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AI'.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WS(아마존웹서비스) AI 인더스트리 위크'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2025.10.15(사진=연합뉴스)


해고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 왜냐하면 기업이 더 이상 사람을 고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고용인에게는 최악의 상황이고 기업에게는 어쩌면 좋은 시대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가까운 미래에 기업은 사람이나 특정 부서가 수행하던 기능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AI를 구독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듯 AI가 사람이 하던 일만큼을 해내는 것을 넘어 10배, 100배의 생산성을 가질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이 극적으로 향상된 직원을 '10x 또는 100x employee' 라고 부른다. 미래의 기업은 이러한 100x 직원 소수와 다수의 AI 에이전트들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엄청난 생산성을 가진 AI의 구독료가 월 최저 급여의 절반도 안 된다면 기업의 경영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변화의 물결은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고용주와 피고용인 모두 체험하고 있다. 2025년 한 해, 마이크로소프트는 5월부터 7월에 걸쳐 1만 4천명의 개발자들을 해고했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이미 AI 기술을 일자리에 대한 사일런트 킬러(조용한 암살자)라고 부르며 강력한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기업의 의미와 기능을 재정의하고 재편하려는 움직임은 세계 최첨단의 AI 스타트업, OpenAI의 미래 전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OpenAI는 AI의 진화 과정을 '챗봇→추론자→에이전트→이노베이터→조직'이라는 5단계로 구분하고 그 최종 단계를 AI가 '조직'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정의했다. 이 단계에 진입하면 AI가 최고경영자의 의사결정 권한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대신해 수행하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해외의 빅테크들은 2025년 한 해를 에이전트의 시대로 규정했고 이것은 OpenAI의 발전 도상에서 3단계에 해당한다. ChatGPT로 대표되는 챗봇이 등장한지 불과 3년도 안 돼 일어난 일이다. 남은 두 단계까지 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남은 것일까.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ChatGPT와 대화해 보니 똑똑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인공지능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똑똑한 ChatGPT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 필요한 개념이 에이전트(Agent)이다. 에이전트의 우리말 뜻은 행위자, 대리자로서 주체성을 갖고 주어진 일을 하는 존재를 뜻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ChatGPT 에게 '특정한 목적과 방법'을 알려주면 그 언어모델은 마치 생각하면서 일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에이전트를 작동하게 하는 핵심이다.

여기서 '특정한 목적'은 수행해야 할 과제 또는 사람이 하던 역할(role)에 해당하고 '방법'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가능한 자원이나 수단(이메일 보내기, 엑셀 분석하기, 보고서 작성하기, 검색하기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환경이 주어지면 우리가 알던 ChatGPT는 물으면 대답하던 것을 넘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각하고, 주어진 수단을 사용해 보며, 결과물을 정리하고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할 수 있게 된다. 무서운 점은 만약 그것이 가능해졌을 때 그 '에이전트'가 일을 수행하는 속도가 인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며, 싼 값에, 엄청나게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이 원하기만 한다면 에이전트는 24시간 일할 수 있고 사무실 공간도, 조명도, 사내 복지도, 퇴직금도 필요 없다. 만약 에이전트가 사람보다 비용은 저렴하면서 생산성은 몇 배나 된다면 기업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정말 그러한 시대가 온다면 원래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피고용인에게는 재앙일 수 있다.

