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똑똑한 전세관리 서비스' 화면 캡처

"내 전셋집은 '주의'가 필요해요."

이씨는 최근 서울시 은평구에 한 다세대주택 월셋집을 알아보다 고민에 빠졌다. '전세 사기'라는 말을 워낙 많이 들은 터라 대출이 많이 잡혀있는 집을 선뜻 계약하기 어려웠기 때문. 하지만 매물 중에 대출이 없는 경우도 찾기 힘들었다. 공인중개사들은 하나 같이 "서울시가 최우선으로 변제하는 금액 이하로 보증금을 넣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이씨를 안심시킨다. 결국 이씨는 최우선 변제금이 적용되는 구간인 3000만원 선에서 전세계약을 했다.

계약금을 넣고 이사를 준비하던 이씨는 우연히 카카오뱅크가 출시한 '전세관리 서비스'에 해당 매물을 검색해봤다. 그런데 전세관리서비스에서는 곧바로 빨간 글씨로 '주의' 문구가 뜨며 이씨를 당황시켰다.

카카오뱅크 전세관리 서비스에서는, 해당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전셋집은 경매 예상 낙찰가가 2억372만원, 선순위 채권금액이 1억9200만원으로 낙찰가 잔여액은 1172만원이다. 결국 '내 보증금' 3000만원을 제대로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였다.

서비스에서는 등기부등본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금액(다가구 주택에 먼저 입주한 세입자의 보증금, 임대인이 체납한 세금, 시세가 각기 다른 공동담보물이 있는 경우 등)도 있으니, 참고용으로만 확인해 달라는 문구도 덧붙여져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카카오뱅크의 전세관리 서비스에서는 '최우선 변제'와 관련한 설명을 찾을 수는 없어 어떤 정보를 신뢰해야 할 지 혼란에 빠졌다.

카카오뱅크 똑똑한 전세관리/제공=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똑똑한 전세관리 서비스'는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시세 등을 분석해 고객의 전셋집 '안전도'를 주기적으로 진단해주고 고객이 이사 전·후 해야할 일들을 안내해주는 서비스다.

전셋집 안전진단 결과는 권리침해 사항이 없고 보증금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안전', 최근 권리침해 이력이 있거나 소유권 관련 신청 사건이 진행 중인 경우 '주의' 등 4가지로 표시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똑똑한 전세관리 서비스는 '집주인'에 대해서 가압류, 경매, 상습 채무불이행자 등 '권리침해'가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서비스다. 권리침해 안내와 더불어 보증보험 가입, 정부 보조금, 안전도 확인 등 세입자들에게 도움을 드리는 정보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 입장에선 같은 매물을 두고 공인중개사로부터는 '안전하다'라는 답변을, 카카오뱅크의 전세관리 서비스에서는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어떤 정보를 신뢰해야 할 지 혼선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험을 고려하면 해당 매물을 포기하는 게 맞지만, 소액 임차인들의 경우 보유중인 전세 자금을 생각하면 빈틈없이 안전한 매물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인중개사가 이씨에게 설명한 최우선 변제금은 정부가 사회적 약자인 소액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경우, 낙찰금액의 50% 범위 내에서 소액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최우선으로 변제해 준다. 물론 소액 임대인의 범위와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자료=생활법령정보(2025년 2월 15일 기준)

공인중개사의 말처럼, 전세금을 최우선 변제금 이하로 설정할 경우 보증보험 가입 등 추가적인 조치 없이도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대장, 시세 정도만 갖고선 최우선 변제금을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완벽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임대인이 매물을 쪼개 여러 소액 임차인들과 계약할 경우, 최우선 변제금을 여러 임차인들이 나눠갖게 돼, 결국 보증금을 전부 보장받을 수 없을 수도 있다. 해당 가구에 실제 세입자가 몇가구나 있는지 등은 '실사'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결국 앱 서비스의 정보만으로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앱 서비스에 더불어, 동네 토박이 중개사들의 실질적인 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사이트는 집 구조까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해당 동네서 오래 신뢰를 쌓고 정보를 축적한 공인중개사들의 정보가 필요하다"며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공인중개사의 동네 정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