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식에서 "우리는 파내고 파낼 것"(We will drill, baby, drill you)이라며 전통 에너지 산업 강화를 천명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LNG업체로 재평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반기 E&S 합병 시너지 본격화 전망

SK이노E&S는 현재 국내 주요 천연가스 발전소에 연료를 직도입하고 있다. 광양천연가스발전소(500MW급 2기), 파주천연가스발전소(910MW급 2기), 위례열병합발전소(450MW급), 여주천연가스발전소(1,000MW급 1기) 등이 대표적이다. iM증권은 올해 하반기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가동을 기점으로 SK이노E&S의 정유 및 E&S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높아지며, 보다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E&S의 LNG 사업 매출액은 ▲2022년 1조9158억원 ▲2023년 1조943억원 ▲2024년 상반기 7507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약 13%를 차지했다. 2013년 9월,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미국 Freeport LNG社와 천연가스 액화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이후, 2020년 6월부터 LNG 직도입을 진행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0년부터 계열사별로 분산 운영되던 LNG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해 직접 관리하고 있다. SK그룹은 석유 중심의 에너지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LNG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아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SK그룹의 에너지 사업을 이끈 인물로 2005년 SK E&S에서 처음 대표이사를 맡았다.

오너3세 최인근·성근 E&S 자회사 패스키 근무중

SK가 LNG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그룹의 차세대 경영인들도 SK E&S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의 장남 최인근 패스키 매니저와 최 수석부회장 장남 최성근 패스키 매니저는 SK E&S를 거쳐 손자회사인 패스키에 입사했다.

SK이노E&S의 LNG 직수입은 가격 경쟁력 및 인프라 확충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체리피킹’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 민간 직수입자의 LNG 구매량 감소로 한국가스공사가 추가로 확보해야 했던 LNG 물량은 172만 톤이며, 이로 인해 약 3조9462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국제 LNG 가격이 상승할 때 민간 직수입자들이 구매량을 줄이면, 그 부담이 가스공사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Freeport-LNG-터미널 (사진=SK이노E&S)

수급책임 전가 직수입사의 얌체 '체리피킹' 지적도

수급책임을 갖고 있는 가스공사는 직수입사로 인해 가격이 유리할 때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고, 불리할 때 더 많은 물량을 수입해야 한다. 이는 가스공사가 해소해야 하는 불확실성 증대로 수급안정성이 악화된다고 강조한다. 반면 직수입 사업자들의 이윤은 증가한다.

김용민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민간 LNG 발전량 70%를 담당하는 SK E&S, GS EPS, 포스코에너지 등 직수입 발전사 영업익 합계액은 2조2617억원으로 2020년 대비 4배 급증했다.

직수입사들은 이러한 현상이 수요예측 오차로 인해 발생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시장 구조상 체리피킹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SK이노E&S 관계자는 "전력시장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언제든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LNG 재고를 유지해야 한다"며 "따라서 필요에 따라 LNG 도입을 결정한다는 체리피킹은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SMP(계통한계가격) 하향 안정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다운스트림 사업의 안정적 이익을 유지하는 주춧돌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바로사 물량이 SK이노E&S 총 도입 물량의 20%에 달하는 만큼 향후 평균 도입원가 하향 안정화 및 이에 따른 발전사업에서의 견고한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이노E&S는 연간 500만톤(2023년 국내 LNG 수입량: 4415만톤)의 LNG를 거래할 뿐 아니라 LNG 수송선 4척을 운영함으로써 LNG 발전·열병합발전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원가경쟁력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계약에 있어서도 트레이딩 자회사인 PRISM 운영으로 시황에 따라 장기/스팟 물량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수익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미국 Freeport LNG 액화터미널 (사진=SK이노E&S)

낮은 발전원가 확보한 LNG 사업에 바로사 가동 더해져 긍정 전망

발전기 급전순위에서 LNG 발전소 모두 10위 안에 들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발전원가를 가지고 있다. 이는 SK E&S가 가진 자체 가스전과 낮은 장기공급계약 가격 때문이다. SK이노 E&S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 ▲동남아 LNG 수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윤용식 연구원은 "SK E&S는 2030년까지 LNG 거래량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000만 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LNG 사업 매출도 2023년 1조1000억원에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2026년 시행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수도권 전기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SK이노E&S의 발전 자산이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LNG 사업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성장 전략과 바로사 가스전 가동은 기업 가치 재평가의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