세일즈포스나 서비스나우 같은 기존의 글로벌 SaaS 기업들은 이미 에이전트 시대를 예견하고 빠르게 전략적 행동을 옮기고 있다. 예컨대 이들은 과거 영업사원이 하던 일들도 대신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구독 서비스로 판매하고 있으며 고객지원, 재무,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도 그들의 카탈로그에 포함시키고 있다. 에이전트나 AI 기술을 채택한 기업은 빠르게 생산성과 매출이 증가하지만, 그 반대편에는 이러한 확산으로 인해 전통의 강자가 쓰러질 수도 있다. 단적으로, 이미지와 동영상 편집툴의 절대 강자였던 어도비(Adobe)사의 매출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같은 편집툴이 더 이상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AI 모델에 사진을 보여주고 한 마디만 하면 모든 것이 자동으로 편집된 결과물이 나온다. 수 만 시간 훈련된 포토샵 편집 전문가나 영상 편집 전문가가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자, 그렇다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에이전트를 고용 또는 구독하는 경험을 누적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앞다투어 에이전트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인간적 기준에서 봤을 때, 사람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정도로 서비스의 결과물이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갖추어지고 안정화되었을 때는 이미 늦을 수 있다. 기업 이익의 상당 부분을 AI 특화 R&D 예산으로 배정하고 전문팀을 구성해 우리 기업에 맞는 현실 전략을 짜고 실천해야 한다. 이미 국내 유명 AI 기업 '라이너'는 사내 AI 도입을 확대하고 업무 혁신을 가속하기 위해 'AI 특공대'를 운영 중이다. 그들은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를 심층 분석하고 상황에 맞는 AI 활용 가이드를 제공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AI 적응과 도입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둘째, 기업의 노하우와 암묵지를 명시적 텍스트로 변환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을 문서나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과거 수십년 동안의 인터넷과 IT 기술 시대가 우리에게 물려준 혜택일 것이다. 그러나 AI 시대를 맞이하면서 깨닫게 되는 문제는 첫째, 이러한 기업의 기록과 데이터들이 여기저기 분산돼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 그것을 한 곳에 모아 보려고 해도 기업 내부 규정과 절차, 부서 간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통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셋째, 기업의 경험이 사람들에게 내재화돼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경험 많은 기업의 직원들은 일의 본질과 방법, 실제 외부 사람들과 소통하는 프로세스 등을 이미 암묵지로 체화한 상태다. 경력자에게는 당연해 보이는 일들이 신입사원에게는 왜 그렇게 하는지 의아한 일일 수 있다. 어쩌면 현재 기업에 존재하는 기록들의 통합보다 더욱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이러한 개개인의 노하우와 암묵지를 절차적, 명시적 지식으로 꺼내어 남기는 일일 것이다. 만약 현재 기업 시스템이 오래 근속한 몇 명의 직원들에게 의존적이라면 가능한 빨리 그들에게 문서화를 요구하고, 문서화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인터뷰와 기타 질적 대화를 통해 누구나 이해가능한 언어로 기록해 언제든 AI에게 제공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셋째, 적응성이 높고 유연한 조직 구축을 위해 새로운 계약 관계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노하우가 사람을 통해 전수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아 그들을 교육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한 다음 기업의 임원으로 승진시킴으로써 기업의 미래를 준비했다. 이러한 토양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능력있는 피고용인이 기업의 주인(임원)이 되기까지 적어도 20~30년은 일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20년 이상 유능한 인재를 붙잡아 두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기존에 작동하던 기업의 조직 문화, 관계의 토대가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은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고용해, 그들이 즐겁게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일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조직 문화와 계약 관계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단, 그들이 만족할 만큼의(아마 통상적 급여의 몇 배에서 몇 십배가 될지도 모를) 충분한 보상 체계 역시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선택이 지금은 비상식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고용한 AI 인재가 100배의 생산성으로 돌려준다면 그리 아깝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메타(Meta)의 저커버그가 한 두 명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조 단위의 돈을 투자한 사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창 시절 수학을 좋아했지만 시와 문학도 좋아 고심 끝에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진학했다. 박사과정 수행 중 창업에 눈을 떠 '뭉클스토리(자서전 사업)'를 지인과 함께 설립했다. 학업과 창업을 병행하던 중 전공인 NLP(신경언어프로그래밍)와 연관된 RL(강화학습)에 빠져 AI(인공지능)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현재는 기업의 인공지능 설계 및 전환을 지원하는 '큐에라소프트'를 설립, AGI(인공일반지능) 시대 도래에 대비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기업의 AX(인공지능 전환) 관련, 무료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