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롯데 화학군 3사 전시부스를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3년 연속 적자, 그룹 부담으로 작용

한때 그룹의 대표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이 3년 연속 적자로 깊은 부진에 빠졌다. 롯데케미칼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그룹 내 ‘승계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부진 탈출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1기 당시인 2019년 5월 백악관 집무실에 초청받아 주목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 회장에게 롯데케미칼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투자(31억 달러)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5년 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8948억원으로 2022년(영업손실 7626억원), 2023년(3477억 원)과 비교해 손실폭이 더욱 확대됐다. 부진의 핵심 원인은 기초소재 부문의 적자다. 전체 매출 비중 40.7%를 차지하는 기초소재 부문은 2023년 5010억원 적자에서 2024년 8096억원으로 손실이 확대됐다.

중국발 공급 과잉도 적자를 부추겼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러시아와 이란에서 저가 원유를 수입해 생산비를 낮춘 뒤, 내수 침체로 남는 물량을 대규모 수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에틸렌을 비롯한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마진이 급격히 악화됐다. 미국 셰일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 원가가 상승했으며, 에탄분해설비(ECC) 공정 특성상 수익성 높은 제품을 생산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위기 극복 위한 ‘승부수’···비핵심 자산 정리 및 포트폴리오 전환

ECOSEED r-PE적용 된 포장백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적자 탈출을 위해 비핵심 자산 정리 및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회사 LUSR를 청산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파키스탄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 자회사 LCPL 지분 75.01%를 979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LCI 지분을 활용해 7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검토 중이며, 국내 석유화학 생산능력(CAPA) 조정도 논의 중이다.

신동빈 회장이 노무라증권에서 사회 경험을 쌓고 롯데케미칼에서 기반을 닦았던 것처럼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도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한국 롯데 근무를 시작했다. 신 부사장이 지난해 만 38세가 되면서 병역의무가 면제돼 한국 국적 취득 가능성이 열려 본격적인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신 부사장은 지난 5~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던 ‘인터배터리 2025’를 찾아 롯데 화학군 부스 외에도 동종업계 부스를 방문해 제품 설명을 들었다. 신 부사장의 행보는 갈 길 바쁜 롯데의 행보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 글로벌 시장 변화 대응에 달린 실적 반등···승계 속도 달려

롯데케미칼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구조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전지소재·정밀화학·첨단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기초소재 사업 비중을 30% 이하로 축소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석유화학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다소 긍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화석연료 정책을 강화하면서 원가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확대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될 부양 정책 규모가 지난해 1500억 위안에서 5000억 위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이 비핵심 자산 정리와 고부가 제품 전환 전략을 통해 재무 구조를 안정화하고,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향후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의 적자 탈출 여부는 롯데그룹의 승계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