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6년9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아직까지 부동산 규제 정책 공백에 매수 심리가 들끓으며 투자자와 자가 거주자 모두 막차에 오르려는 분위기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이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6월 셋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6% 상승하며 지난 2018년 9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는 20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들어 상승 폭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성동구는 0.76%라는 12년2개월 만의 최대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강남구와 마포구도 각각 0.75%, 0.66%의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도 0.61% 올며 한강변 인접 지역의 집값이 전반적으로 뛰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투자자들의 핫플레이스가 강남에서 마용성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손기호 기자)


■ 풍선 효과·DSR 3단계 전 막차 수요…금리 인하 기대감도 작용

집값 급등의 직접적 계기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해제와 재지정 과정에서 나타난 ‘풍선효과’다. 최근 강남3구와 용산구 등 주요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자 투자자들이 해당 지역에 몰리며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상승한 것이다.

이후 일부 지역이 다시 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자 투자 수요가 인근 지역로 이동하면서 마용성 등 한강변 인접 지역까지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허가구역 해제 직후 매수에 나서며 재지정이 이뤄지면 인근지역 투자처를 옮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7월부터 시행 예정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를 앞두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마지막으로 집을 사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 실제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고 매수자들은 규제 강화 전까지 서둘러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이다.

또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 둔화 등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늘고 있다.

■ 공급 부족 심화…선호 단지 중심 매수 심리 집중

서울 집값 급등의 원인은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이다.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외에는 신규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선호 단지와 재개발 예정 단지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실제로 매수 희망자들은 원하는 단지에 입주할 기회를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특히 강남3구와 마용성 등 핵심 지역은 매물이 극히 부족해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상승하는 양상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 급등의 핵심은 수요층의 조급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거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제때 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경기 활성화 정책, 금리 인하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특히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함께 3급지 등 외곽 지역까지 급등세가 확산되면서 대기 수요까지 가세했고 이로 인해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윤 랩장은 “의사결정을 늦추려면 유리한 조건이 많아야 하지만 현재는 금리 인하 기대와 DSR 3단계 대출 규제 강화, 전월세 불안, 공급 부족 등으로 인해 수요자들이 ‘지금 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고 했다.

■ 서울·지방 격차 심화…‘똘똘한 집 한 채’ 현상 불씨

서울 내에서도 집값 상승세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강남3구와 마용성 등 한강변 인접 지역이 중심이 돼 집값이 급등하는 반면, 강북 일부 지역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으나, 지방은 5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역 간 집값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핵심 지역은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그 외 지역은 거래가 위축되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투자자와 자가 거주자 모두 ‘핵심 지역’에 집중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신속한 정책 대응이 요구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정책 조정이 지연되면서 정책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검토한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실행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추가 대책이 언제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윤지해 랩장은 “서울과 지방 간 집값 격차는 ‘똘똘한 집 한 채’ 현상이 원인”이라면서 “지역적, 아파트·비아파트, 구축·신축 등에서 모두 ‘똘똘함’이 강조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등 세제 구조가 이를 부추긴다”고 봤다.

그는 “강남에 50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은 중과세 대상이 아닌 반면, 주택 10채를 가져도 가액이 10억원이 안 되는 사람은 중과세 대상이 되는 등 비현실적인 구조가 시장 왜곡을 유발하고 있다”며 “체제 개편 전까지는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정책에 있어서 시급한 점에 대해선 윤 랩장은 “공급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가장 시급한 것은 양극화 해소”라며 “세제를 가액 기준으로 개편해야 하며 지역별·주택수에 따른 차등 정책도 필요하다. 한쪽은 활발하고 한쪽은 침체된 지역에 대해 금리 등 혜택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