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베이커리 카페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에서 일했던 20대 청년의 과로사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런베뮤 인천점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지난 7월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유족들은 고인이 1주 80시간에 달하는 근로에 시달렸다며 과로사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조사결과 인천점의 2025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1주 43.5시간 수준이라면서 8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근로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과로사 논란과 더불어 런베뮤의 또 다른 노동 문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사직할 마음이 없는 직원들에게 강제로 사직서 제출을 강요했다는 것, 퇴직금 미지급 문제, 마지막으로 초단기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 소위 쪼개기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쪼개기 계약에 관한 런베뮤의 해명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회사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또 같은 조 제2항에서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소위 정규직)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기간제 근로계약의 계약기간 제한과 관련해서는 이 조문 외의 같은 법 뿐 아니라 다른 노동관계법령에서도 달리 정한 것은 없다.

즉, 기간제(계약직) 근로자의 계약기간 관련해 2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그 상한을 정하면서도 하한은 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소위 일용직이라 불리는 하루 단위의 계약직도 가능하다. 또 한 달, 두 달, 심지어 퇴직금과 연차유급휴가 15개의 지급의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1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11개월 30일로 계약기간을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도에 따르면 런베뮤도 이와같은 쪼개기 계약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런베뮤는 “승진에 따른 급여 인상 및 지점 간 이동이 그 배경”이라고 해명했는데 쉽게 납득은 되지 않는다.

승진과 지점 간 이동은 성격상 사전에 그 시기를 특정할 수 없는 인사발령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런베뮤의 해명에 따르면, 근로계약을 체결 또는 갱신하는 시점에 장래에 있을 근로자의 승진과 지점이동 시기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계약기간을 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입사 후 매장 적응, 고객 응대 등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직원들의 경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쪼개기 계약을 했다고 해명했다면 어느 정도 납득은 될 것 같다.

쪼개기 계약으로 회사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회사가 쪼개기 계약을 하는 목적은 퇴직금이나 연차휴가 지급 회피를 위해,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경영상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문제를 일으킨 근로자와의 근로계약관계를 빠르게 청산하기 위함이 대부분이다.

회사가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고자 할 때,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상당히 까다로운 해고라는 처분을 회피하고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계약관계를 해지하기 위함, 즉 고용유연성 확보가 그 목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저 쪼개기 계약 고용유연성 확보에 효과는 있을까? 쪼개기 계약에 관하여 우리 법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대법원은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라 본다. 동시에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상당기간 확립되어 노사관계를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는 근로자 내심의 영역으로 보여 지고, 같은 상황에 처한 근로자라도 근로자의 개별 성향에 따라 어느 정도 기대를 하는지 각기 다를 것인데 그걸 어떻게 법이 판단을 하는 것일까.

법의 영역에서는 이와 같이 내심의 의사와 관련된 판단은 그 당사자의 실제 내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외부에 드러난 사정들을 종합해 판단하고 있다.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진의인지 여부 역시 당사자의 실제 내심의 의사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은 어떤 사정들로 판단하는 것일까. 대법원은 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거나 ②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③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실태 ④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해당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정들을 빠짐없이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리에 따르면 이번 런베뮤의 매장에서 근로하는 소위 쪼개기 계약직 근로자들에게는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될까?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될 사정들이 있는데, 동종업계의 노무관리 관행을 적용한다는 가정 하에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매장에서 근무하는 단기 계약직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서 및 취업규칙에는 갱신요건, 갱신절차 등을 정해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해둔다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여지가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런베뮤가 사전에 노무사,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았다면 더욱 정해두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정이다.

다음으로 단기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배경과 동기를 살펴보자. 만약 그 동기 또는 배경이 건설현장의 업무와 같이 한시적인 업무를 위한 것이거나 한시적인 업무는 아니지만 휴직자를 한시적으로 대체하기 위함이었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 사정을 아는 근로자 역시 업무가 종료되거나 휴직자가 복직한 후에도 계약이 갱신될 것이란 기대를 갖는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 경우는 갱신기대권을 인정받기는 힘들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런베뮤 매장근로자의 경우 한시적 업무가 아닌 매장 운영과 고객응대라는 상시적인 업무에 채용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하고, 그럼에도 회사가 단기간 소위 쪼개기 계약을 하게 된 동기는(회사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고용유연성의 확보였을 것이 자명해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은 갱신기대권 인정에 유리한 사정이다.

그 밖에도 매장에서 근로하는 단기 계약직들의 근로계약 갱신률, 해지된 경우가 있다면 해지된 이유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런베뮤의 관행 뿐 아니라 대상이 된 근로자는 런베뮤와 몇 번의 계약갱신이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렇게 가정해보자. 런베뮤에 동시에 입사한 근로자가 2명 있다. A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서 1년을 근무했고, B는 처음부터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해 근무하다가 1년을 맞이했다. 다른 조건들은 모두 동일하다. 이 경우 1년이 되는 시점에 누구에게 더 큰 갱신기대권이 형성됐다고 봐야할까?

당연히 1년이 되는 시점에 이미 3번의 갱신이 있었던 A다. A의 경우 그동안 계약이 갱신됐던 3, 6, 9개월 되는 시점의 사정과 비교해서 1년이 되는 시점에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다면 1년 시점에도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B는 입사 후 처음 맞는 갱신이므로, 이 부분에서 A보다 불리할 것이고 반대로 회사 측에는 유리한 사정이 될 것이다.

즉, 계약기간을 쪼개기 해 반복 갱신하는 것은 갱신기대권 측면에서는 오히려 회사 측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대부분의 해고사건은 부당한 해고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런베뮤 대표이거나 인사담당자라면 지금의 쪼개기 계약방식은 반드시 개선하고자 할 것이다.

쪼개기 계약에 관한 규제는 과연 필요할까

런베뮤 사태를 계기로 노동계에서는 상시적인 업무는 계약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쪼개기 계약을 근절하기 위한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과연 계약기간 관련해서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계약직 근로자의 고용안정 관련해서는 현재도 법원, 노동위원회에서 갱신기대권 법리를 적용해 두텁게 보호하고 있고, 쪼개기 계약이 노사현장에서 관행화 돼 있지도 않다.

대기업은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별 효과가 없는 쪼개기 계약을 할 이유가 없고, 공공기관은 국가, 지자체 및 국회로부터 관리감독을 받으므로 쪼개기 계약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 기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견, 중소기업의 경우 쪼개기 계약을 할 경우 지금도 어려운 구인이 더욱 힘들어지게 될 것이므로 실제 행동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따라서 입법보다는 현재 적용 중인 노동관계법령이라도 회사들이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 감독을 해 나가는 것이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이종언 노무사는 현재 노무법인 평정의 대표 노무사로서 고려대학교 재료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공인노무사 자격을 취득한 후 LG이노텍 인사담당 과장, 노무법인 유앤 수석노무사를 역임했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사건을 다수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기업자문, 해고사건 수행, 관련 컨설팅 및 유튜브 채널 [해고라광장]을 운영하는 등 해고와 관련되어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