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자료=우리금융) “과점주주는 단일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고, 결국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일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6년 12월 15일.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우리은행 과점주주 대표 간담회서 밝힌 의견이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연거푸 실패하던 정부가 마지막이라 여기고 꺼내든 카드가 ‘과점주주 매각’이었다.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의 29.7%를 쪼개 팔기로 한 것. 투자자 찾기에 1년을 매달려 한화생명, 동양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IMM PE 등 5개 회사를 끌어들였다. 대한민국 은행사에 처음 시도되는 ‘과점주주 체제’를 두고 당시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임 위원장은 과점주주 대표들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바람직한 과점주주 지배체제의 롤 모델을 꼭 만들어 달라고. “협의 과정에서 과점주주들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겠으나, 이는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경험을 공유해 나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며, 주주 여러분들이 우리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 등을 통해 합리적 의견 조율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약 8년. 임 위원장의 당부는 현실화됐을까. 그 때의 임 위원장이 우리금융 CEO가 돼 여전히 실험이 진행 중이긴 하나 성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우선 과점주주 체제의 최고경영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손태승 전 회장은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현직이던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이 여파로 옷을 벗었다. 임 회장이 중심이 돼 고강도 쇄신책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당국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우리금융 관련 발언은 계엄과 탄핵국면 속에서도 여전히 살벌하다. 과점주주들 또한 당초 기대했던 ‘집단지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준다. 사모펀드의 특장점을 살려 효율적 경영 문화 전수를 주문받았던 IMM PE는 최근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이탈했다. 업권 간 시너지 발휘를 주문받았던 동양생명과 한화생명 또한 각자 사정으로 일찌감치 대열에서 빠졌다. 잦은 손바뀜 속에 원년 멤버는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만이 남았다. 그나마 푸본현대생명, 유진 PE 등 2개 회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가까스로 과점 체제를 유지하는 중이다. 문제는 앞으로 과연 과점주주 체제가 지속될 수 있느냐다. 한두 곳만 더 이탈하면 ‘과점 체제’라고 부르기 애매한 상황이다. 생명보험 업계의 성장이 정체된 지 오래고 사모펀드 역시 투자수익률이 최우선 고려 사항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우리금융 주가가 더 오를 경우 이탈 유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부회장(한국투자증권 추천),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키움증권 추천), 윤인섭 전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푸본현대생명 추천), 신요환 신영증권 고문(유진 PE 추천),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추천),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 7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IMM PE 몫인 지성배 사외이사가 빠지면 과점주주 추천 4인, 전문가 2인 등 총 6명이 남는다. 2023년 주주총회 전까지만 해도 우리금융 이사진 8명 가운데 회장과 전문가 1명을 빼고 6명이 과점주주 추천 인사였다. 만약 우리금융이 새로운 과점주주를 찾지 않고 교수 등 전문가에게 기존 IMM PE 몫을 맡길 경우 과점주주 4인, 전문가 3인의 구성이 된다. 사측 추천 이사의 증가로 회장의 지배력은 더 커지는 반면, 과점주주의 목소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여기에 과점주주가 한두 곳 더 이탈하게 되면 ‘과점 체제’의 의미 자체가 퇴색된다. 이런 이유탓에 우리금융이 결국에는 과점 체제서 벗어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우리금융의 최대주주는 오랫동안 정부(예금보험공사)였지만 현재는 완전 민영화에 성공해 우리사주(지분율 8.72%)가 1대 주주다. 다음으로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국민연금, 블랙록 등이 6%대의 지분율로 2~3대 주주다. 과점주주 한 곳당 지분율이 4% 안팎에 불과해 향후 추가 이탈이 발생할 경우 10% 안팎의 지분율로 회사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모양새가 연출된다. 상식적으로나, 효율적으로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지배구조다. 과점 체제의 최대 장점으로 제시된 ‘집단지성’이 과연 우리나라 기업문화 풍토에 적합한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과점체제를 선호해 우리금융의 매각 방식으로 택했다기보단 단일 매각 주체를 찾기를 여러 번 실패하다 보니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쥐어짜 낸 아이디어였다”며 “우리금융 과점 주주가 되면 4000억~5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묶이게 되는데 행동주의펀드말고 어느 누가 관심이 있겠냐”고 되물었다.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세력 외에 합리적이고 신사적인 과점주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일단 우리금융은 ‘과점 체제’의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금융당국이 제시한 ‘모범관행’에 맞게 모두 손을 본 상태다. 다만, 다른 금융지주의 개정 작업이 경영승계절차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달리 우리금융의 경우 과점 체제 특성상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 및 독립성 확보’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실효성 확보 여부는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점 체제에 변화가 생기면 이사회 구성과 사외이사 평가체계에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한 구조다. 한편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맡아 금융개혁을 주도했던 임종룡 회장은 당시 대통령 탄핵 사태로 기획재정부 장관 영전이 꺾인 바 있다. 당시엔 탄핵 피해자였던 그가 세월이 흘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수혜자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몰락으로 임 회장의 임기보다 이복현 원장의 임기가 더 타격을 받았기 때문. 2월 초 발표될 우리금융 조사 결과에 ‘매운 맛’ 고춧가루가 뿌려지긴 해도 임 회장 임기까지 건드리긴 힘들 것이란 것이 안팎의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지렛대 삼아 임 회장은 우리금융 개혁에 적극 매진 중이다. 우선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 행장에 1968년생 정진완 부행장을 파격 발탁했다. 정 신임 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입행 4년 만에 회사가 한빛은행으로 탈바꿈해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꼽힌다. 지방대를 나와 중소기업 영업에 매진한 비주류지만 실력을 인정받아 부행장까지 올랐고 그룹이 최대 위기인 상황에서 쇄신의 중임이 맡겨졌다. 그는 지난달 부행장 23명 중 11명을 바꾸는 세대교체 인사와 함께 조직을 슬림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임 회장은 상업·한일 계파문화 및 순혈주의를 깨기 위해 외부 인사 영입에도 공을 들인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임기 만료 자회사 대표 6명을 전원 교체했는데 우리카드의 경우 진성원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본부장이 최종후보로 추천됐다. 우리은행 출신이 도맡아 오던 자리인데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에 개방됐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신설한 윤리경영실 실장에는 검사 출신의 이동수 변호사를 영입했다. 우리금융이 공을 들이고 있는 동양·ABL생명 인수와 관련해서도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합병의 주역인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를 인수단장으로 선임했다. 10년 만에 부활한 우리투자증권 역시 대우증권 출신 남기천 대표가 수장으로 가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각종 사건사고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고강도 개혁을 이어가며 신뢰 회복의 계기를 마련해 가는 중”이라며 “과점주주 이슈와 관련해서도 특정 선택지를 고집한다기보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그룹과 주주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2023년 12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셀프 연임’ 등 국내 은행의 지배구조가 글로벌 기준과 비교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5대 금융지주는 당국이 제시한 ‘모범관행’을 준수하기 위해 지난 한 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정기인사를 마무리했다. 발표 이후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각 금융지주들이 ‘모범관행’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자료=금융감독원

