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예·적금과 보험 해지가 늘고 있다. 금융상품들을 해약해 생활자금을 마련하는 수요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해지액은 개인고객 기준으로 3월에 6조6763억원, 적금 해지액은 1조626억원으로 모두 7조7389억원에 달했다. 5대 은행의 예·적금 해지액은 올해 들어 1월 5조7510억원, 2월 5조7860억원으로 5조원대를 기록했다가 지난달 급증했다. 올 1월에는 예·적금 해지액이 전년 동월 대비로 16.3% 줄었지만, 2월에는 2.0% 늘어난 데 이어 3월에는 41.4%이나 급증했다. 3월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액이 2조2642억원이나 됐다.
금융상품 해지 증가 (사진=픽사베이)
중도 해지가 급증하자 개인고객의 정기예금 잔액은 2월 198조2851억원에서 3월 197조9802억원으로 3049억원 급감했다.
보험도 마찬가지로 계약 해지가 급증했다.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생명보험 3개사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손해보험 5개사의 해지환급금은 3월에 3조162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보험사의 해지환급금은 올해 들어 1월 2조2356억원, 2월 2조3481억원으로 2조원 초반대에 머물다가 지난달 급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감율을 보면 1월 -4.6%에서 2월 19.6%로 증가세로 전환한 뒤 3월 29.5%로 껑충 뛰었다.
은행 및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기면서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을 해지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저금리로 인해 금리가 낮아져 중도해지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험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보험료 납입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이를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약관대출도 3월 들어 크게 늘었다. 주요 보험사의 약관대출금은 실행액 기준으로 3월 2조7009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6% 증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 상품과는 달리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 받을 수 있는 환급금이 그동안 냈던 보험료보다 적어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보험료 납입 부담을 줄이면서 보험은 유지할 수 있는 보험료 납입유예 제도, 감액 완납 제도, 자동대출납입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