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그린호 (사진=HMM)

포스코가 HMM 인수 검토에 나서면서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철강과 2차전지 소재 사업이 정체된 상황에서 해운업 진출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5일 포스코그룹과 투자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HMM 인수 시 득실을 본격적으로 따져보기 시작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수전에 뛰어들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자문단에는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HMM이 민영화 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포스코는 늘 잠재적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포스코는 “인수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선을 그어왔다. 불과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HMM은 중장기 전략과 맞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포스코가 방향을 튼 배경에는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취임 2년 차를 맞은 장인화 회장이 던진 승부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HMM을 품을 경우 연간 3조 원에 달하는 물류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철강과 배터리 소재 등 주력 화물의 안정적 수송망도 확보할 수 있다. HMM의 컨테이너선 중심 사업과 벌크선 확장 계획은 조선·철강·물류를 아우르는 중후장대 산업 생태계와도 맞닿아 있다. 포스코가 다시 해운업에 발을 들인다면, 1995년 거양해운을 매각한 지 30년 만의 복귀다.

해운업계는 초대형 화주가 선사를 직접 보유하면 운임 협상과 화물 배정에서 구조적 불공정이 발생하고 시장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2009년 대우로지스틱스 인수 추진, 2011년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한 지분 확보, 2020년 물류 자회사 설립 등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시도는 업계의 거센 반발에 번번이 좌절한 바 있다.

포스코가 공식적으로 HMM 인수전에 참여한다 해도 절차는 단순하지 않다. 산업은행이 자산을 매각할 경우 국가계약법에 따라 공개 경쟁입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주 기업이 선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이해상충 논란도 만만치 않다.

결국 포스코의 HMM 인수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한국 산업 지형을 흔들 수 있는 전략적 행보다. 조선·철강·물류를 연결하는 시너지가 현실화될지, 해운업계 반발과 금융 부담이라는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