[모범관행 점검④우리금융] 임종룡의 과점주주 체제, 수술대 오를까

임종룡 금융위원장 시절 당부 '집단지성', 8년뒤 현실은 '답답해'
과점주주 체제 CEO들의 수난 지속...과점체제 유지도 만만찮아
첫 탄핵 피해자 임종룡, 이번 탄핵 수혜...우리금융 개혁 매진 발판

최중혁 기자 승인 2025.01.23 10:00 의견 0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자료=우리금융)


“과점주주는 단일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고, 결국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일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6년 12월 15일.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우리은행 과점주주 대표 간담회서 밝힌 의견이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연거푸 실패하던 정부가 마지막이라 여기고 꺼내든 카드가 ‘과점주주 매각’이었다.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의 29.7%를 쪼개 팔기로 한 것. 투자자 찾기에 1년을 매달려 한화생명, 동양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IMM PE 등 5개 회사를 끌어들였다.

대한민국 은행사에 처음 시도되는 ‘과점주주 체제’를 두고 당시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임 위원장은 과점주주 대표들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바람직한 과점주주 지배체제의 롤 모델을 꼭 만들어 달라고.

“협의 과정에서 과점주주들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겠으나, 이는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경험을 공유해 나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며, 주주 여러분들이 우리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 등을 통해 합리적 의견 조율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약 8년. 임 위원장의 당부는 현실화됐을까. 그 때의 임 위원장이 우리금융 CEO가 돼 여전히 실험이 진행 중이긴 하나 성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우선 과점주주 체제의 최고경영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손태승 전 회장은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현직이던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이 여파로 옷을 벗었다. 임 회장이 중심이 돼 고강도 쇄신책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당국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우리금융 관련 발언은 계엄과 탄핵국면 속에서도 여전히 살벌하다.

과점주주들 또한 당초 기대했던 ‘집단지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준다. 사모펀드의 특장점을 살려 효율적 경영 문화 전수를 주문받았던 IMM PE는 최근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이탈했다. 업권 간 시너지 발휘를 주문받았던 동양생명과 한화생명 또한 각자 사정으로 일찌감치 대열에서 빠졌다. 잦은 손바뀜 속에 원년 멤버는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만이 남았다. 그나마 푸본현대생명, 유진 PE 등 2개 회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가까스로 과점 체제를 유지하는 중이다.

문제는 앞으로 과연 과점주주 체제가 지속될 수 있느냐다. 한두 곳만 더 이탈하면 ‘과점 체제’라고 부르기 애매한 상황이다. 생명보험 업계의 성장이 정체된 지 오래고 사모펀드 역시 투자수익률이 최우선 고려 사항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우리금융 주가가 더 오를 경우 이탈 유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부회장(한국투자증권 추천),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키움증권 추천), 윤인섭 전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푸본현대생명 추천), 신요환 신영증권 고문(유진 PE 추천),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추천),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 7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IMM PE 몫인 지성배 사외이사가 빠지면 과점주주 추천 4인, 전문가 2인 등 총 6명이 남는다.

