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와 마운자로. 사진=각 사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 들어갔다. 내주 출시 예정인 마운자로가 20만원대 가격을 선보이자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저용량 공급가를 40% 넘게 낮추면서 20만원대에 진입했다. 두 글로벌 제약사의 격돌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이달 중순 마운자로를 국내에 공식 출시한다. 마운자로는 시작 용량(2.5㎎, 4주분) 약 28만원, 유지 용량(5㎎, 4주분) 약 37만원, 고용량 제품은 50만 원대의 공급가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후발주자인 마운자로가 출시 초기부터 저용량 가격을 위고비 보다 낮춰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마운자로는 주 1회 투여하는 피하주사제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와 GIP(위 억제 펩타이드)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작용제다. 2.5㎎으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투여 용량을 점차 증량해 최대 15㎎까지 늘려 체중 감소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마운자로가 시장에 주목을 받는 것은 GLP-1 단일 작용제인 위고비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에서 72주 투여 시 체중이 최대 22.5%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위고비의 평균 15%보다 높은 수치다.

이에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저용량 공급가를 기존 37만원 선에서 21만원대로 낮췄다. 약 42%에 달하는 인하폭으로 마운자로의 시작 용량 2.5㎎ 보다 저렴해진 것이다. 이번 가격 인하는 용량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면서 이뤄졌다, 기존에는 시작용량인 0.25㎎부터 최대용량인 2.4㎎까지 모든 용량의 공급가가 동일했지만 이제는 저용량일수록 인하폭이 크고 고용량 역시 기존 공급가보다 10%가량 인하될 전망이다.

위고비가 가격을 낮추면서 위고비와 마운자로 모두 시작 용량의 가격이 20만원대로 형성되면서 본격적인 비만 치료제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가격 인하는 제약사가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가격으로 실제 소비자가 의료기관·약국에서 부담하는 가격과는 차이가 있다. 소비자 가격은 저용량 기준 20~30만원대에 형성될 전망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제품이라 처방 병원과 공급 약국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업계는 이번 마운자로 출시와 위고비 가격인하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을 본격화 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위고비 독주 체제에서 마운자로가 진입하면서 두 회사 모두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싸움의 시작을 가격 경쟁으로 열었다”며 “진입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니 향후 고용량 제품의 가격 정책과 장기 복용 환자 확보 전략이 중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