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내 딸 서영이’ ‘불의 여신 정이’ ‘라이어게임’ ‘두 번째 스무살’ ‘공항 가는 길’ ‘귓속말’은 이상윤의 대표작이다. 이상윤은 작품을 고를 때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캐릭터보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브이아이피’ 역시 자신이 돋보기이기보단, 이야기의 흐름에 흥미를 느껴 출연했다. 이정림 PD와 차해원 작가의 입봉작인 건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감독님은 그 동안 공동연출을 해오셨는데 평이 너무 좋더라고요. 작가님은 신인이셨어요. 써놓은 글은 없지만 대본만 보고 확신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잘 가다가 나중에 힘이 빠지는 작가님들도 계시지만 작가님은 감독님과 여름부터 함께 작업을 해왔다고 들었어요. 믿고 갔죠”
이상윤이 연기한 박상준은 시청자들에게 많은 악플에 시달려야했다.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이니 시청자들이 몰입해 한 마음으로 박상준을 비난하고 나정선을 응원했다. 간혹 박상준이 아닌 이상윤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욕을 많이 먹은 적은 처음이었어요. 성준의 속에서 터져나오는 감정을 두고 어떤 분이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숨기는 것도 아니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뭐야’란 부정적인 댓글을 쓴 걸 봤어요. 그런데 전 그걸 의도했거든요. 상황에 빠져서 자유롭게 이야기 해주시는 건 환영입니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동갑내기 장나라와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이다. 이상윤은 장나라와 상준과 정선에 입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부분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연기를 잘하고 상대와 호흡을 잘 주고받는 연기자라고 생각해요. 교감도 하고 도움도 많이 받아요. 각자의 캐릭터를 해석하는 입장이 커서 자주 토론을 해요. 정선의 입장은 ‘성준이 용서 받을 만한 사람인가’로 이야기를 하고 저는 ‘성준이 잘못한건 맞지만 나름의 사정이 있다. 만회해도 정선이가 받아주질 않는다’고 의견을 내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원점이더라고요”
상대배우 표예진은 이상윤과 동지애(?)를 가지고 있었다. 가정을 파탄내는 연기를 하다보니, 박성준 못지 않은 악플세례를 받았다. 그는 상대에 따른 마음의 결로 장나라, 표예진과 호흡했다.
“어려운 연기인데 경력에 비해 너무 잘해냈어요.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정선에게는 진실되게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유리에게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는데 자꾸 마음이 가는 부분이 있었죠. 마음의 결 차이를 두고 연기했어요”
‘브이아이피’ 결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나정선의 관용하는 태도가 진정한 어른의 자세라고 말하는 시청자, 불륜을 저지른 박성준-표예진에게 ‘사이다’ 응징이 없는 것에 끝까지 답답함을 표하는 시청자로 나뉜다.
“논란이 생길 수도 있을거라 봐요. 성준이 무너지는 그림이 될텐데, 정선이 성준을 나락으로 끌어들이는 느낌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어요. 지옥으로 가는 전쟁으로 끌어와야하는데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죠. 끝까지 가는 해석을 바라시는 분들도 많을텐데 해석에 따라서는 정선이를 미워하는 사람도 생길까봐 이런 결말을 쓰신 것 같아요”
만약 박성준의 사과를 나정선이 받았다면 두 사람의 미래는 조금 달라졌을까.
“노력했지만 끝까지 버티진 못했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으로 부부나 연인 사이의 상처를 봉합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음 작품에서도 이상윤은 자신의 캐릭터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 같다. 이야기가 풍부하고 메시지가 있다면 어떤 역이든 마다하지 않을 예정이다.
“저는 대본을 1순위로 봅니다. 이야기가 있어야 캐릭터도 산다고 보거든요. 이야기 없이 캐릭터만 가지고 있으면 개연성이 없어져버려요. 그런 작품을 최악이라고 생각해요. 잘 풀어가주시는 작가님이 계실 때 사랑있는 이야기가 되요. 전 ‘인물만 남았다’는 평은 좋은 칭찬이 아닌 것 같아요. 배우 개인적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열심히 연기한 것이겠지만 모든게 다 어우러져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