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삼성 기자실에서 MLCC 제품 학습회 세미나(SEMinar)를 발표하는 이민곤 삼성전기 MLCC 전장제품개발 상무. (사진=문재혁 기자)
“이 1분짜리 모래시계에 들어 있는 것은 MLCC 78만개입니다.”
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기술 강점을 내세우며 AI 서버·전장용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후발주자로 진입한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1분기 약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일본기업의 독과점 구조를 양강 체제로 재편했다. 기존의 IT 기기용 MLCC 시장에서 중국기업들이 매섭게 쫓아오는 만큼 고성장이 예견되는 AI 서버·전장용 MLCC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14일 삼성전지 브리핑실에서 MLCC 제품 학습회 세미나(SEMinar)를 통해 자사 MLCC 기술과 강점과 미래 시장 전망 등을 설명하며 모래보다 더 작은 삼성전기의 MLCC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발표는 이민곤 삼성전기 MLCC 전장제품개발 상무가 맡았다.
■ 머리카락보다 얇은 ‘전자산업의 쌀’, MLCC
MLCC는 소형 이어폰이나 충전기부터 스마트폰 등 IT 기기, 전기자동차 등 빠지는 곳 없이 탑재되는 필수 부품이다. 반도체와 전기회로가 있는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 사용돼 ‘전자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제품 크기는 머리카락 두께(약 0.3㎜)보다 얇은 0.2x0.1㎜부터 5.7x5.0㎜까지 다양하다.
MLCC의 역할은 전자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 현상을 막는 것이다. 신호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배터리에서 출발한 ‘신호’가 ‘기판’이라는 길을 지날 때, MLCC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제시하는 신호등 역할을 함으로써 IC라는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만든다. 고성능이 요구되는 전자 제품일수록 신호 사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더 많은 MLCC가 탑재된다.
MLCC의 구조는 두 개의 평행한 금속판을 띄우고 사이에 유전체를 채워 넣은 형태다. 위쪽 전극판에 대전된 전하와 반대되는 극성의 전하를 아래에 흐르도록 만들어 신호의 노이즈를 제거하는 것이 MLCC의 핵심 기능이다. MLCC 기술의 핵심은 이 전극판을 얼마나 얇고 넓게 만드는지, 판을 얼마나 평평하고 촘촘히 놓을 수 있는지, 목적지인 IC와 얼마나 짧은 거리에 두는지에 달려있다.
기존 IT 기기에 쓰이는 MLCC 이외에도 AI 서버용 MLCC, 자율주행(ADAS)에 쓰이는 전장용 MLCC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AI 서버 시장은 2024년 1429억달러(약 196조원)에서 2030년 8378억달러(약 1150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탑재되는 제품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MLCC 요구사항. (사진=문재혁 기자)
■ 고용량,고온,진동 모두 극복...삼성전기의 MLCC 기술력
기존 IT 기기용 탑재되는 MLCC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사용되기에 요구사항이 평이하고 탑재량도 1천개 내외였다. 그러나 전자 제품 성능의 고사양화, AI 서버의 GPU 채용증가, ADAS의 고도화에 따라 전장용 MLCC 탑재량이 증가하는 등 MLCC 수요가 가파른 증가세를 그리며 높은 성장 전망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AI 서버와 전장에 탑재되는 MLCC의 경우, 또한 기존의 IT 기기 사용 환경과 달리 AI 서버·전장용 MLCC는 고용량의 성능을 만족시키기 위한 소형화,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견디기 위한 고신뢰성, 더 높은 휨강도 보증을 요구받는다.
삼성전기는 이러한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MLCC 제품 전반의 성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유전체를 평평하게 만들어 타사 대비 더 얇은 두께로 구현해 소형화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바이어들의 특화된 요구에 따라 진동 내구성 향상, 임베디드 방식 적용 등 입맛에 맞는 MLCC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크기별 MLCC 실제품. (사진=문재혁 기자)
■ IT 기기 中의 매서운 추격, 고성장 예측되는 AI·전장 시장에서 日과 대결
삼성전기가 AI 서버·전장용 MLCC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중국 MLCC 기업들의 성장이 원인이다. 중국은 기존에 필요한 IT용 MLCC 대부분을 한국과 일본, 대만 기업으로부터 수입했으나, 최근에는 수입을 줄이고 자국 MLCC 제조기업들의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풍화고과(Fenghua), 삼환그룹(Three-Circle) 등 중국 MLCC 기업들이 2021년 이미 글로벌 전체 MLCC 시장의 40% 가까이 차지했으며, 연평균 성장률도 1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기는 MLCC 매출의 약 40%를 중국에서 거두고 있었기에 이러한 중국 기업의 추격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일본 기업이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과점 구조를 구축한 AI 서버·전장용 MLCC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1분기 기준 약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시장을 양강 체제로 재편하는데 성공했다.
이민곤 삼성전기 MLCC 전장제품개발 상무는 “더블 A(AI·ADAS)시장 집중하기 위해 MLCC 범용성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개별 바이어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개발 리소스의 70%이상을 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