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사진=IBM홈페이지 갈무리)


양자컴퓨터 관련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초고속 연산이 가능해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 테마는 지난해부터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아왔죠.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늘어난 투자 수요에 맞춰 다양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언뜻 봐선 비슷비슷해 보여 투자자들 선택에 애로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이 ETF들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 빅테크+양자컴株...편입비중 차별화

양자컴퓨터 관련 ETF를 가장 먼저 출시한 곳은 키움투자자산운용입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ETF'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 중 양자컴퓨팅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 20개에 투자합니다.

포트폴리오 상위를 채우고 있는 종목들은 디웨이브 퀀텀과 리게티컴퓨팅, 록히드마틴, 허니웰인터내셔널, 퀀텀컴퓨팅 등 미국에서 양자컴퓨터 관련주로 꼽히는 기업들입니다. 이들 종목에 대한 편입비중은 5~8%대로 고르게 분산해놨습니다.

특징이라면 양자컴퓨터를 포함한 하드웨어 및 인프라부터 관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양자컴퓨팅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른다는 점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으로도 많이 투자하고 있는 아이온큐(5.4%)를 비롯해 양자기술 특화 스타트업,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양자컴퓨팅 사업을 키워가는 빅테크들도 눈에 띕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서 선보인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 액티브'는 세계 양자 컴퓨터 산업에 투자하는 국내 첫 액티브 ETF입니다. 액티브 ETF란 단순히 기초 지수를 추종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투자종목과 매매 시점을 관리한다는 의미죠.

이 ETF는 상위 3개 종목에 40% 가량을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리게티컴퓨팅의 편입비중이 12.88%로 가장 높고 아이온큐에 대한 편입비중(11.42%)도 현재까지 출시된 양자컴퓨터 ETF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2위와 4위, 5위에는 알파벳A(12.72%), IBM(5.65%), 브로드컴(4.31%) 등 연관 기술을 개발하거나 투자하는 '양자컴퓨팅 참여' 기업과 향후 이 기술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양자컴퓨팅 수혜' 기업까지 폭넓게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양자컴퓨팅 ETF'의 포트폴리오 상단을 보면 언뜻 빅테크 ETF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성장성 높은 중소형 퓨어플레이어 기업과 안정적으로 우상향하는 빅테크 기업을 골고루 담아 쏠림 위험을 낮추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죠.

실제 상위 5위까지는 애플, 알파벳A, 마이크로소프트, IBM, 엔비디아가 7~9%대 수준으로 분산돼 있으며 디웨이브퀀텀과 허니웰인터내셔널, 리게티컴퓨팅, 마벨테크놀로지 그룹, 퀀텀컴퓨팅 등은 4~5%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TOP10'으로 압축한 신한·한화

포트폴리오를 더 압축적으로 운용하는 상품들도 있습니다.

먼저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ETF'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편입종목은 10개로 다른 상품들 대비 포트폴리오 집중도를 높인 상품입니다.

편입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알파벳A인데요, 지난해 12월 구글은 차세대 양자 칩 윌로우(Willow)를 발표한 바 있죠. 이어 디웨이브퀀텀과 리게티컴퓨팅, IBM의 편입비중이 각각 13.88%, 11.43%, 10.9%로 이들 4개 종목만으로 50% 이상을 채웠습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현재 양자컴퓨팅 산업은 아직 특정 기술 방식이 헤게모니를 갖는 것이 아닌 각자만의 방식으로 양자 컴퓨터의 핵심인 큐비트를 구현하고 있다"며 "각 방식별 대표 기업들을 균형 있게 담아가는 것이 새로운 텐베거(10배 이상 주가가 오르는 종목)를 찾기 위한 효율적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한화자산운용이 출시한 'PLUS미국양자컴퓨팅TOP10' 역시 10개 종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최상단에 인텔비즈니스머신(16.48%)과 허니웰 인터내셔널(13.4%) 두 종목 비중만 해도 30%에 육박합니다. 이어 아마존닷컴과 알파벳C,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의 편입비중이 모두 12%대로 분산돼 있고 아이온큐는 7.27% 담고 있네요.

이 상품의 특징 중 하나는 조정동일가중방식으로 종목 비중을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단, 시가총액이 10억달러 미만인 종목들은 10억달러 이상인 종목 비중의 절반 수준으로 조정합니다. 이를 통해 시가총액 가중방식에 비해 규모가 작은 기업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동일가중방식에 비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죠.

(사진=아이온큐 일봉 차트. 토스증권 WTS 캡처)


■ 하루에도 '급등락' 변동성 유의해야

양자컴퓨터 관련주들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3개월만에 10달러에서 54달러까지 급등했던 아이온큐는 1월 고점 이후 휘청이면서 현재 22달러선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디웨이브퀀텀도 지난해 11월 이후 급등세를 타면서 1달러에서 11달러까지 ‘텐버거’ 기록을 세웠지만 현재 5달러대까지 밀려나 있습니다. 이같은 영향으로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ETF'의 1개월 수익률은 -18.9%를 기록 중입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해외기업팀장은 “양자 컴퓨팅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1억달러 수준이지만 2030년까지 90억달러로 연평균 3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나 기술 발전에 따라더 가속화될 수 있으며, 규모도 더 커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양자컴퓨팅이 넥스트 AI가 되기에는 시기상조이고 기술적 관점 상용화 관점에서 논쟁이 여전하다”면서도 “연내에 단기 테마로 이슈화하는 빈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