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부동산 대책 이후 매매거래가 줄어든만큼 전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상대적으로 자금마련 부담이 적은 전월세에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올라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대책 이전부터 이어진 전세의 월세화도 빠르게 진행돼 주거 양극화가 우려된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걸린 전월세 매물 정보들. (사진=연합)
지난달 27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제한하고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상 초유의 강력한 규제에 시장은 매수심리가 꺾이며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며 실수요자들의 매매 수요가 위축되고 전월세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도 상승했다.
16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서울 전세 매물은 25455건에서 25114건으로 1.4% 줄었고, 경기도는 24529건에서 23870건으로 2.7% 감소했다. 인천 역시 5180건에서 5126건으로 1.1% 줄며 공급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매물 공급이 줄어듦에 따라 전세가격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1주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서울 0.08%, 경기 0.03% 상승했다. 지방의 경우 0.01% 하락해 수도권과 온도차를 보였다.
7월1주 시도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자료=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은 "일부 외곽지역 및 구축 등에서 전세가격 하향 조정되고 지역별 상승·하락 혼조세 보이는 가운데, 정주여건이 양호한 역세권·대단지 중심으로 임차수요가 이어져 서울 전체 상승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 또한 전세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아파트 월세는 서울 0.29%, 수도권은 0.13% 오르며 상승폭을 키웠다. 비아파트권도 함께 올랐다. 오피스텔 월세가격이 전분기 대비 2분기 서울 0.28%, 수도권 0.25% 상승했다.
전세의 월세화 전환속도가 가파른 것도 문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중 월세비중은 21년 41.9%에서 25년 61.2%로 빠르게 늘어났다. 전세보다 월세의 주거비 부담이 큰 만큼, 전세 위축과 월세화 가속은 세입자의 주거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주거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 할수록 월세에서 전세, 매매로 이동하는 무주택자의 주거 이동 사다리가 끊길 위험이 높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수요자의 주거부담을 줄이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대출한도 자체를 줄이기보다 상환 능력 등을 기준으로 한도를 달리 설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며 "금융 건전성과 주거 복지를 동시에 고려하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