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전경. (사진=LG엔솔)
전기차 캐즘의 영향은 물론,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공세에 밀리며 힘든 2024년을 보낸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올해 반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비상경영'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조직내 경각심을 높이면서, 미래 기술 확보와 사업 및 시장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복안이다.
19일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업계는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3사의 영업손실 추정치 합계는 약 7000억원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 3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6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조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잠정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손실 255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국 IRA에 따른 세액공제(AMPC) 혜택 금액은 3773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실질 영업손실은 6028억원 수준이다.
삼성SDI 역시 4분기 매출 3조8490억원, 영업손실 16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SK온 또한 직전 분기 흑자를 기록한 뒤 다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지난해 3분기 고객사로부터 받은 보상금 등 일회성 요인 2115억원이 반영돼 첫 흑자를 기록했다.
배터리업계는 그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로 영업이익을 충당해왔다. 그럼에도 지난해 유럽 경기 침체에 따른 전기차 판매 부진, 중국산 배터리들의 가격 공세로 부진을 피하지 못한 모양새다.
올해도 암울한 전망이 예고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IRA 보조금이 축소·폐지될 가능성이 높고, 전기차 캐즘 역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IRA 정책 무력화 가능성이 높아지며 전동화 전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이차전지 업체들의 가동률 또한 하락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시장 중심인 한국 3사 점유율은 더욱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19.8%로, 전년 동기 대비 3.7%p 하락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출장비·성과급 축소, 신규 채용을 제한했고, SK온 역시 지난해 7월부터 임원 연봉 동결 및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삼성SDI는 경영진 차원에서 비상경영에 준하는 비용 절감을 지시했다.
또한 3사는 비용 절감과 함께 연구·개발(R&D), 사업 분야 확대 등을 통해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주항공, 로봇,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비(非)전기차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동시에 기존 LFP, LMFP,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며 중저가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SDI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로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목표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성·에너지 밀도가 높은 우수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생산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다.
SK온은 ESS 사업에 본격 진입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이다. 미국 IHI테라선솔루션과 업무협약을 맺어 북미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각형 및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통해 각종 응용분야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 전고체 배터리 관련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