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심 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에 본격 나서며 정부의 외곽·공공 공급 기조와 차별화된 전략을 띄웠다. 장기간 정체됐던 강북구 '미아2구역'이 규제 완화의 첫 적용 사례가 되면서 도심 공급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미아2구역, 규제 완화 첫 적용…4000가구 이상으로 확대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장기간 정체된 미아2구역을 '재정비촉진사업 규제철폐(36호)'의 첫 적용 사업장으로 지난 23일 발표했다. 이번 규제 개편은 기준 용적률을 기존 20%에서 30%까지 확대하고, 법적 상한용적률을 1.0배에서 1.2배까지 늘린 것이 골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정비촉진사업은 기반 시설이 충분히 갖춰진 미니 신도시급 정비사업으로 역세권이 아니더라도 용적률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해 사업성 확보와 동시에 고품질 주택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많은 사업장이 규제 철폐와 혁신으로 사업 추진에 큰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4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2구역'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아2구역은 이 조치로 용적률이 기존 261%에서 310%로 상향됐다. 이에 따라 공급 가구 수는 3519가구에서 4003가구로 늘어났다. 서울시는 "미아2구역이 현재 촉진계획 변경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주민공람을 거쳐 내년 하반기 사업시행 인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착공 목표 시점은 2030년 상반기다.
■ 정부는 외곽·공공 vs 서울시는 도심·민간
서울시는 정부 정책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3기 신도시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등 외곽 지역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총 22곳에 24만 호 규모의 3기 신도시 지정을 완료했고, 용적률 상향과 고밀화로 추가 공급도 모색 중이다. 최근에는 기존 계획에 더해 1만8000가구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공급 기조가 외곽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에 맞춰져 있다면, 서울시는 도심 내 정비사업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지정된 재정비촉진사업 구역은 319곳이었지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뉴타운 출구전략'을 펼치면서 10여년간 사업이 멈췄다. 그러나 서울시는 재정비촉진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2월 규제철폐 36호를 발표했고, 전문가 자문과 심의를 거쳐 7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 조합원 부담 경감, 건설사 참여 유도…110개 사업장 적용, 공급 최대 20% 확대
서울시는 이번 제도의 효과를 사업성 개선과 조합원 부담 완화로 설명한다. 미아2구역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은 153가구에서 55가구로 줄고, 일반분양분은 3가구에서 101가구로 늘어난다. 서울시는 이로 인해 조합원 분담금이 약 1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서울시는 사업성 보정 인센티브를 촉진지구에 도입해 동일한 기부채납으로 더 많은 용적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조합원 부담 경감뿐 아니라, 민간 건설사업자 입장에서도 참여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이번 규제 완화가 미아2구역에 그치지 않고, 31개 재정비촉진지구 내 110개 사업장에 확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체 공급량은 최대 20% 늘어날 수 있으며, 장기간 멈춰 있던 정비사업 정상화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22일 국회 '신속통합기획, 무엇을 바꾸었는가' 토론회에서 정부의 9·7 공급 대책을 비판했다. 그는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확대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며 "서울 주택 공급의 88.1%를 민간이 담당했는데 정작 사람들이 원하는 핵심 지역(서울 도심 내) 공급 방안이 빠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10년 뒤는 긍정적인데, 당장의 불안 심리 잠재우기는 여전히 한계" 지적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공급 기반을 넓히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병행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용적률 완화와 규제 철폐가 실제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린다"며 "정책이 일관성 있게 유지돼야만 장기적으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당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범지구가 미아라는 점에서 체감 효과는 크지 않고, 강남권 등 수요 밀집 지역의 대규모 공급이 아닌 이상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꾸준히 추진된다면 10년 뒤에는 공급 확대라는 긍정적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이어 "정부의 9·7 대책도, 서울시의 이번 대책도 공허한 숫자 나열에 머무른다면 역대 정권에서 발표했던 공급대책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차라리 서초구 서리풀지구 2만 호와 과천 1만 호를 반값아파트로 오는 2026년 분양가 확정형 사전청약을 하고 2029년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식이 더 직관적이고 현실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