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박현철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오일근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 부사장. (사진=롯데그룹)

롯데건설이 박현철 대표이사 부회장 용퇴와 함께 오일근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하며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PF 위기 속에서 재무 안정화라는 급한 불을 끈 뒤 이제는 수익성 회복과 성장 전략에 방점을 둔 인사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26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6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했다. 비상경영 기조 속 혁신을 강조한 이번 인사에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그룹 부회장단 전원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임 롯데건설 대표로 내정된 오일근 부사장은 부동산 개발과 경영전략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1968년생으로 서강대 경영학과와 재무학 석사를 마친 뒤 1993년 롯데월드 입사로 그룹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롯데정책본부, 롯데마트, 롯데자산개발을 거치며 리테일·복합개발·전략·개발사업 등 핵심 포지션을 두루 맡았다. 2022년부터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역량을 인정받았다.

박현철 부회장은 지난 2022년 말 급격히 악화된 롯데건설의 재무 위기 속 구원투수로 취임했다. 당시 롯데건설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1년 142.3%에서 2022년 264.8%까지 치솟으며 위기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취임 이후 2년간 박 부회장은 대규모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2023년 235.3%, 2024년 196.0%로 낮추며 시장 불안을 빠르게 진정시켰다.

매출도 같은 기간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5조9443억원이던 연간 매출은 2023년 6조8111억원, 2024년 7조8632억원으로 상승세를 나타내며 외형 확대 성과도 이뤄냈다.

다만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14.3%로 다시 상승하고 누적 매출도 전년동기 대비 3.2% 감소한 5조8372억원에 그치며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영업이익도 2022년 3608억원에서 2023년 2595억원, 2024년 1695억원으로 점차 감소했고,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6% 줄었다. 시장에서는 수익성 회복과 PF 위기 이후 신사업·개발사업 전략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롯데그룹 측은 "박현철 부회장은 건설사의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며 시장 불안을 조기에 종식시킨 공이 크다"며 "오일근 부사장은 PF 위기로 약해진 재무 체력을 조속히 회복시키고 개발사업 중심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오일근 신임 대표 체제 아래 롯데건설이 '재무 안정성 회복 → 수익성 개선 → 성장성 확보'의 3단계 전략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