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NEW 제공
인생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청춘들의 현실을 그린 ‘시동’에서는 ‘어울리는 일’이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나온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어울리는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는 박정민이 영화에 공감한 이유다.
‘시동’의 시나리오를 처음 본 박정민의 눈길을 잡은 것은 엄마에 대한 택일의 애증이다. 택일처럼 크게 방황하지는 않았지만, 고등학생 시절 진로를 두고 부모님과 갈등했던 기억이 떠올라 더욱 애틋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부모님 속을 꽤 많이 썩였다.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표현이 서툴러 속상했던 기억들이 내 안에 있었다. 연기를 하면서 감정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상대에게 지기 싫어서 허세를 부리다가 된통 당할 때도 있지만, 솔직한 매력이 밉지 만은 않은 택일은 이웃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현실적인 인물이다. 박정민은 그런 택일에게서 자신의 모습들을 발견하며 더욱 애정을 가졌다.
“택일은 가까운 친구들과 있을 때의 내 모습과 흡사하다. 편한 사람과 있을 때는 택일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치기 어린 시절 싸움을 못 하면서도 잘하는 척 껄렁껄렁한 모습을 보여준 적도 있다. 내 안에 그런 모습이 있어서 더 재밌게 연기했다”
특히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 애쓰는 택일의 가치관이 닮았다고 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끝까지 영화에 대한 꿈을 밀어붙인 이유도 ‘하고 싶어서’였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에 ‘왜 그래야 하냐’고 반문하는 택일의 외침에 더욱 공감한 이유였다.
“연기는 평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여길 것 같다. 처음부터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어울리는지, 잘하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극 중 동화의 대사에 유독 꽂혔다. ‘하다 보면 어울리는 게 되는 거야’라는 말이 있는데 망치로 맞은 것처럼 아프더라. 그 사람이 너무 슬퍼 보이면서도 내겐 용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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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올 한 해에만 4편의 영화에 연달아 출연하면서도 지치지 않았다. 촬영은 물론, 홍보 인터뷰 역시 최대한 즐기고 있다는 박정민에게는 긍정적인 기운과 여유가 동시에 느껴졌다.
“하기 싫으면 잘 못하는 성격이다. 촬영을 할 때는 힘들다가도 잠깐 쉬면서 다른 걸 하면 풀린다. 요즘에는 촬영 시간이 길지 않아 쉬는 시간도 확보된다. 아직까지 지치지는 않는다. 여태까지 라운드가 아닌 일대일 인터뷰를 고수한 것도 좋아서 하는 일이다. 이번에는 촬영 일정이 있어 그러지 못했지만 늘 좋아서 하고 있다”
다만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꾸준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가치관을 밝혔다. 꾸준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박정민의 다음 선택은 어떨지 궁금증을 모은다. 박정민 역시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자신의 다음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중이 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30살이 되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지금은 중년이 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기다려진다.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걱정 반, 설렘 반의 감정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