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작 ‘백두산’을 홍보하기 위한 인터뷰였지만, 이병헌은 작품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도 거리낌이 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었지만, 가진 장점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이병헌은 능청스러움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매력적인 북한 요원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백두산 폭발이라는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백두산’은 화려한 CG와 라인업 등 역대급 스케일의 재난 블록버스터다. 재난 상황을 생생하게 구현하며 볼거리를 충족시키고,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과 감동을 만들어낸다. 블록버스터의 장점이 고루 담긴 ‘백두산’이지만, 이병헌은 너무 잘 나온 영화에서 매력이 떨어질까 걱정이라며 솔직하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영화가 매끄러워 결핍이 안 느껴지더라. 뭐가 좀 열려있어야 매력이 느껴진다. 어디 하나 건들 데가 없으니까 덜 매력적인 느낌이다. 모든 배우들이 ‘내 분량 훨씬 많았는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잘린 부분이 있어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처럼 감독판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임무 수행을 위해 북한으로 넘어간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과 동행하며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는 ‘버디 무비’의 형식에는 만족했다. 재난 영화지만, 두 콤비의 능청스러운 매력이 영화의 무게감을 덜어내는 차별화에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이병헌은 현장에서 하정우와 애드리브를 주고 받으며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애썼다.
“버디 무비의 성격이 있으니까 서로 만들어가는 게 생겨 좋았다. 리준평이 줄임말을 배운 뒤 재미있게 활용하는 부분들은 거의 애드리브였다. 줄임말이라는 게 젊은 세대들이 시작한 것이지 않나. 그걸 처음 맞닥뜨린 나이 있는 세대는 새로운 재미를 느끼곤 한다. 북한 사람이 남한 문화를 접하면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말로는 별 걸 다 줄인다며 타박하지만, 자기가 더 재미있어 하지 않나. 그런 심리를 담으려고 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기 위한 디테일한 설정들도 있었다. 리준평은 평범한 북한 사투리가 아닌, 전라도 사투리와 러시아어를 쓰는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으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능글맞은 면모를 보여주며 빈틈을 내보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날카로워지는 반전 성격을 오가기도 한다.
“시나리오에서부터 리준평은 능청스러웠다. 그래서 러시아어를 쓰다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등 빈틈을 보여줄 만한 장면이 있으면 보여주려 했다. 그러다 갑자기 냉철한 인간으로 변하기도 한다. 캐릭터를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헤어졌던 딸을 살리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등 애틋한 부성애까지 보여주며 리준평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병헌은 결혼과 육아 경험이 연기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안도한 모습을 보였다.
“딱 잘라 변화가 생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이 감정 이입에 도움을 줬을 것 같다. 배우가 어떤 시나리오를 보고 연기를 할 때 아무리 현실에 닿아있는 이야기라도 읽다 보면 경험하지 않는 일들이 더 많다. 상상에 많이 의존을 하며 연기한다. 운 좋게 내가 경험했던 감정이 내 안에 있으면 빨리 몰입이 되고, 자신 있게 연기를 하게 된다. 완벽하게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미혼의 배우보다는 쉽게 리준평의 감정에 다가갈 수 있었다”
②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