2023년 주주총회 전까지만 해도 우리금융 이사진 8명 가운데 회장과 전문가 1명을 빼고 6명이 과점주주 추천 인사였다. 만약 우리금융이 새로운 과점주주를 찾지 않고 교수 등 전문가에게 기존 IMM PE 몫을 맡길 경우 과점주주 4인, 전문가 3인의 구성이 된다. 사측 추천 이사의 증가로 회장의 지배력은 더 커지는 반면, 과점주주의 목소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여기에 과점주주가 한두 곳 더 이탈하게 되면 ‘과점 체제’의 의미 자체가 퇴색된다.

이런 이유탓에 우리금융이 결국에는 과점 체제서 벗어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우리금융의 최대주주는 오랫동안 정부(예금보험공사)였지만 현재는 완전 민영화에 성공해 우리사주(지분율 8.72%)가 1대 주주다. 다음으로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국민연금, 블랙록 등이 6%대의 지분율로 2~3대 주주다. 과점주주 한 곳당 지분율이 4% 안팎에 불과해 향후 추가 이탈이 발생할 경우 10% 안팎의 지분율로 회사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모양새가 연출된다. 상식적으로나, 효율적으로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지배구조다. 과점 체제의 최대 장점으로 제시된 ‘집단지성’이 과연 우리나라 기업문화 풍토에 적합한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과점체제를 선호해 우리금융의 매각 방식으로 택했다기보단 단일 매각 주체를 찾기를 여러 번 실패하다 보니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쥐어짜 낸 아이디어였다”며 “우리금융 과점 주주가 되면 4000억~5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묶이게 되는데 행동주의펀드말고 어느 누가 관심이 있겠냐”고 되물었다.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세력 외에 합리적이고 신사적인 과점주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일단 우리금융은 ‘과점 체제’의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금융당국이 제시한 ‘모범관행’에 맞게 모두 손을 본 상태다. 다만, 다른 금융지주의 개정 작업이 경영승계절차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달리 우리금융의 경우 과점 체제 특성상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 및 독립성 확보’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실효성 확보 여부는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과점 체제에 변화가 생기면 이사회 구성과 사외이사 평가체계에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한 구조다.

한편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맡아 금융개혁을 주도했던 임종룡 회장은 당시 대통령 탄핵 사태로 기획재정부 장관 영전이 꺾인 바 있다. 당시엔 탄핵 피해자였던 그가 세월이 흘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수혜자로 평가받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몰락으로 임 회장의 임기보다 이복현 원장의 임기가 더 타격을 받았기 때문. 2월 초 발표될 우리금융 조사 결과에 ‘매운 맛’ 고춧가루가 뿌려지긴 해도 임 회장 임기까지 건드리긴 힘들 것이란 것이 안팎의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지렛대 삼아 임 회장은 우리금융 개혁에 적극 매진 중이다. 우선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 행장에 1968년생 정진완 부행장을 파격 발탁했다. 정 신임 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입행 4년 만에 회사가 한빛은행으로 탈바꿈해 계파색이 옅은 인물로 꼽힌다. 지방대를 나와 중소기업 영업에 매진한 비주류지만 실력을 인정받아 부행장까지 올랐고 그룹이 최대 위기인 상황에서 쇄신의 중임이 맡겨졌다. 그는 지난달 부행장 23명 중 11명을 바꾸는 세대교체 인사와 함께 조직을 슬림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임 회장은 상업·한일 계파문화 및 순혈주의를 깨기 위해 외부 인사 영입에도 공을 들인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임기 만료 자회사 대표 6명을 전원 교체했는데 우리카드의 경우 진성원 전 현대카드 오퍼레이션본부장이 최종후보로 추천됐다. 우리은행 출신이 도맡아 오던 자리인데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에 개방됐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신설한 윤리경영실 실장에는 검사 출신의 이동수 변호사를 영입했다. 우리금융이 공을 들이고 있는 동양·ABL생명 인수와 관련해서도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합병의 주역인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를 인수단장으로 선임했다. 10년 만에 부활한 우리투자증권 역시 대우증권 출신 남기천 대표가 수장으로 가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각종 사건사고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고강도 개혁을 이어가며 신뢰 회복의 계기를 마련해 가는 중”이라며 “과점주주 이슈와 관련해서도 특정 선택지를 고집한다기보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그룹과 주주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2023년 12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셀프 연임’ 등 국내 은행의 지배구조가 글로벌 기준과 비교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5대 금융지주는 당국이 제시한 ‘모범관행’을 준수하기 위해 지난 한 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정기인사를 마무리했다. 발표 이후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각 금융지주들이 ‘모범관행’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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