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달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주총회 준비와 개최로 분주했고,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국내 주식회사는 12월 결산법인으로 운영되기에, 결산 이후 재무제표 승인과 주요 의사결정을 위해 3월 마지막 두 주간에 주총이 집중된다. 상법 제365조 제1항에 따라 정기총회는 매년 1회 일정한 시기에 소집돼야 하며, 필요에 따라 임시총회도 가능하다.

하지만 상장회사는 상법 외에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부감사법’)의 제한을 받으며, 이에 따른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와 외부감사 절차가 있어 자연스럽게 주총이 비슷한 시기에 몰리게 된다. 이처럼 수많은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주총을 개최하는 현상을 ‘슈퍼주총’이라 부른다.

주총은 주식회사의 최고 의결기구로서, 회사 운영의 핵심이 되는 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및 감사 선임, 주식 발행, 합병 및 분할, 이익배당 등 회사의 근간을 이루는 사안들이 논의된다. 상법과 정관에 따라 절차가 엄격히 규정돼 있으며, 특히 상장회사의 경우 다수의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여러 제약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소집 절차, 의안 제한, 의결권 행사 방식 등이 정밀하게 규정돼 있다.

기업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주총 제도도 지속적으로 개편돼 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주주의 이사회 독점을 방지하는 집중투표제, 모회사의 소수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도, 그리고 주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전자투표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COVID-19 이후 전자투표제는 더욱 확산됐으며, 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전자공고가 도입됐다. 이를 통해 기업은 기존의 신문 공고 방식보다 빠르고 경제적으로 정보를 공지할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의결권 제한(3% Rule) 확대, 전자주총 도입, 주총 분산 개최 등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개정 방향은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주주 참여 확대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인 운영 측면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예를 들어, 전자주총은 편리하지만 법적 제약이 많아 활용도가 낮고, 주총을 분산 개최하는 것이 실제로 소수주주의 참여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부족하다.

이에 주총 참석률을 인위적으로 높이기보다는,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감사(위원) 선임 시 3% 의결권 제한 규정으로 인해 보통결의 요건(전체 의결권의 4분의 1 찬성)이 충족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이러한 기업들의 감사선임을 위한 의결권 확보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2020년 상법개정으로 전자투표를 통해 주주 참여가 활성화된 경우 참석 주식 수의 과반수 찬성만으로 의결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러한 현실적인 개선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기업 활동이 글로벌화됨에 따라, 해외 투자자도 보다 쉽게 주총에 참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자투표뿐만 아니라 화상 주총도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법적 정비가 이뤄진다면 주총을 본점 소재지에서만 열어야 한다는 제약도 없앨 수 있다. 주주들은 온라인에서 여러 기업의 주총을 동시에 지켜보고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업들이 직면하는 도전 과제는 적지 않다.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규정이 도입됐지만, 정작 기업의 경영 안정성이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주총을 통한 의사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지만, 현실적으로 주식 보유 기간이 짧은 투자자들이 주총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국내 주식 시장의 구조를 고려하면 장기적인 기업 운영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총 제도를 보완하면서도 현실적인 주주 행동을 반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결국, 주총의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도 기업과 주주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법률적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주주 간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주들이 더욱 쉽고 편리하게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적 인프라를 확대하고, 기업이 주총을 통해 실질적인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기술과 유연한 법률 적용이 결합된다면, 주총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를 넘어 기업과 주주가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시대에 맞는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기업과 주주가 모두 만족하는 주총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와 개선 작업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하며, 기업과 주주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주총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김종선 대표는 경영학박사로, 현재 기업 경영 자문 및 밸류업 관련 전문컨설팅회사를 운영 중이다. 30여년간 코스닥협회 등에서 상장회사관련 제도개선 및 상장회사 지원 업무를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초기기업부터 상장회사까지 성장 과정 전반에 관한 전문적 자문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벤처 및 상장회사 관련 제도개선에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기업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부분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