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용 E1 회장 (사진=E1)

■ 전통 에너지 한계 넘어, 미래 에너지로 질주

E1이 ‘조용한 에너지 회사’ 이미지를 벗고, 석유화학산업 중심의 전통 LPG 유통을 넘어서기 위한 대전환을 시작했다. 글로벌 트레이딩 확대부터 LNG 발전소 인수, 수소·전기차 충전소 확대, 그리고 블루 암모니아까지. 변화의 폭과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E1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감소에 따른 LPG의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이면에는 지배주주 임원에 대한 고액 보수라는 낡은 문제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LNG 발전소 진출이다. 2024년 인수한 평택 E&P는 국내 민간 LNG 발전사업자로, 향후 직수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기존 가스공사 독점 체제를 흔드는 행보다. 또한 E1은 서울과 경기도의 기존 LPG 충전소를 복합 에너지 충전소로 개조해 전기차와 수소차까지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과천 복합충전소에선 LPG·수소·전기차 충전이 모두 가능하다.

최근에는 2028년까지 블루 암모니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지난해 캐나다의 블루 암모니아 프로젝트 개발사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블루 암모니아가 상용화되면, 캐나다에서 생산한 블루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바꿔 국내로 도입한 후, 이를 다시 수소로 변환해 발전 연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수소충전소 오픈 행사. E1은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지난해 환경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LPG 복합 수소충전소 구축을 추진했다. (사진=E1)

■ 해외 트레이딩으로 실적 상승…눈에 띄는 ‘글로벌 확장’

E1의 연결기준 지난해 총매출은 11조1924억원으로 전년보다 43%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176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33.5% 증가했다. 지난해 1월 LS증권과 9월 발전사 평택에너지앤파워를 종속회사로 편입한 것에 따른 효과이다. 총자산도 기존 4조6000억원 수준에서 14조5400억원 수준으로 3배 가량 늘었다.

E1의 개별기준 매출액은 8조9891억원으로 전년 7조4129억원보다 21.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796억원으로 전년보다 130.8% 증가했다. 눈여겨볼 점은 본업인 LPG 사업에서도 실적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개별기준 매출은 8조9891억원(전년 대비 +21.2%), 영업이익은 1796억원(+131%)으로, 국내보다 해외 트레이딩의 호조가 주효했다. 특히 트레이딩 부문 성과에 따라 관련 임직원의 보수도 임원을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Trading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상무 상무는 28억6600만원을 수령해 구자용 대표이사 회장을 제외한 전 직원 중 최고 보수 수령자가 됐다.

■ 지속가능한 기업 되려면…변화는 ‘밖’보다 ‘안’에서

구자용 대표이사 회장은 2024년 보수로 59억 2800만원을 받았다. 급여 26억 8300만원과 상여 32억 45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기본급과 역할급, 직무수당이 포함된 총액이고 상여금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세전이익 1426억원을 달성한 점 ▲29년 연속 무교섭 임금협약 타결 및 민간 에너지 업계 최장 기록인 무재해 40년 달성을 통해 업계 내 모범적인 노경·안전 문화를 선도한 점 ▲철저한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준법·윤리경영 실천 ▲ESG 거버넌스 체계 고도화 및 투명성·책임경영 강화 ▲조직 내·외부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통한 상생과 소통의 리더십 발휘 등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의 성과가 고려된 특별상여금이다.

구 회장은 LS그룹 오너일가로 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전문경영인 천정식 대표이사(5억3700만원)의 11배가 넘는 회장 보수와 ‘ESG 거버넌스 체계 고도화’ 성과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이를 ‘과도한 보수’로 지적한 바 있다. 연구소는 “2023년에도 구자용 회장의 보수는 59억 4000만원로, 전문경영인 대비 9.8배 많았다”며 “그러나 지배주주인 임원에 대해서만 과도한 보수를 지급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고, 회사는 임직원의 보수체계를 설계, 운영하고 그 적정성을 평가하는 별도의 보수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고액 보수 논란과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는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E1이 새로운 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부 변화만큼 내부 혁신도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