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제공
배우 강경준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2004년 ‘논스톱5’에서 어리바리한 매력으로 등장했던 강경준은 벌써 데뷔 16년차다. 그간 드라마 속의 주연 자리를 꿰차고, 예능프로그램에서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 그가 이번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무대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자칫 드라마 환경에 안주할 수도 있는 연차지만, 강경준은 아직도 연기에 대한 배움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 위해서 택한 것이 새로운 환경의 일자리였다. 그는 무작정 도전한 뮤지컬 작품을 “큰 재산”이라고 표현했다.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두 번째 공연이 매진됐다는 얘길 듣는데 갑자기 손이 떨리는 거예요. 그래도 일주일 정도 지나니 자신감도 좀 붙었고, 안 틀리려고 노력하지만 혹 틀린다고 해도 다른 배우들을 믿고 자신 있게 무대 연기를 하고 있어요”
강경준이 뮤지컬 첫 도전은 ‘보디가드’다. 작품은 팝스타 레이첼 마론과 그녀를 스토커로부터 보호하는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 사이의 사랑을 그린다. 휘트니 휴스턴 주연의 1992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강경준은 프랭크 파머라는 캐릭터를 분석하기 위해 원작부터, 이전 시즌 공연 영상을 수시로 찾아봤다.
“최대한 영화를 많이 봤는데 케빈 코스트너를 제가 따라할 순 없겠더라고요. 워낙 대단한 분이기도 하고, 세계적인 스타잖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랑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연출가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말투나 발음 등 세세한 것들을 잡아가는 과정을 거쳤어요”
그의 대본엔 메모가 가득하다. 연출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교정해준 부분, 스스로 연구한 것들을 빼곡하게 적어놓았다. 강경준은 기존 드라마에 출연할 때도 ‘성실함’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이번 뮤지컬에서도 강경준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자신만의 프랭크 파머를 완성했다.
“진짜 연구를 많이 하긴 했어요. 저도 저지만, 연출 분들이 함께 노력해준 결과죠. 그들을 믿고 따랐더니 온 결과물인 것 같아요. 서 있는 자세부터 시작해서 등이 굽고 편 자세, 목소리 하나하나 모두 잡아주셨어요. 처음엔 ‘너무 뭐라고 하는 거 아냐’라고 투덜거리기도 했어요.(웃음) 그런데 덕분에 ‘프랭크다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됐죠”
사진=CJ ENM 제공
뮤지컬은 영화 속의 배경음악은 물론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 등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들이 더해졌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으로 남은 명작 ‘보디가드’ 속의 음악이 울려 퍼질 때마다 관객들을 박수로, 환호로 화답한다.
이런 주크박스 뮤지컬에 노래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배우가 선다는 것에 우려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강경준이 맡은 보디가드라는 역할 자체가 ‘음치’로 설정이 되어 있고 안무도 없었다. 강경준의 비주얼적인 면도 우리가 흔히 대중매체를 통해 봐왔던 보디가드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그는 노래가 없는 프랭크 파머가 극에서 해야 할 역할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다.
“초반에 프랭크가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해요. 그 부분을 제가 제대로 잡고 가지 않으면 지루함을 느낄 것 같았어요. 어떻게 해서든 1막에서 안정적으로 극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야 레이첼 마론 역의 배우들이 힘을 받을 수 있거든요. 노래를 하는 장면이 딱 한 장면 있어요. 음치 연기를 해야 하는데, 최대한 못하는 척, 아예 모르는 노래라는 생각으로 부르고 있어요. 아무래도 너무 유명하고 좋아했던 노래라서 그런지 하다보면 점점 잘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노래가 없는 역할이라 부담감을 덜고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무릎에 시퍼런 멍이 가실 날이 없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심지어 보디가드 역을 수행해야 하니 격한 액션도 감내해야 했다.
“연습 중에 무릎에 금이 갔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보호대를 찼는데, ‘보디가드’ 속 프랭크 파머는 수트핏이 생명이잖아요. 아내(배우 장신영)와 함께 고민을 했는데 기저귀를 붙여보기도 했어요. 분위기가 흐트러질까봐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무 안 좋아졌어요. 편의를 봐주셨는데 최대한 공연에는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강경준이 이토록 심혈을 기울여 만든 프랭크 파머는 관객들에게 단순히 ‘멋있다’는 이미지로만 비춰지지 않았다. 다소 우려가 있었던 캐스트였지만 강경준은 꾸준한 노력 끝에 이질감 없이 ‘보디가드’에 녹아드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