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5 건전증시포럼'에서 주요 참석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한국거래소)

인공지능(AI) 기술이 주도할 금융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AI 도입에 나서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4일 여의도 컨퍼런스홀에서 'AI 시대, 자본시장의 진화와 도전'을 주제로 '2025 건전증시포럼'을 열었다.

■ "AI, 보조 아닌 파트너"

이날 첫 발표를 맡은 조성준 서울대 교수는 "AI금융은 기존 디지털 금융과 다른 차원의 금융"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디지털 금융은 편의성과 접근성을 혁신했으나 핵심 의사결정은 사람이 내렸다"며 "AI금융은 데이터 기반 판단을 통해 사람의 개입 없이 의사결정까지 자동화할 것"이라고 봤다.

예시로는 월가의 AI 활용 사례들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골드만삭스는 뉴스 리포트 요약에 AI를 활용해 0.1초 안에 영향받는 종목을 선별해주고, 모건 스탠리는 오픈 AI와 계약을 맺어 챗 GPT를 파트너로 활용 중"이라며 "AI는 더 이상 보조가 아닌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국내 금융권의 경우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AI 활용은 제한적으로 실험하는 상황"이라며 "망분리와 데이터 접근에 대한 규제, 윤리 이슈도 AI 도입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예상되는 인구 감소와 개인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AI 금융을 적극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조 교수는 "고령화로 20대가 줄어드는 동시에 40~50대는 늘어나고 있다"며 "AI를 활용해 생산성 정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개인화가 기본인 유튜브와 달리 은행·증권 등 금융은 맞춤형 추천이 부족하다"며 "AI 기반 '초개인화 금융'으로 국민 5000만명 모두에게 보험·카드·증권 포트폴리오 맞춤 설계가 가능하다"고 첨언했다.

(조성준 서울대학교 교수, 사진=문재혁 기자)

■ "가짜 노동보다 가치 창출에 집중…광고 수익, 데이터 비용으로 대체"

이날 연사로 나선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 금융허브(G3)로 도약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국내 금융권에선 미들·백 오피스(후방부서)가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으나 이는 가짜 노동 강화"라며 "트레이딩, 세일즈, 자산운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프런트 오피스(전면 부서)를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의 경우 이전의 파괴적 혁신과는 달리 기존 플랫폼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강 교수는 "반도체 칩부터 클라우드, 파운데이션 모델, 앱 스토어까지 단계적으로 독점이 강화될 것"이라며 "대형 금융사들이 공동으로 앱 스토어 등 인프라를 조성하는 전략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도래하면 광고 수익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데이터 거래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 예상했다. 강 교수는 "사람과 달리 AI는 웹에서 데이터를 수집 때 광고를 보지 않는다"며 "광고 수익 대신 데이터를 가져오는 소액 비용 결제가 빈번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이어 "이에 적합한 결제 수단은 스테이블 코인 뿐"이라며 "증권형 토큰(STO) 등 AI 시대에 걸맞는 금융 거래 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 사진=문재혁 기자)

한편 박민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국내 증시의 성과가 지속되려면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고히 뒷받침돼야 한다"며 "공정성이 결여된 시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투자자의 신뢰야말로 자본시장 성장의 모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가 모여 주가조작 근절 합동 대응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며 "기존 계좌 기반 감시를 개인 기반 감시로 전환했으며, 이상 거래를 보다 정밀하게 탐지하기 위해 AI 기술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진=문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