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첨가 방식을 적용해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오일뱅크가 수천억 원 규모의 친환경 투자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충남 서산 지역사회와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다. 수년간 지속된 불법 폐수 배출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이 최근 마무리됐지만, 회사 측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혀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정부가 예고한 1509억 원의 과징금 부과가 2년 넘게 미뤄지는 상황에서,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대산읍에서 열린 주민총회에서 정임주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를 하며 사실 관계를 분명히 밝혀 지역사회의 불안과 오해가 없도록 소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독성물질 배출 확인…대표이사까지 기소
지난 9일 서산시의회 의원들은 환경부를 찾아 과징금 1509억원의 조속한 부과를 촉구했다. 한석화 의원은 “과징금 예고 이후 2년이 지나도록 실제 부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해 복구와 지역 복지에 활용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징금 부과의 이유는 ‘폐수 불법배출’ 때문이다. 환경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현대OCI·현대케미칼 등 계열사와 함께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를 무단으로 배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2017년 6월부터 2022년 10월까지는 충남 대산공장 내 가스세정시설에서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폐수 130만톤가량이 굴뚝을 통해 대기 중으로 증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 1심 유죄에 즉각 항소…대표이사 직접 사과에 지역사회 냉담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가 폐수처리장 신설 비용 약 450억원과 공업용수 수급 비용 연 2억~3억원을 절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추가 수사 끝에 대표이사의 범행 가담 정황까지 드러나며, 이들 전·현직 임직원 5명은 물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회사에는 벌금 5000만 원이 부과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1심 판결에 대해 즉시 항소했다. 사측은 공업용수가 부족해 폐수를 재활용했으나 외부로 유출하지 않아 어떠한 환경오염도 발생하지 않았고, 주민 피해도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이완섭 서산시장과 홍순광 부시장은 “법적 대응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대산읍에서 열린 주민총회에서 정임주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를 하며 사실 관계를 분명히 밝혀 지역사회의 불안과 오해가 없도록 소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대표는 “지역 주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의 공개 사과는 회사 설립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이다.
■ ‘친환경 투자’ 강조했지만…지역사회 반발 여전
지난달 21일 대산읍 주민총회를 찾은 정임주 대표이사가 지역사회에 심려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사진=대산읍 페이스북)
HD현대오일뱅크는 ESG 경영을 내세우며 2023년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2000억원 이상을 친환경 R&D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대산공장 환경 시설투자는 262억원에서 529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환경 이슈 발생 건수는 ‘0’건으로 줄였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사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산시와 시민단체들은 “수천억원을 투자했다면서도 폐수 불법 배출을 조직적으로 반복했다”며 “신뢰를 회복하려면 투자보다 태도가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시민단체는 과징금 부과 건의안이 채택되지 못하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런 기업엔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며 “일단 1509억원 과징금부터 제대로 걷고, 지역 복구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