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 충남 서산 대산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기준치 넘는 페놀이 든 공장 폐수를 인접 자회사로 떠넘긴 것이 ‘배출’인지 여부를 두고 10년을 이어 온 재판에서 HD현대오일뱅크의 책임이 인정됐다. 비용 절감을 위해 자회사로 위험을 떠넘긴 대기업의 행태가 철퇴를 맞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26일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달호 전 HD현대오일뱅크 부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전·현직 임원 4명에게 각각 징역 9개월~1년 2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강 전 대표는 발언 기회를 얻어 항소할 뜻을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 법인은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9년 10월∼2021년 11월까지 대산공장의 폐수 배출시설에서 나온 페놀 및 페놀류 함유 폐수 33만톤을 자회사인 현대 OCI 공장으로 배출한 혐의를 받는다. 2016년 10월∼2021년 11월에는 페놀 폐수를 자회사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하기도 했다.

2016년 10월∼2021년 11월 페놀 폐수를 자회사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한 혐의, 2017년 6월∼2022년 10월 대산공장에서 나온 페놀 오염수 130만톤을 방지시설을 통하지 않고 공장 내의 가스세정 시설 굴뚝으로 증발시킨 혐의 등도 적용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폐수를 외부가 아닌 인접한 계열사 공장으로 보낸 것이 물환경보전법상 '배출'에 해당하는지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수질오염 물질이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배출되는 경우에는 배출시설 설치 의무가 면제되지만, 오염 기준치를 조과 하는 폐수를 공장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HD현대오일뱅크 측은 "폐수를 공업용수로 재활용한 것으로, 재활용 후 적법한 기준에 따라 방류해 환경오염이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2022년 충청남도는 해당 시설에 대해 '특정 배출시설 폐쇄' 행정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범행 기간이 상당히 길고 내부제보자의 공익신고가 없었다면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며 인근 주민들의 악취 민원으로 관할 행정관청의 점검·단속이 있을 때만 폐수 공급을 중단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페놀 같은 독성이 강한 폐수는 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고 원사업장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행법의 명확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공익제보 당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페놀 함유량은 배출허용기준인 리터당 1mg을 크게 웃도는 수치인 최소 2.2, 많게는 6.6까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페놀은 제2차 세계대전 대량 학살에 이용된 맹독 물질이다. 소화기, 호흡, 피부 접촉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심각한 장애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환경부는 이를 폐수의 무단방류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사전 통지했다. 현대오일뱅크에 부과예고된 과징금은 1509억 원으로 개정 환경범죄단속법 시행 후 역대 최대액이나 실질적인 부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1심 판결과 관련해 즉시 항소할 뜻을 밝혔다. 사측은 "공정 내 가스세정시설을 통한 대기 중 배출 혐의와 관련 오염물질이 배출되었다는 직접 증거가 없으며, 오염물질의 대기 중 배출 사안에 대해 물환경보전법 적용은 무리한 법 적용"이며 무엇보다 "외부로의 배출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