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우리는 학교 현장에서 '인생의 전부는 공부가 아니다' 즉,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는 말을 수업시간에 많이 들어 왔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존 라보크(영국의 정치가, 생물학자, 고고학자)는 이에 대한 의미의 역설을 하고 있다. "공부는 학교를 졸업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일생 동안 계속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로 '인생의 전부는 공부'라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공부하며 교육받아야 하는가. 플라톤은 "교육을 받지 않으면 세상에 출생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왜냐하면 무식은 불행의 근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육이 잘 된 사회에서 글로벌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기업 생산성과 창의성이 높아져 국가 경제성장이 촉진되며, 고용률 상승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교육 트렌드는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교육과 과학기술, 공학, 수학, 물리, 화학, 바이오 등 자연과학 분야가 학문의 중심이 됐다. 또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과 평가 시스템이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교육환경은 학생들의 정서적 발달을 지원하는 교육과 평생학습을 기반으로 하는 직업교육, 성인학습 프로그램으로 AI 준비 교육과 ESG 등 환경문제를 다루는 교육이 점차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성적위주, 입시위주, 이론적 시험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면서 기초교육(수학, 과학, 인문학, 사회학 등)에 대해서 등한시하게 됐다. 그런면서 사회현장에서 필요하지 않은 교육 중심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는데도 불구하고 공교육은 소멸되고 사교육이 사회전반에 만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이 기본교육이 무시된 교육 시스템으로는 국가과학 측정의 표준인 노벨상 수상이 어렵다. 따라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분야에서 다수의 노벨상을 수여받을 만큼 기초 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노벨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학·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6개 분야에서 수여하고 있다. 1901년부터 2023년까지 수상국과 수상자를 보면, 미국 423개, 영국 143개, 독일 115개, 프랑스 76개, 스웨덴 34개, 일본 31개, 러시아 30개, 캐나다 28개, 오스트리아 25개, 스위스 25개 등이다. 이웃국인 일본은 아시아의 대표 기초·응용과학 기술 강대국으로서 1949년 첫 노벨상을 수상한 이래 2025년까지 총 33회의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과학 분야 노벨상만 27명이 받는 등 아시아에선 독보적 1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2024년에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고작 2개만 수상하였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더라고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경제학상 등 과학 및 사회연구 등의 체계적 시스템은 아직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는 증거다. 이는 교육분야 시스템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학, 자연계열 등 연구개발비는 증대하고, 고도의 산업집중화에 따른 AI, IT, 재생에너지화, 반도체, 바이오 교육은 강조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초교육시스템이 체계화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과학분야에 노벨상이 없다는 것은 기초교육이 매우 미흡하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 교육은 초등학고,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시스템이 진도위주, 대학입시위주, 성적중심, 이론위주의 교육과정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과학 및 공학과 인문교양 관련 기초교육이 매우 빈약한 상태로 교육을 받은 후,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더욱이 고등학교 계열 편성에 있어서 학생들은 보다 많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공부하기 쉬운 인문계열에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연계열은 공부하기 어렵고 점수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상위권 대학의 공대 또는 자연대 그리고 의대, 치대, 약대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학 등에 지원한 학생들은 기초과학의 학습능력이 미진한 상태로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대학 학습능력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일부 엘리트 위주의 과학은 발전할 수 있지만 산업전반에 필요한 기초 과학 분야는 미진한 학습능력 때문에 사회전반에 비경쟁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또 각 학생들의 미술, 체육, 음악, 예술 등 자율적 특별활동이 부족하여, 인간성 회복을 위한 상호주의 인간관계가 부족해 인간성 소멸이 가속화되고, 더불어 점수 및 성적위주의 사고에 젖어 있어 철학부재의 학교 교육이 되고 있다. 대학교육은 대학자율성에 맡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명분하에 교육프로그램과 교육지침에 관여하고 있어 대학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할 수 없는 교육과정으로 편성돼 있다.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오로지 취업을 위한 사회진입의 징검다리 역할에 국한하고 있어, 너무 편협한 형태의 교육이 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정 내용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첫째, 초·중·고 교과과정을 전면 개편해 공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진도위주의 교과과정, 입시위주의 교육과정, 성적중심의 학생평가 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 객관식 문제를 푸는 방식의 교육이 아니라 사고위주의 교육을 해야 하며, 또한 느리지만, 기본을 확실히 다질 수 있도록 학년별로 각 단위별 교육 범주를 지정해 그 범주 내에서만 학습토록하여 교육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둘째, 학생별 맞춤형 학습이 중요하다. 초·중·고 교육과정 범주를 재조정해야 하며, 선행학습을 금지해야 하며, 체계적, 단계별 교육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각 학생들의 학습능력에 따라 차별적 교육을 해야 하며, 학습평가 결과 미진할 경우 여러번의 Re-test(재평가) 과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학습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의 재평가(Re-test) 결과를 최종적으로 성적에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함과 아울러 학습의욕이 높아져 학생부 내용이 충실해질 것이다.
