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올해 상반기 서울 한남5구역 수주를 축으로 정비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누적 수주 2조683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2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7.5% 급증해 실적도 뚜렷한 턴어라운드를 보였다. 수익성 중심의 전략과 원가율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부가 추진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도 적극 나서고 있다.

DL이앤씨 '아크로 한남' 단지 부분 투시도 (사진=DL이앤씨)

■ '아크로 한남'으로 정비사업 판세 주도

10일 DL이앤씨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조합 총회에서 공사비 1조7584억원 규모의 한남5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확보했다. 참석 조합원 1170명 중 92.4%(1081명)가 찬성표를 던지며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회사는 단지명 '아크로 한남(ACRO Hannam)'을 제안하고 조합원 가구의 108%에 달하는 총 1670가구 한강 조망 계획과 '와이드 한강뷰' 1480가구(조합 세대의 약 96%), 중대형 74%의 평형 구성, 대규모 실내 정원 '아크로 가든 하우스' 등을 내세웠다. 설계와 디자인 전 과정을 디자인 이노베이션센터가 직접 주도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구현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비사업 외 수주도 고르게 이어졌다. 인천 제물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수주했다. 총 사업비 1조374억원 중 DL이앤씨가 지분 53%로, 수주액 5498억원을 확보했다. 이를 비롯해 성남 수진1구역·신림1구역·대전 삼성1구역 등을 수주해 상반기 실적에 힘을 보탰다. 이에 상반기 누적 수주액은 2조6830억원.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회사는 하반기에도 정비사업을 축으로 수주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 실적 턴어라운드, 원가율 개선과 재무 안정성

DL이앤씨는 지난 7월31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2분기 연결 매출 1조9914억원, 영업이익 1262억원, 신규수주 9626억원을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4.7%p 개선되며 6%대를 회복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모처럼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도 207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21.7% 상승했다.

DL이앤씨 2분기 실적 (자료=DL이앤씨)

수익성 개선의 핵심인 원가율은 연결 기준 87.3%로,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90% 이하를 유지했다. 특히 주택사업 원가율은 87.2%로 전년 동기(93.0%) 대비 5.8%p 낮아져 전사 수익성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재무 안정성도 확고하다.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 96.0%, 차입금 의존도 10.6%,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조0496억 원, 순현금 1조0153억 원으로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견조한 체력을 유지했다.

DL이앤씨 유동비율 및 부채비율 (자료=에프앤가이드)


신용등급 "AA-(안정적)"은 2019년 이후 7년 연속 유지 중이다. 회사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을 통해 하반기에도 실적 향상세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 민간참여 공공주택, 정부 정책 핵심 속 기회 선점

정부는 LH 보유 공공택지를 활용해 2030년까지 6만 가구의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제도 도입(2014년) 이후 누적 7만1000가구가 추진됐다. 매년 3000가구 수준이던 물량이 지난해 2만4000가구로 급증했다. 올해도 3만 가구 규모의 공모가 진행 중이다. 특히 3기 신도시와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 과천지구 등 수요가 집중되는 입지에도 공급이 예고돼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이 같은 정책 기조 속에서 DL이앤씨는 최근 8120억원 규모의 '광명시흥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광명시흥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S1-10·B1-3블록 조감도. (사진=DL이앤씨)


발주처는 LH로, DL이앤씨는 계룡건설산업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주관사 지분 55%인 4466억원을 확보했다. 사업지는 광명 노온사동(3기 신도시 광명시흥지구) S1-10·B1-3블록. 지하 2층~지상 29층·19개 동·총 2716가구의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구조와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품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은 브랜드 아파트를 공공주택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과거 위례자이더시티(전용 84㎡)는 7억원대 중후반 분양가로 주변 시세 대비 약 6억원 낮았다. 내부 마감과 커뮤니티는 민간 아파트 수준으로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청약에 몰려드는 인원이 많아 사업성이 좋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 성과와 무관하게 공사비가 지급되는 구조로 미분양 리스크가 낮다. DL이앤씨는 민간 고급주거에서 축적한 '아크로' 설계·품질 역량을 공공주택 영역에도 접목해 브랜드 파워 확대와 안정적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

■ "주택부문 원가율 낮춰 부진 회복"…"하반기도 정비사업 SMR 등 기대감"

회사는 하반기에도 정비사업에 적극 나서고 해외에선 SMR(소형모듈원자로) 사업 등 신성장 동력에 도전하고 있다.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의 주택부문 원가율이 1분기 90.7%에서 2분기 88.8%로 내려가면서 회사가 밝힌 '1분기 일시적 부진 후 2분기부터 본격 개선'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익성이 지난해보다 크게 오른 이유에 대해선 고수익 현장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DL이앤씨의 하반기 전망은 신규 수주 목표를 13조2000억원으로 제시하고 성수·압구정·여의도·목동 등 핵심 정비사업에 적극 참여할 전망이다. '아크로'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시장 공략과 SMR 사업 등 신성장 동력까지 더해지며 상승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수주 회복과 도급 증액 추진 성과가 확인된다면 실적 상향 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SMR과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도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