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산자이 더 헤리티지 재건축을 두고 GS건설과 조합 간 1032억원의 추가 공사비 문제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입주 3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GS건설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 제한도 고려하겠다는 강수를 두고 있다. 조합은 부담 증가를 이유로 추가 증액을 반대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며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GS건설 철산자이 조감도 (사진=GS건설)
■ GS건설-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1032억원 추가 증액 요청"
4일 GS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 조합에 공사비 1032억 원의 추가 증액을 요청하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입주 제한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최초 계약 이후 세 번째 공사비 증액 요청으로, GS건설은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과 수급 불안정, 조합의 설계 변경 요청 등을 공사비 증액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GS건설은 "이러한 외부 요인들이 계약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며, 이에 따른 부담을 지금까지 시공사가 전적으로 감당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조합의 요청에 따른 설계 변경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음에도, 조합이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입주 예정일인 5월까지 계약 금액 조정에 대한 협의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의 입주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조합 측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공사비를 증액해 준 만큼, 추가적인 공사비 증액은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을 고려할 때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합장은 "이미 계약서대로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공사비를 책정했고 두 차례 공사비를 증액해줬다"며, "지난 2023년 일반분양에 들어갔을 때 특화 품목을 넣어 달라고 요청한 것을 감안해 100억원 정도 올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1000억원이 넘는 공사비 인상은 무리한 요구"라고 밝혔다.
■ 공사비 분쟁 반복돼…정부, 전문가 파견 등 중재방안 내놨지만 실효성 논란
철산주공8·9단지 사례 외에도 국내 여러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공사비 증액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는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3.3㎡당 공사비를 기존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약 34% 인상할 것을 요구하며 조합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 2023년 7월에는 811만원가량 추가 인상됐고, 2024년 1월에는 847만원으로 또 한 차례 인상됐다.
또한, 지난해 1월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건축 사업에서는 공사비 미지급을 이유로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을 행사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사비 분쟁이 빈번해지자, 국토교통부는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 2023년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문가 파견 제도는 공사비 분쟁으로 사업 지연이 우려되는 경우, 분쟁 당사자가 기초자치단체에 전문가 파견을 신청하면, 검토 후 광역자치단체를 통해 3~4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단이 해당 현장에 파견된다. 이때 소요되는 비용은 전액 국토부가 지원한다.
또한 공사계약 사전 컨설팅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아직 공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신규 조합을 대상으로 계약 체결 시 유의 사항이나 분쟁 사례 등에 대한 무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조합은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 등에서 이 컨설팅을 신청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대응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 파견을 통한 문제 해결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중재안에 대한 강제력이 없다는 점, 전문가의 현장 이해도에 따라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소모적인 분쟁 조정 시간 줄여야…공사비 관련 법원 판례 활용 등 고려"
공사비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설계 변경, 물가 상승 등이 있다. 불가항력적인 일들까지 포함해 공사비 증액에 대한 추가 부담 가능성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시공사와 조합 간 분쟁으로 인해 버려지는 시간과 돈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국제 정세의 변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시공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공사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게 되고, 조합은 조합원들의 분담금 증가를 우려해 이를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와 조합 간 분쟁으로 2~3년 공사를 중단할 때 비용이 추가로 든다"면서 "분쟁하는 데 소하는 비용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를 단축시키는 방안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분쟁조정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안으로는 법원의 판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불가항력적인 사항으로 인해서 공사비가 울랐을 때 얼마를 올려졌는지 등 판례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법적 분쟁까지 가지 않고 분쟁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정부와 건설사, 조합 등이 찾아서 추가적으로 또 소모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