셋째, 과학분야는 산업생산기술과 국가의 국제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수학, 화학, 물리 등 기초 과학분야의 교과목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학생들은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 과학분야 교과목 등이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교육습득과정에서 Slow Study, Re-test, 사고위주 교육을 중점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또한 진도위주, 선행학습이 아니라 단계별로 나누어 주제별, 이슈별 교육을 해야 하며, 참여를 통해 학습내용을 숙지하면서 익히는 수업을 해야 한다.
넷째, 교육은 교실에서 주로 학습하는 국, 영, 수, 과학, 사회 등 교과목도 중요하지만 입시와 관계없는 음악, 미술, 체육, 예능 등 교과목도 체험활동 교과목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교육과정을 보면, 동아리활동 및 체험활동, 현장 및 실무교육 등의 활성화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특별활동 수업을 강화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학교 교육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이상에서 지적한 내용을 달성하기 위해 초·중·고에 투입되는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교육대학, 사범대학 졸업생 임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또한 교원 1인당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학업의 질은 향상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초·중·고에 투입되는 교원 숫자를 증원하여, 학업에 미진한 학생, 문제학생 등을 별도로 지도하여 Re-test(재평가) 등을 통해 학습능력을 고양시킬 필요성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일 교과목 수업에 2인 이상의 교원을 투입해 학업에 미진한 학생이나 수업에 관심없는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동시에 지도하여 학습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 과학 등의 교과목에 대해 별도 지도를 할 수 있는 교원을 증원하여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대학, 사범대학 출신자의 고용문제도 해결되고,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초교육을 할 수 있다. 또한 학부모는 사교육에 투입되는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여섯째로 교육부의 수장인 교육부 장관은 교육학을 전공한 인사라든지, 초·중·고 교사 및 교육행정가가 교육부 수장을 임명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글로벌과 함께 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 그리고 과학과 사회, 경제통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현장 전문가가 교육부 수장이 돼야 한다.
일곱째로 대학원 중심의 교육체계 구성하는 것이다. 현재, 대학에 진학한 우수한 학생들은 전공 선택에 있어서 미래 직업에 필요한 전공보다는 오로지 일류대학 또는 의대, 치대, 약대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보니 일류대, 일류학과 외에 지원한 학생들은 소외되고, 교육의 불균형 때문에 과학분야는 글로벌 트렌드에 뒤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중위권 이하의 대학교육은 형식적 교육만 실시하며, 취업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환경변화는 IT화, 탈탄소화, AI 활용에 따른 로봇, 드론 등의 활용으로 산업은 글로벌화 되고, 고도집중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학과에서 기본교육만을 받은 대학생들에게 산업현장에 맞는 전문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대학원 시스템으로 전환시킬 필요성이 있다. 대학원은 고급인력으로 각 분야의 세부적 연구교육, 실험교육 등에 매진하고, 현장교육으로 과학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 향상과 신제품개발과 산업집중도에 매진할 수 있는 창의적 연구, 융복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제는 대학졸업생의 대학원 진학을 유도하여 유능한 연구개발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선진국처럼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학·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될 것이다.
높은 교육 수준은 혁신과 경제성장 그리고 사회적 안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또한 국가의 글로벌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교육수준이 높고 노벨상을 많이 수상한 국가들의 교육 지향성을 보면, 미국은 노벨상을 가장 많이 수여 받은 국가인데 이는 세계적 명문 대학 중심의 교육 시스템을 활용하며, 각 대학에 교육의 자율성을 맡기고 있다.
일본은 기초 교육의 탄탄함과 전통적인 학습으로 교육을 하고 있으며, 핀란드는 창의성과 학생 중심 교육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독일은 직업교육과 이론교육의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 네덜란드는 교육평등과 학생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평등교육, 복지교육 정책을 실시하며, 캐나다는 무료 공교육과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높은 학업 성취도와 강력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스위스는 고급 기술 교육과 실무 중심의 직업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잘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글로벌 국가들의 교육지향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배움은 스스로 배울 수도 있지만, 주로 교육을 통해서 배운다. 그래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배움은 중도에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순자: 荀子). 필자는 교육자로서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다." 즉, 누가 뭐라고 해도 "인생의 전부는 공부"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만 과학기술과 사회현상이 융합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 사회에 필요한 AI, 바이오, 반도체, 그린테크 등 융합교육을 통해 글로벌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결국 사람의 역량, 교육 수준이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기에 교육분야의 대변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홍 교수는 조선대학교 대학원장, 경상대학장, 무역학과 교수로서 학문을 연구하고, 30여년간 후학을 양성하는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국제e-비즈니스학회장, 한국통상정보학회장, 한국무역학회부회장, 무역금융보험학회 편집위원장 등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무역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한국경제성장의 성장기틀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아 물적, 인적, 기술적, 문화적 글로벌화가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글로벌 제반 담론을 리뷰형식으로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