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본사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이 모처럼 조용한 정기주주총회를 맞이할 전망이다. 그간 소위 ‘조카의 난’이라 불리는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된 금호석화는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준경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이뤄지며 ‘포스트 경영권 분쟁’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4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해 실적을 선방했다. 이익규모는 전년대비 24% 가량 줄었지만 감소폭이 가장 적었다. 글로벌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경기 둔화로 극심한 불황을 겪는 가운데, 금호석화는 타이어용 합성고무(S-SBR) 및 NB라텍스(의료용 장갑 원료)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금호석화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하지 않아 글로벌 원유 및 나프타 가격 변동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면, NCC를 보유한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나프타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는 원가 절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미국이 중국산 의료용 장갑에 대한 관세를 높이면 NB라텍스에서 세계 점유율 1위인 금호석화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NB라텍스는 의료용‧위생용 장갑의 핵심 원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부터 중국산 의료 및 수술용 장갑에 대한 관세를 50%로 상향하고 오는 2026년부터는 100% 인상한다고 밝혔다.
금호석화는 사업 확장에 신중한 접근을 보인다. 지난 2021년부터 추진해온 재활용스티렌(RSM) 사업은 생산 시점을 늦추기로 결정했다. 이는 재활용 소재 수요 증가 속도가 기대보다 더디고, 친환경 정책 도입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금호석화는 전기차 타이어 시장을 겨냥한 S-SBR 확대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타이어의 교체 주기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짧다. 금호석화는 지난 2022년 6만톤 규모였던 S-SBR 생산능력을 12만3000t까지 확대했다. 금호석화는 2030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 6%를 목표로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 강화, 바이오/지속가능 소재 확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 가속화를 3대 성장 전략으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ROE 10% 달성을 목표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 박준경 사장 (사진=금호석화)
업계에서는 불황 가운데 실적 선방에 성공한 금호석유화학이 순조롭게 ‘오너 3세’ 박준경 사장 체제를 굳혀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25일 정기 주총에서는 회사 최대주주인 박찬구 회장의 아들 박준경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권태균·이지윤·박상수 사외이사의 재선임과 민세진 기획재정부 정책성과평가위원회의 신규 선임이 추진된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아들인 박 사장은 지난 2022년 부사장 시절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섰고, 같은 해 사장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승계작업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관투자자 및 외부에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경영권 분쟁이라는 불확실성을 해소한 만큼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권 분쟁을 끝낸 금호석유화학이 업황 불황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