 수 있는 ‘종목 스크리닝’ 서비스를 추가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정보를 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강화한 것이다. 주식모으기 서비스 역시 내달 중순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한 대형증권사 WM담당 임원은 “해외주식 투자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서비스 혁신성을 기준으로 보면 기존 증권사들이 토스증권을 따라가는 모양새”라고 귀뜸했다. 그는 ”특히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이 브로커리지를 기반으로 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만큼 키움 입장에선 해외시장 점유율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일 수 있다”며 “혁신성과 고객 편의성을 무기로 한 파급력이 시장 판도 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키움증권도 다양한 생존 전략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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